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대륙 아프리카에서 공립대학의 파산과 정체성의 상실로 대학교육이 해체위기를 맞고 있다. 문명화된 세계로부터 격리돼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는 서구 열강세력으로부터 해방된 지 오래지만 아직도 +자립을 기대하기는 요원한 듯하다. 특히 교육문제는 자못 심각해 교육이 나라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기본 인식이 아프리카에서는 완전히 무시되고 있다.

아프리카인들은 나름대로 아프리카의 미래와 꿈에 대해 염려하고 상황을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난과 부패, 폭력으로 얼룩진 나라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케냐 출신의 한 젊은 경제학자는 최근에 나이로비에서 발행되는 잡지『더 엑시큐티브』에 지식인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글을 써 아프리카 지식인들의 고통스런 자성을 요구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유학한 뒤 작가이자 상담역으로 일하고 있는 샘 뮤왈르는 아프리카의 실패는 전적으로 지식인의 책임이라고 단정지어 말했다. 그는 정부 책임자들과 지식인사회 상층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무책임한 정책과 일방적으로 서구사상을 도입하는 데만 급급해 교육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역설했다. 많은 지식인들이 공립대학의 파산과 +아프리카 정체성 상실은 이로부터 비롯됐다는 데 동의했다. "아프리카는 +독립 후에 자신의 정체성과 미래에 대한 고민과 개념정리가 부족했다"고 뮤왈르는 말한다.

뮤왈르에 따르면 이 같은 원인은 독립후 아프리카 경제 역사를 연구하면서 서구 사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 실제로 1960년대에 수입대체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아프리카는 공장을 짓는 데 혈안이 돼 +농업분야를 무시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사회주의 노선으로 바꾸면서 도농 협력 발전계획을 세워 추진했지만 80년대에 밀어닥친 신보수주의 영향으로 사유화가 진행되면서 40년 동안 배출됐던 대학졸업생들이 밀려나 버렸다. 이후 대륙의 운명이 외부인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의 위기는 자못 심각하다. 많은 나라들이 고등교육 부재를 한탄하고 있다. 공립대학이 재정부족으로 문을 닫는 것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기금 마련, 실습기구 도입 그리고 궁극적으로 지적 자원보호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3명의 아프리카 대학교수는 대학 내핍의 가장 큰 원인이 대학 구성원들의 사기저하에 있다고 지적한다. 책이나 전문적인 잡지, 전자네트워크 부재는 물론 회의 참석이나 휴가도 없고, 심지어는 흑판에서 분필을 볼 수가 없다. 아프리카연합에서 펴낸『아프리카인의 고등교육 경험』을 공동으로 집필한 아드 아야이, 라멕고마 그리고 암파 존슨은 "모든 사람들이 냉소주의와 무단결석 그리고 기회주의를 통해 위안을 찾는다"고 지적한다. 또한 많은 교수들은 임금수준이 너무 낮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그들의 임금은 과거 식민지 시절에 비해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형편에서 상당수의 교수들이 부업으로 사업을 한다든지 사기업이나 외국기업에서 일하면서 수입을 충당하고 있다. 깊이 있는 +강의를 준비하는 것은 기대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그러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나이로비대의 제스 무감비 교수는 +"대부분의 교수들이 서구의 기준에 맞추기 때문이지 사실 교수의 임금이 일반인의 2배로 적지 않다"고 지적하며 "아프리카를 서구의 부유한 나라들과 비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발전을 위한 연합 나이로비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물링지 무툼부는 "아프리카 지식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모두 서구에서 만들어졌기에 진정한 아프리카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샘 뮤왈르는 더욱 심각한 것은 지식인들의 패배의식이 대학안에서뿐 아니라 정치, 경제, 연구분야 모두에 퍼져있다고 지적한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혼재해 있다. 불안한 정정이 계속되고 과거 서구열강의 식민지였다는 열등감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 학문의 전당이라는 대학 또한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실한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고 새로운 것도 자신의 것이 되기 힘들다는 평범한 화두가 아프리카인들 뿐만 아니라 무질서하게 서구모방을 즐기는 많은 우리 대학인들에게 교훈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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