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양식 경주대 총장의 별명은 ‘혁신 전도사’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혁신본부장을 맡아 붙은 별명이다. 행정자치부 인사국장과 차관 등을 거치면서 그는 다면평가, 고위공무원단, 전자정부 등 정부 혁신의 밑그림을 그렸다. 30년 공직생활을 뒤로 하고 고향 경주로 내려온 최 총장이 이번에는 지역 후배들을 위해 ‘대학 혁신’이라는 짐을 짊어졌다. 지난 3월 경주대 총장에 취임하자마자 ‘경쟁력 있는 직업인 양성’을 비전으로 잡은 그는 혁신기획단을 만들어 ‘비전 2028’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학과 신설, 단과대학 개편 등 대학 시스템을 혁신해 학생들에게 꿈과 자신감을 키워주고 싶다는 최 총장을 만났다.

- 관광대학으로 특성화되어 있다가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는데.

“특성화 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관광도 인접 여러 학문과 결합해서 가야한다는 생각에서 종합대학으로 바꿨다. 현재는 교육부 방침 때문에 관광대학과 체육대학 외에는 전부 학부체제로 되어 있는데 앞으로 단과대학 체제로 개편하려고 한다. 경찰법학부나 경영, 사회복지행정 등 사회과학 분야를 묶어서 사회복지대학으로 만들 것이다. 이를 위해 노인복지학과를 신설했다. 자연계열과 공학계열을 묶어서 산업기술대학을 신설한다. 지금의 체육대학 안에 재활처치라든지 골프학과 등을 개설해 스포츠과학대학으로 만들려고 한다. 경주 근처에 골프장이 많은데 골프학과 안에는 경기 외에도 골프장 경영, 전문캐디 양성을 포함할 생각이다.”

- ‘산업기술대학’ 등 명칭이 다소 옛날식이다.

“교수님들은 자연과학대학이니 사회과학대학 등의 명칭을 좋아하는데, 그건 학문적 명칭이다. 수도권이나 연구 중심 대학은 몰라도 우리는 그런 방향으로 가서는 안 된다. 건전하고 지도력 있는 직업인을 양성하는 것이 학문을 발전시키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쪽으로 집중해야 한다. 또 시류나 유행에 너무 민감한 학과나 단과대학 명칭은 오래 못 간다. 사회적 상황이 바뀌었다고 명칭을 없애버리면 졸업 뒤에 동창회 구성하기도 어렵다. 대표성을 부여해서 영속적으로 할 수 있는 명칭을 고수하자는 게 기본 방향이다.”

- 경주대는 어떤 분야가 특성화되어 있나?

“경주라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할 때 관광대학은 여전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분야다. 다만, 부단히 새로워지고 발전해야 하는데 후발 관광대학이나 관광학과보다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약간 부족했다. 우선 거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리고 문화재학부가 있다. 발굴이나 미술사학, 역사학 등 문화재를 연구하는 문화재학 전공과 문화재보존학 전공이 있는데 대학원이 굉장히 인기가 높다. 이걸 잘 발전시켜 문화재대학원을 만들고 싶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국광고영상박물관도 운영하고 있다.”

- 취임하면서 ‘비전 2028’을 세웠는데 경주대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계획인가.

“개교 20주년을 맞아 과거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20년을 향한 비전을 준비하자는 생각에서 ‘비전 2028’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공모를 통해 ‘나를 변화시키는 대학, 세계를 변화시키는 대학’이라는 슬로건도 만들었다. 제일 중요한 건 사람을 바꾸는 것이다. 나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교수·직원·학생이 전부 바뀌어야 하고, 재단도 바뀌어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절대 달라지지 않는다. 그 다음이 비전을 수립하는 것이다. 장식품이 아니라 구성원이 전부 동의하는, 그래서 마음을 걸고 몸을 던질 수 있는 비전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저는 큰 원칙만 제시했고, 교수협의회 등 구성원들이 혁신기획단을 만들어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큰 방향은 우리 대학의 현실적 좌표를 명확히 하고 보다 경쟁력 있는 직업인 양성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양식 총장(사진 왼쪽)과 대담하고 있는 이인원 본지 회장(사진 오른쪽)

- 지방대학이 갈수록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대학의 문제, 한국대학의 위기 문제를 개별대학의 책임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해마다 학생 수가 급감하는 탓도 있겠지만 여러 영향을 미치는 집단들이 공동으로 만든 결과다. 그래서 당장 시장주의적인 접근만으로 대학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선 안 된다. 적어도 기초과학을 육성하고 약한 지방대학을 키워 그 지역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로 유학 보내고, 서울에 있는 사람을 데려오려면 그만큼 비용도 많이 든다. 지방대학을 키워 사명을 다하게 하는 것이 크게 보면 시장원리에도 맞다. 지방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지방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정책 당국에서도 노려해야 한다.”

- 교육당국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농사에 비유하면, 정책 당국은 올해 수박농사가 좋다고 모두 다 수박을 심으라고 해서는 안 된다. 정책 당국에서 수박 심으라고 하면 개별대학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미래 예측의 경우 정책당국에서 해줘야 한다. 그냥 시장주의적으로 접근해서 살아남는 대학에 지원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무엇이 살아남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정책당국이 이런 멘토링 기능과 컨설팅 기능을 함께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 누리사업 같은 정책사업을 줄이고 장학금 등 직접 지원을 늘리겠다는 것이 현 정부의 방침인데.

“장단점이 있다. 누리사업과 같은 정책사업은 국가정책방향에 집중해서 지적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측면에서 볼 때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학문적 관심이 다르고 그 분야에 깊이 천착해 성과를 내면 결국 전체적으로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데, 그런 측면을 제약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국가적인 정책 방향과 개인의 깊이 있는 창의적 노력이 결국 같이 가야한다고 생각한다.”

- 대학 자율화가 지방대 입장에서는 불리한 측면도 있을 것 같다.

“대학 자율화는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급격하게 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수도권대학의 정원 제한을 풀면 학생들이 모두 서울로 갈 것이다. 철저한 시장주의 원리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위험하다. 교육에서 시장주의는 지역이라는 정치적 요소와 함께 가야한다. 그래서 정부가 일정 부분 개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구조개편을 제대로 해서 학생들이 자기 몸을 맡겨서 꿈을 키워갈 수 있는 대학으로 만들고 싶다. 취업시장에 진입 한 번 못하고 좋은 세월 올까 싶어 졸업을 미루는 구조를 극복해야 한다. 우수한 교수들이 집중해서 열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갈 것이다. 밖에 있는 기숙사를 학내로 끌어들이면서 컨벤션센터와 게스트하우스 등을 갖춘 종합 아카데미센터로 건립할 계획이다. 캠퍼스에 소나무가 많은데 학생들이 사계절을 느낄 수 있도록 좀 생명력 있게 가꾸고 싶다.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꿈을 키워주고 우리 사회를 위해 큰일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고 싶다.”

대담=이인원 본지 회장, 정리=권형진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 최양식 경주대 총장은

1952년 경주 출신. 경주 계림초등학교와 경주중학교, 대구고등학교, 중앙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영국 리버풀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박사과정 수료). 1977년 행정고시(20회)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총무처 법무담당관·국외훈련과장, 대통령민정비서실 행정관, 주영국 대사관 참사관을 거쳐 행정자치부에서 인사국장·기획관리실장·행정개혁본부장·정부혁신본부장 등을 지냈다. 2006년 8월 행정자치부 제1차관에 올라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2월까지 재직했다. 한국정책학회 부회장, 한국행정학회 부회장 등 학회에서도 활동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부혁신본부장을 맡아 ‘혁신 전도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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