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교사, 입학처장協 세미나서 요구... '대학이 정보 제공 확대하면 사교육 준다'

“대학이 고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다양한 입학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전형계획 발표를 앞당겨야 체계적인 진학지도가 가능하다.”

영등포여고 최병기 진학담당 부장교사는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국입학처장협의회가 지난 3~6일 제주도 KAL호텔에서 개최한 대학입학전형 세미나에서다. 최병기 교사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 차원에서 (대학들이) 한번 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대학이 바라는 인재상 재고 △고교 현장 목소리 수렴 △다양한 정보 제공 △전형계획·입시요강 조기 발표 등을 주문했다.

최 교사는 “내신 반영률 논쟁이나 기회균형선발 신설, 수능 등급제 폐지과정에서 정작 학생·학부모·교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입시정책이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육 수요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의 정보제공을 확대하란 주문도 나왔다. 최 교사는 “입시시장에서 사교육의 비중이 커지는 이유는 대학에서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지 않는 데 있다”며 “때문에 고교에서는 추측으로 진학 지도할 수밖에 없고, 사교육기관이 가공하는 배치표에 의존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대학별 고사도 “입시 요강에 명시된 제한된 정보 말고는 정보가 없기 때문에 수험생들의 사교육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형계획과 모집요강 발표 시기도 앞당겨야 진로교육을 체계화 할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최 교사는 “한 학생이 다양한 전형에 모두 대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맞춤식 입시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대입 전형계획과 모집요강이 너무 늦게 발표돼 진학 담당교사들 조차 커다란 혼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대입 전형계획을 13개월 전에 발표하도록 돼 있다. 때문에 최 교사는 “법을 고쳐서라도 전형계획을 조기 발표하자”고 제안했다.

특히 최 교사는 “대학입학의 모든 전형이 수능 성적으로 귀결되고 있다”며 “특별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수험생을 선발한다던 특별전형 조차 과다한 학력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시모집에서 복수지원을 최대한 허용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거론했다. 최 교사는 “수시모집에서 무제한적으로 복수지원을 허용하기 때문에 수시2학기 모집이 진행되는 90여일간 고등학교의 2학기 수업이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번 세미나는 104개 대학이 참가, 각 주제발표 마다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입학담당자들의 열띤 관심 속에서 진행됐다. △2010년 전형 기본사항 △입학사정관제 운영의 내실화 △편입학 문제 △해외 우수학생 유치방안 등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지만, 가장 화제가 된 발표 내용은 최 교사의 문제제기였다. 이호섭 대교협 학사지원부장은 “(최 교사의) 발표내용에 대학들이 거북하게 여길만한 것들이 다소 있었지만, 이에 대한 반론 보다는 기본적인 문제제기에 대해 수긍하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국입학처장협의회는 협의회 산하에 입학처장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2011년 이후 대입 완전자율화를 대비한 연구를 진행키로 했다. 문흥안 입학처장협의회장(건국대 입학처장)은 “고교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서 수시 모집을 수능시험 이후에 진행하자는 내용 등 생산적인 얘기들이 많이 오갔다”며 “입학처장을 주축으로 연구 T/F를 구성해 2011년 대입전형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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