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서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

 


“반한감정 문제는 중국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원인이 있다. 서로가 반성하는 자세에서 문화교류로 풀어야 한다.”

정재서 이화여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최근 베이징 올림픽에서 드러난 반한감정에 대해 “절대로 감정적으로 대응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 스촨 대지진,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리허설 보도 등 일련의 사건들로 반한 감정이 증폭되면서 반한이 ‘혐한’으로 번지고, 일각에서 ‘강경대응’을 주장하는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정 교수는 중국의 반한감정에 대해 “우리의 태도와 자세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우리보다 낙후되어 있다고 중국을 무시하고, 자존심 상하게 했던 일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반성하자는 뜻이다.

그는 “우리나라가 지금도 중국에 우월한 선진국 행세를 하면서 중국과 중국인을 무시하고 있다”면서 이런 태도를 가리켜 “1970~80년대 일본의 행태에 분개하던 것과 많이 닮았다”고 설명했다. 일본인들이 경제 발전 이후 한국에 기생관광을 오는 등 추태를 보였을 때 ‘이코노미 애니멀’이라고 손가락질 했던 것과 우리의 모습은 닮은 구석이 많다는 이야기다.

정 교수는 “하지만 중국의 태도 역시 옳지 못하다”며 “자국 중심주의적 생각에 빠져 상대방을 헤아리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고구려 편입 등 동북공정 문제나, 강릉 단오제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록 등에 대해 ‘한국인들이 중국의 문화를 강탈해 가고 있다’고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은 중국이 먼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정 교수는 이와 같은 행동의 원인으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장하자 과거 자신의 소국이었던 것을 들어 현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심리가 발동했기 때문”이라면서 “우리의 고유문화와 역사에 대해 중국 사람들도 무관심하고 무지한데, 이런 태도에서 벗어나 우리의 독자성과 정체성을 인정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두 나라가 이 같은 배타적인 입장을 하루 빨리 해체해야 해결의 열쇠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정 교수의 분석이다.

정 교수는 열쇠의 실마리로 ‘교류’와 ‘교육’을 들었다. 서로에 대한 몰이해를 없애려면 민간·학술단체와 NGO가 활발히 교류를 하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제거하면서 오해를 풀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에 대해 “동아시아 문화권은 어느 한 민족이 독점할 수 없는 공동의 자산”이라면서 “한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 역시 문화공동체로서의 의식을 지니고 접근하다보면 동아시아라는 차원에서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이런 공유의 장을 활발하게 늘려가다 보면 새롭게 눈이 뜨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게 정 교수 설명이다.

아울러 중국 유학생들에 대한 ‘교육’도 강조했다. 그는 “중국 유학생들이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대학들이 우리나라를 적극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현재 중국에 와 있는 유학생들은 중국을 이끌어갈 인재들”이라면서 “이들이 한국에서 기술을 익히고, 학문을 배워 중국에 되돌아가면 또 다시 반한파로 돌아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이야 말로 한국의 이미지 형성하는데 굉장한 자산이기 때문에 중국의 문화를 인정해주는 동시에 적극적으로는 한국의 문화를 알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현재 언어와 기술·학문 교육 외에도 한국의 사회와 문화를 올바르게 인식토록 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 “문제를 바로 풀기보다는 장기적으로 보고 차근차근 시행해 나가야 근본적으로 반한감정을 없앨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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