홍득표 인하대 교육대학원장

“은퇴를 영어로 ‘리타이어(retire)’라고 한다. 타이어(tire)를 교체(re)한다는 뜻이다. 제대로 된 새 타이어를 끼어야 고속도로를 다시 달릴 수 있지 않겠나.

인하대 교육대학원이 지난달 30일부터 정년 퇴직을 앞둔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퇴직준비 교육’의 총괄자인 홍득표 인하대 교육대학원장은 “은퇴를 한 이후의 삶도 현재까지의 삶 못잖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광역시의 지원을 받아 전국 최초로 실시하고 있는 이번 교육에서 그는 미국 방문 일정도 미루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퇴직 준비 프로그램은 오는 11일까지 △웃음 요가와 건강관리 비법 △와인 즐기기 △여행방법 등 여가 즐기기는 물론 △재취업 △에이징 커뮤니케이션 △시니어 타운 방문 등 구체적인 노년 준비, 그리고 △응급처치 방법 △상속의 법적효력과 유언 작성법 △웰다잉 방법 등 죽음을 대비하는 과정까지 전체를 아우른다.

유판수 ‘기회의 학숙’ 이사장을 비롯해 김성수 법무법인 아태 변호사, 한승백 인하대 응급의학 교수 등 쟁쟁한 강사 20여명이 출동하는 특별 과정(총 2주)이다. 내년 2월 은퇴를 앞둔 인천 지역 교사 36명이 1기 교육생으로 여름방학 동안 강좌를 듣고 있다.

그는 첫 강의가 시작되기 전 인사말에서 교사들에게 “은퇴 후에는 제발 좀 품위 있게 살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교사들은 은퇴 이후 연금을 받으면서 품위 있게 살지 않을까. 기자의 물음에 홍 대학원장은 “누구보다 교사들이 더 불안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학교의 테두리에서 30~40년 동안 있다가 사회에 나오면 사기를 당하시는 교사들이 많다. 오죽하면 ‘선생님 돈은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험악한 말도 있겠느냐.”

현직 교사에 대한 프로그램은 많지만, 퇴직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교육 이유 중 하나다. 홍 대학원장은 이에 대해 “교육자로서 한국 교육에 젊은 시절을 기여한 분들이 은퇴 후에 멋있게 살아야 한다”며 “그래야 교직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육은 홍명신 세종대 겸임교수가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인하대 교육대학원이 지역사회에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홍 대학원장은 홍 교수의 제안을 곧바로 추진했다. 아버지와 장인어른의 은퇴와 죽음을 지켜보며 노후를 설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터였다.

“젊어서는 산천초목을 떨게 하고 비상한 두뇌로 천하를 호령하시던 분들이 은퇴 후에는 기력도 없어지고, 판단도 제대로 못하시더라. 보통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나도 그랬다. 아침에 학교 간다며 넥타이를 맬 때는 힘이 솟지만, 주말에는 도무지 뭘 해야 할지 몰랐다. 젊어서야 일에 ‘올인’하지만 이후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교사들은 퇴직 후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홍 대학원장은 홍 교수와 함께 은퇴 후 교사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조사하고, 프로그램을 조직했다. 그리고 바로 인천시 교육청으로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인천시 교육청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인하대가 해준다’며 고마워하더라. 3600만원을 지원 받고, 함께 의논한 후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확정했다.”

이후 홍 교수와 함께 강사 섭외를 하고, 강의 시설이나 견학용 버스 대절 등을 추진했다. 인천시 교육청은 초·중·고교 퇴직 교사들의 신청을 받았다. 내년 2월말 퇴직 예정자 120명 중 80명이 강의를 신청, 최종적으로 1기 36명이 결정됐다. 나머지가 36명은 오는 10월부터 2기 교육에 들어간다.

“‘퇴직 후 연금이 나오니 그것 가지고 살겠다’는 단순한 생각들을 하고 있더라. 하지만 강의가 시작되고부터는 달라졌다. 은퇴 준비라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다.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다.”

홍 대학원장은 프로그램의 반응이 좋아 향후 교육대학원에 비학위 과정으로 개설할 생각도 하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젊었을 때부터 은퇴 이후를 준비하면 오히려 교직생활에 집중할 수 있다”며 “프로그램이 끝나면 효과를 측정 한 후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은퇴 계획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는 소박한 자전적 소설을 계획 중이다.

“진솔하게 살아온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 자식들에게 선물한다는 심정으로 자전적 에세이를 써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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