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런 대학시절이 있었습니다만 그땐 중요하다는 것만 알았지 무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여러분도 그럴지 모르겠습니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평범한 진리를 음미하며 부디 귀중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내일에 올 행복의 찬스를 놓치지 마십시오.”

지난 6월 경북 경산에 위치한 경일대 총장에 취임한 이남교(61·사진) 전 주후쿠오카 한국총영사관 영사가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분이다. A4용지 2장을 빼곡히 채운 편지에는 총장으로서뿐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학생들을 향한 애정이 물씬 묻어났다. 이 총장은 이에 앞서 교직원과 학부모 앞으로도 편지를 보내 자신이 앞으로 해 나가고자 하는 교육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장이 ‘감동 경영’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총장은 ‘경일사관학교’라는 말이 나올 만큼 공부를 많이 시켜 입학성적에 관계없이 졸업할 때는 누구나 ‘명품’ 소리를 듣게 하고 싶다는 뜻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일본 파견 근무 시절 두 개의 장학재단을 설립한 경험을 살려 발전기금 모금을 위한 ‘세일즈’에 나서겠다는 포부도 숨기지 않았다. 취임식도 잊은 채 학교 현안 챙기기와 동창회 등 대외기관 방문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 총장을 만났다.

- 취임하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편지를 써 화제다.

“교육에 있어 세 가지를 약속했다. 첫째 기본에 충실한 생활태도와 습관을 길러 누구에게나 사랑받고 인정받는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 둘째 전공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대학, 누구와 경쟁해도 뒤지지 않는 실력 있는 전문인으로 키우겠다. 셋째, 외국어 하나는 완전히 구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 ‘3+1’제도를 도입, 영어·중국어·일본어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최소한 외국인과 만나서 회화 정도는 할 수 있도록 교육시킬 생각이다. 학생들에게는 기상시간을 1시간 앞당기고 공부시간도 지금보다 3배로 늘리자는 부탁도 했다. 대학 4년 동안, 남들이 놀고 쉴 때 머리띠를 동여매고 열심히 노력하며 다가올 내을을 위해 땀을 흘려야 한다.”

- 인성교육도 중요한데.

“대학 졸업하면 자기 철학과 주관을 어느 정도 갖추고 올바른 가치관을 체계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인성교육을 가장 중요시하려고 한다. 그래서 고전과 양서를 골고루 섞어 대학 4년 동안 읽어야 할 필독서 50권을 지정할 생각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도 1주일 동안 실시하고, 이후에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인성교육을 실시할 생각이다. 지방대학에 다닌다고 학생들이 기가 죽으면 안 된다. 인성교육에서도 의욕을 고취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 5년 동안 이사로 있었는데, 경일대의 강점의 무엇인가.

“한마디로 ‘취업 걱정 없는 실무교육 최우수 대학’이 경일대의 특성화 전략이다. 올해로 대학 설립 45주년을 맞았는데,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1997년)해 산업체와의 교류협력이 특히 왕성하다. 매년 산·학·연 컨소시엄 개발사업비 수주 규모가 전국 최우수 그룹에 속한다. 정규직 취업률도 대구경북지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특히 5만명이 넘는 졸업생 가운데 3500여명이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지역사회 기여도가 높다. 산업체와의 협력 및 취업에도 유리한 측면도 있다. 교수 1인당 학생수 25명으로, 교원확보율 100%를 유지하고 있어 내실 있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다.”

- 신입생 충원에 어려움은 없나.

“경일대가 지역사회로부터 가장 높이 평가받고 있는 부분이 취업경쟁력이다. 전국 4년제 대학 중 처음으로 ‘취업실명제’를 도입해 6년째 시행하고 있다. 학생이 어느 고교를 졸업해 경일대 어느 학과를 졸업하고 어느 회사에 취업했는지 책자를 발간해 공개한다. 전체 취업률이 73%인데 정규직 취업률이 60%나 될 정도로 취업의 질이 높다. 자연히 신입생 충원율도 100%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충원율 100%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학생들의 실력을 끌어올리느냐가 더 중요하다. 대기업 취업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영어교육을 강화할 생각이다. 지금은 영어 회화를 1학년 때 1학점만 들으면 되는데 이를 1학년 2학점, 2학년 1학점으로 늘리고 3·4학년도 선택과목으로 듣게 할 생각이다. 그리고 인터내셔널 라운지를 만들어 한 학기에 2회 이상 원어민 교수와 인터뷰를 해야만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현재 경일대의 외국인 교수 비율은 20%에 달한다.”

-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재정확보도 중요한데.

“일본에서 근무할 때 기부금을 유치해 장학재단을 두 개 설립했다. 내가 100원을 내도 1000원 이상의 가치와 보람을 느끼게 되면 사람들은 돈을 쓰게 된다. 외부 발전기금 모금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이다. 취임 초지만 동창회 행사나 대외기관 방문에 주력하고 있다. 여유가 있는 부모는 등록금 낼 때 10%나 20% 더 보태 같은 과 학생들을 도와주는 ‘부모 장학금’이나 기업체와 협약을 맺어 장학금을 주는 대신 우수한 학생들을 보내주는 식의 산학협력도 추진할 생각이다. 우선은 장학금 40억원 모금이 목표다.”

- 현 정부가 강조하는 자율과 경쟁이 지역대학 입장에서는 불리한 측면도 있을 것 같다.

“국민의 48%가 수도권에 거주하고 예금보유고의 75%가 수도권에 있다. 우수한 학생은 거의 모두가 서울소재 대학으로 진학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서울 중심의 슈퍼모노(super-mono) 구조를 단시일에 개선하기는 어렵다. 모든 조건이 수도권 대학이 유리한 상황에서 단순히 경쟁에 의해 정책적 지원이 결정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지역대학이 지역경제와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 고등교육정책과 관련해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게 있나.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이 82%를 넘고 있다. 과거의 소수 엘리트교육에서 대중교육으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뜻이다. 대학교육은 ‘수월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연구 중심의 대학정책만으로는 문제가 있다. 직업교육 관점에서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기술력과 인재를 배출하는 기능 또한 중요하다. 교육과 연구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는, 수월성과 대중성을 조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 누리사업 등 지역대학 특성화를 위해 추진해온 정책사업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는 주로 균등분배 원칙에 의해 정부 정책지원금을 배부하다가 참여정부 들어 경쟁력 있는 학과를 선택해 집중 지원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이를 통해 지역전략산업과 연계된 지역인력 양성이 배출되기 시작할 즈음에 지원사업이 중단될 처지다. 남학생의 경우 누리사업 시작하던 해인 2004년에 입학한 학생은 아직 졸업도 안했다. 인력양성정책이 너무 단기적인 사업으로 종료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 임기 동안 꼭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요즘은 학력이 아니라 실력이 중요한 시기이다. 대학 4년을 공부해서 40년을 먹고 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학이 노는 데가 아니라 정말 눈물나게 공부해야 해 기초실력을 기르는 곳이 되어야 한다. 대학의 풍토를 바꿔나가고 싶다. ‘경일사관학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고등학교 때처럼 놀 시간이 없도록 만들어갈 생각이다. 1학년 때 교양과목 위주로 하다 보니 공부를 소홀히 하는 원인이 되지 않았나 싶다. 1학년부터 전공기초를 공부하고 2학년 때는 외국어, 3학년 때는 전공심화, 4학년 때는 교양 위주로 시스템을 바꾸면 어떨까 한다. 경일대 가면 바보도 똑똑해진다, 경일대에 간 것이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 이남교 총장은?

1947년 충북 청주 출생. 서울교대와 연세대 교육대학원(교육학 석사)을 졸업하고 일본 아시아대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교육공무원으로 서울시교육위원회에서 14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7년, 일본에서 18년을 근무했다. 일본한국교육원장, 일본한국종합교육원장을 거쳐 주오사카한국총영사관 부영사와 주후쿠오카한국총영사관 영사를 지냈다.

현재 일본 최대의 학교재벌인 학교법인 쯔즈키 종합학원(11개 대학, 100개 전수학교 보유)의 특별고문이기도 하다. 재단법인 ‘요시모토 장학회’ ‘가네자와 기념 육영재단’을 설립해 재일동포 및 일본 유학생들의 권익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82년 설립된 요시모토장학회는 26년 동안 800여명에게 약 3억엔의 장학금을 지급했고, 가네자와기념육영재단은 2000년부터 매년 60명의 대학(원)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야말로 ‘팔방미인’의 대명사다. 지금까지 16권의 책을 펴냈다. 그의 소설 ‘삼국기’는 지난 1992년 KBS에서 대하드라마로 제작돼 1년간 방송됐다. 2002년에는 일본 아사히신문에 ‘남교선생의 한화이전’이란 수필을 1년간 연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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