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

왼쪽부터 원재천 교수, 변신영(38)씨, 박수연(26)씨“로스쿨 대학들이 빌딩을 세우고 있는데, 우리는 보이지 않는 빌딩을 가지고 있어요. 한 5년쯤 뒤 국제 법률시장에서 맞장 한번 떠보자구요”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설립에 참여한 원재천 교수는 너도 나도 원하고 있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지난 2002년 국제법률대학원을 설립한 뒤 졸업생 90여명 중 절반이 넘는 50여명이 미국변호사 자격을 따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 런던 웨스트민스터 로스쿨에서 열린 제10회 국제협상대회에서 재학생들이 우승을 차지한 것도 한동대의 사기를 드높이고 있다. 국내 대학 대표로 출전해 작년 대회 우승국인 영국을 제치고, 아시아 최초로 차지한 쾌거다.

이 대회는 전세계의 예비 법조인들이 변호사 실무능력을 겨루는 국제 올림피아드. 각 나라가 자체 대회를 통해 대표선수를 뽑아 영국·미국·일본·호주 등 전세계 14개국에서 출전한 16개 팀이 결승대회를 치렀다. 한동대는 인도국립대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법대, 덴마크 주라아우스 법대 등을 차례로 꺽고 결승에 진출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원재천 교수는 이 대회에서 국제법률대학원 재학생인 변신영(38)씨와 박수연(26)씨와 함께 감독(지도교수)을 출전했다.

“2004년 우승국인 덴마크에서는 아프카니스탄에서 탈레반과 협상을 벌였던 현역 대위와 국제기구의 협상 전문가도 참가했는데, 한동대 학생들이 이들을 꺾은거죠. 하버드대는 국가 대표 선발전에서 이미 떨어졌구요. 윔블던 우승이나 양정모 선수가 올림픽 첫 금메달을 딴 것 이상의 의미죠”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탕에는 미국식 로스쿨을 채택한 한동대의 교육 시스템 때문이다. 정원 50명에 12명의 전임교수가 100% 영어로 강의를 벌인다. 교수 대다수가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원어민 변호사다. 학생의 약 30%는 외국인이고 이들 중에는 변호사나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 출신도 있다. 4기를 배출한 올해까지 50여명이 미국 변호사가 됐다. 이들은 미국에서 변호사로 활약하거나 로펌과 기업이 모두 데려간다.

원 교수는 최근 일본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나오면서 국제변호사 양성의 필요성을 또 한번 절감하기도 했다. “아리랑 국제방송에서 시사 프로그램 사회를 보는데, 독도에 관련한 국제법 학자를 찾지 못했어요. 국제법을 전공한 학자도 드물고, 이들이 자유롭게 영어로 표현하기가 불편한거죠. 그 사람들이 국제 자문을 하고 그러는 거죠. ”

내년 개원하는 로스쿨에 대해 원 교수는 어떤 생각을 할까. “로스쿨 얘기가 나올무렵, 마침 전문대학원 법이 생겼어요. 그 틀안에서 인가를 냈고, 초기에는 처음이라서 교육부라든지 정부측과 논쟁도 많았죠. 이제 미국로스쿨로 정착해 내년 출범하는 한국 로스쿨은 5년쯤 뒤에야 우리와만큼 될꺼라고 생각해요. 국제무대에서 한번 맞장떠볼수 있을거에요”

원 교수는 국내 로스쿨이 한국법 위주로 가르칠 계획이어서 국제 법률가 양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또 계약서 작성과 협상 실무 등이 부족한 커리큘럼도 보완해야 할 과제라고 주문했다. 그는 “협상이라는게 막연한게 아니에요. 가르쳐주고 배우기보다, 트레이닝을 하면 됩니다”고 말했다.

미국변호사 자격시험은 각 주마다 다른 탓에 원 교수를 포함해 교수진은 직접 미국의 각 주를 상대로 한동대 졸업생들이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했다. 그는 “재판하는거나 마찬가지였어요. 학생들과 교수진의 퀄리티를 설명해주는 등 노력 끝에 미국 6개 주의 변호사 자격시험 자격을 얻을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한동대 졸업생들이 자격시험을 치르는 지역은 테네시, 미저리, 알라바마, 켈리포니아, 버지니아, 뉴욕 등이다.

원재천 교수는 미국 버지니아주립대를 졸업한 뒤 역사와 사회학 석사와 MBA를 취득했으며, 연세대 경제학과를 다니기도 했다. 미국 뉴욕주 브루클린 검찰청 검사(1996년~1998년), 브루클린 사법대학원 박사, 뉴욕주와 뉴저지주 변호사, 국제 검사협회 회원이며, 미국법과 국제법, 협상이 전공이다. 법무부 국제형사위원회 위원과, 아리랑 국제방송 인포커스 시사프로그램 사회자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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