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사회는 굳이 어디라고 지적할 필요도 없이 모두가 심한 동맥경화현상을 앓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러한 시각은 지나치리 만큼 안정을 꾀하고 질서정연한 모습을 갈망하고 있는 학자적 편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의 이 위기를 슬기롭게 해결하고 다시 한번 옹골찬 +결의를 다져 비약을 위한 발판을 견고히 해야만 하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요청되는 것은 저마다 자신이 위치해야할 곳을 찾아 그곳에서 마땅히 행해야할 자리매김을 분명히 하는 일이라 +본다. 사실 자기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기대도 결국은 하나의 환상에 지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정부다워야 하고 대학은 대학다워야 하며 그 구성원들은 그 조직의 목표에 합당한 자리매김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저마다 본분이나 대의보다는 사사로운 자기 이익이나 쾌락을 구하기에 급급해 경거망동하고 있는 것이 솔직한 우리의 현실이지 않는가. 특히 대학은 한 나라의 미래를 낳는 산실이어야 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이 신성해야만 할 캠퍼스가 성추행의 그늘로 +전락하고 술 취한 학생들의 주정터 즉 싸구려 주점의 뒷골목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 우리의 현주소이지 않는가. 또한 누구를 위해 +어떠한 일을 해야하는가를 명찰하지 못한 데서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강의에 지장을 줄 정도로 여기저기서 공사가 추진되어 각종 소음에 +시달려야하고 밤을 세워 연구에 몰입하려고 해도 관리라는 미명아래 +내쫓김을 당해야하는 현실은 대학의 참모습이 결코 아닌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우리의 현실을 타개할 수 있는 또하나의 방안은 나름의 철학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의 철학은 자존심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 자존심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떠한 가능성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신념이나 철저한 긍지가 없이는 +어떠한 열의도 발아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정치가 제 갈길을 잃고 방황을 하는 것도 결국은 그 구성원들의 긍지가 땅에 떨어진 결과이고 +우리 대학이 이 모양으로 전락한 것도 결국은 나름의 자부심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는 대부분 그 구성원들이 대부분 물질의 노예로전락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이 국가나 정치 지도자를 부정하고 교수와 학생이 캠퍼스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현실은 오늘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각박한가를 입증해주는 예일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난관과 현실에서 +느끼는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분명한 현실은 이 모두가 우리의 힘으로 +극복해야할 일들이라는 사실이다. 모든 불신의 벽을 허물고 한번 더 마음을 굳게 다져 먹는다면 우리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다시 설 수 있는 무서운 저력을 가진 민족이다. 그런 옹골찬 개혁이 우리 대학에 일 수 있기를 간곡히 기대해본다.

- 최인환 교수 (중앙대 물리학) -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