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스타변호사 출신 신희택(57) 서울대 법대 교수의 첫 학기

국내 최대 로펌 김&장 변호사에서 서울대 법대 교수로 영입된 신희택(57) 교수는 첫 학기를 치른 소감을 묻는 질문에 “열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24일 그의 연구실 책상 위를 하얗게 점령한 각종 서류 뭉치도 그의 바쁜 일상을 말해준다.

27년간 변호사를 맡으면서 분초를 다투는 일로 ‘쉴 시간’이 필요했던 신 교수는 “교수가 되면 한가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생각보다 타이트하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도 학교로 가면 시간 여유가 많을 줄 알았는데, 거의 비슷하다고 핀잔을 듣는다”고 했다.

신 교수는 지난 1학기 대학원 과정에서 ‘금융법’ 등 2개 과목을 맡았다. 그 동안 사법연수원과 대학에서 이따금씩 특강을 맡은 적은 있지만, 정규 학기 강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분초를 다투는 일을하다 학교에 오니까, 그때보다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강의 준비 시간이 이렇게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몰랐다. 학생이 제출한 발표자료도 꼼꼼히 읽어보고, 행정적인 것도 해야하고, 연구도 해야한다”고 했다.

로스쿨 실무 교수로 온 탓에 실무 돌아가는 사정도 체크해야 한다는 신 교수는 “실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봐야하므로, 밖에 사람도 만나야 하니, 결과적으로 바쁜 것은 그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더라”고 말했다.

퇴근 시간은 앞당겨졌으나 교수 일이, 장소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퇴근은 실무할때보다 조금 이른 편이죠. 그러나 집에 가서도 공부해야 하니까, 교수 됐다고 집안 일에 더 신경을 쓰지도 못해요.”

신 교수는 방학이지만, 벌써부터 다음 학기 강의 준비에 바쁘다. “첫 학기 하고보니까, 우선 학생들 가르치는데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게 제가 서울대에 온 이유니까요. 다음주에 수강신청이니까, 마지막으로 강의 계획표 올려놓은 것 오늘 추가적으로 정리해서 다시 올리려고 해요. 이게 좀 시간이 많이 들어요.”

그의 바쁜 일상에는 교육뿐 아니라 ‘학교 일’도 추가됐다. 서울대가 브랜드 관리를 위해 만든 상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것. 신 교수는 지난 24일 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서울대 브랜드 관리에 나섰다. 그는 “9월 초까지 서울대 브랜드 무단 사용 등의 실태를 조사해, 그동안 관행적으로 해오던 것을 체계화하겠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서울대가 국립대 성격에서 많은 부분을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신 교수는 첫 학기 강의를 하면서 30여년 전과 많이 달라진 학교를 느꼈다고 했다. “우리 학교 다니던 70년대 초에는 공부를 많이 못했어요. 휴교도 많았고, 어려운 시기였죠. 지금은 그때랑 분위기가 달라요. 학생도 교수님들도 모두 ‘열공’입니다.”

스타 변호사라는 타이틀 때문에 대학원생과 학부생들로부터 진로 상담 요청도 많다. “학부생들이 고시와 로스쿨, 미국 로스쿨 어디로 가야할지 등 진로 상담하러 많이 와요. 그러면 적어도 한국에서 활동하려면 한국로스쿨이 굉장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해줬죠. 또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어디서 변호사 자격을 땃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보거든요.”

신 교수는 내년 첫 출발하는 한국로스쿨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제도보다 운영을 잘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주 어렵게 난산을 했는데, 문제는 이제부터 잘 키우는거죠. 예전에는 사법시험때문에 법학 교육이 파행으로 운영됐잖아요. 로스쿨 도입했더라도 제도 운영이 예전 사법시험 하듯 하면 원래 취지 살릴 수 없어요.”

그는 로스쿨이 판검사와 변호사만을 길러내기보다는 입법부와 행정부, 기업, 언론, 외교 등에서 일할 법률가 양성도 신경을 써야한다고도 주문했다.

“로스쿨의 기능은 종전처럼 사법부를 생각하고 있으면 그 기능의 반쪽밖에 못하는 것이라고 봐요. 행정부와 사법부, 기업과 언론, 외교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학생들의 관심을 유도해야합니다. 판검사와 변호사만 길러낸다면 너무 비싼 교육이 아닐까요.”

로스쿨 정원의 약 80%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그런데로 괜찮다”면서도 “실제로 굉장히 좋은 인력이 몰린다면 굳이 합격자 수를 제한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법대 잉여정원과 의학전문대학원 잉여정원으로 내년 첫 도입하는 자유전공학부가 이른바 ‘프리로스쿨’로 활용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프리로스쿨로 운영되면 상당히 큰 손실”이라고 우려했다.

“그런 계획은 전혀 없어요. 그렇게 할 이유도 없죠. 다양한 경험을 위해 로스쿨 공부하라는 건데, 학부시절부터 법을 공부하라고 한다면 제도 취지가 아니잖아요. 성적 우수자가 입학하겠지만, 인문대나 사회대, 공대 등 전 대학의 우수 학생이 올 수 있는 거죠.”

■신희택 교수는 =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수석 졸업한 뒤 사법고시 합격 후 사법연수원도 수석 수료한 타고난 천재다. 하버드로스쿨을 거쳐 예일대 로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계 로펌인 셜리번앤크롬웰서 근무한 뒤 27년간 김&장에서 일하며 변호사업계 간판스타로 이름을 날렸다. 한국증권법학회 부회장을 맡으면서 변호사 시절부터 ‘신교수’라는 별칭을 얻었다. 지난해 10월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부임한 뒤 지주회사설립 추진단으로도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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