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풍경, 하늘의 별따기, 꽁꽁, 썰렁...

최근 '취업'과 함께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공통 표현들이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라고 떠들어 대고 도서관으로, 학원으로 몰리는 학생들 탓에 강의실은 텅텅 비어있다. 본지에서 지난 9월말 전국 대학생 1천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서도 과반수 이상의 학생들이 대학진학 이유로 졸업후 진로 설정 및 취업을 제일로 +꼽아 이같은 현실을 입증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있어 취업은 그야말로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

분주해지는 대학생들의 발걸음 만큼이나 긴박하게 돌아가는 곳이 바로 기업체 인사담당실. 쏟아져 들어오는 서류 검토를 시작으로 필기시험, 면접, 인/적성 검사 등 매년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취업문이 좁아질수록 인사담당자들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85년 입사이래 대리, 과장을 거쳐 부장자리에 오르기까지 인사팀에서 +잔뼈가 굵은 (주)한전기공 인사처 이진호 부장은 일련의 취업전쟁을 '안타까움'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저도 실패 끝에 2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사했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입사가 좌절됐을 땐 자신의 능력에 대한의구심이 생기기 마련이죠. 하지만 자신이 목표했던 기업과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업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의 실패가 좌절로 이어지기보다는 또다른 성공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죠."

75학번인 이부장이 면접장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대부분 20여년의 차이를두고 있다. 강산이 두 번이나 변했기 때문일까. 기업체내에서 가장 학생들과 가까이에 있는 위치임에도 신세대들에게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늘어만 간다.

"'좋다', 싫다'로 잘라 말하는 모습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곤 합니다.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낫다, 못하다'는 태도가 기본이며, 더하여 '옳다, 그르다'가 가치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신세대 대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이 이러한 너그러움과 사회에 대한 봉사, 희생정신이 아닐까요."

대학생들의 이러한 변화는 사회분위기와 달라진 학내 분위기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이부장의 설명. "제가 존경하는 은사님께서 어느 날 +'내 수업에 들어오는 것보다 잔디에서 소주를 마시는 일이 너를 성장시킨다고 판단되면 그리하여도 좋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현재의 분위기라면 용납되지 않을 일이겠지만 20년 전 캠퍼스만이 가질 수 있는 '낭만'의 일면이죠."

이러한 낭만을 간직한 '낀세대' 이부장이 바라보는 요즘 캠퍼스는 '학점제조기' '시험제조기' '취업전쟁터'에 불과할 따름이다. 취업전쟁의 최전선에서 학생들을 직접 만나다보면 안타까움이 배가되기 마련.

"악순환의 연속이라고 생각됩니다. 테크닉만을 가르치는 대학과 그 테크닉을 점수로 평가해 사원을 뽑는 기업이 조금씩 엇갈린 채 맞물려 돌고 있는 것이죠. 대학은 더 이상 지성의 전당이 아니라 '제도교육의 +연장'에 서 있습니다. 물론 기업과 대학이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겠지만 대학이 본연의 자세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합니다."

조직의 일원이 되는데 필요한 기본적인 자질보다 토익점수, 필기시험점수, 출신교의 등급이 중시되는 취업현실을 접하는 이부장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기업과 대학의 연결고리에 서 있는 인사부장이라는 직책 때문에 이부장의 안타까움은 남들보다 더욱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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