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교수, 이방인의 눈으로 본 한국의 모습 한글로 표현

대구가톨릭대 영어영문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는 미국인 제이슨 로저스(Jason Rogers, 28세) 교수가 한국어로 쓴 시집 ‘테이블 전쟁’(만인사)을 출간했다. 지난 2년간 한국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습작해 써 놓은 400여 편의 시 가운데 73편을 가려 뽑아 모은 것이다.

책속에 담긴 시들의 주제를 한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전봇대’, ‘어정쩡한 대답’, ‘어쩌구 저쩌구’, ‘영어 공부하고 있어요’ 등 이방인의 눈으로 보는 한국의 모습을 그린 작품을 포함해 순간순간 떠오른 독특한 단상이 자유분방하게 펼쳐져 있다. 받침이 빠지거나 틀린 글자와 함께 중간 중간에 보이는 수학기호와 그림들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 책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아빠와 아들이 레스토랑에 있었다 / 아들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영문학을 전공했다 / 아빠와 아들은 오래 얘기하지 않았다 / 엄마가 돌아가셔서 그들은 만나야 했다 / (중략) 여기 치킨은 맛이 없어 / 아빠가 무심코 말했다 / 어 / 아들이 대답했다 /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 글쎄... 먹고 싶어? / 아니오’ (상처)

출판 기획자 박진형(시인, 만인사 대표)씨는 “그의 시는 다듬어지지 않았고, 어떤 틀 속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그러나 그의 시는 첨단이다. 미국인의 눈으로 사물을 파악하고, 우리가 미처 갖지 못한 점을 시로 쓴다. 한국문학에 길들여지지 않은 한국문학, 그의 시는 다듬어지지 않았으나 묘한 매력을 발산한다”고 말했다.

미시시피주립대 영어영문학과 시절 만난 한국인 유학생으로부터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매력에 푹 빠진 제이슨 교수는 5년 전 졸업과 동시에 한국으로 왔다. 학원 원어민 강사로 시작해 현재 대구가톨릭대 객원교수로 강의하고 있는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서관과 서점에서 한국시와 소설을 읽으며 한글을 깨쳤다. 강의가 없는 방학에는 하루에 15시간씩 시 공부를 할 정도로 한국문학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그래서인지 한국어의 읽기나 쓰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한국말로 말하고 듣는 것은 아직 미숙하다.

한국어로 시를 쓰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시는 생각을 표현하는 가장 쉽고도 자유로운 방법이다. 한국시를 읽으면서 한국인들의 생각을 느낄 수 있었고 한국시를 쓰면서 한국인들에 대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 미국은 소설을 읽는 사람이 많고 한국에는 시를 읽는 사람이 많다. 시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이 그래서 좋다”고 말했다.

다음 학기에 그는 대구가톨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대학원에 입학한다. 한국에서 한글로 시를 쓰는 시인이 되기로 작정한 이상 한국문학을 제대로 배워보겠다는 것이다. 그는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한국어로 시를 쓰는 것이 유일한 목표입니다. 아직 한국의 매력과 느낌을 표현하지 못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아직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이라는 시가 한국시인으로 살아갈 그의 의지를 엿보게 한다.
‘나는 총 없는 대한민국을 좋아한다 / 이것에 대해 시를 쓰는 것을 / 정말 좋아한다 / 나는 안전하게 여기게 있기 때문에 /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 아마도 너는 그것을 비웃을 것이다 / 이것에 대해 시를 쓰는 것을 / 정말로 좋아한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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