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조용’…‘비대면 시험’ ‘절대평가’ 요구 목소리 더 커
인프라 투자, 수업역량 배양 등 ‘빛 발한’ 대학들의 노력
여전히 남은 ‘불씨’…부정행위 방지, 성적평가 신뢰도 확보에 달려

선택적 패스제에 대한 논의는 1학기 때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진은 올해 6월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주장했던 이화여대 집회(사진 = 허정윤 기자)
선택적 패스제에 대한 논의는 1학기 때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진은 올해 6월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주장했던 이화여대 집회 (사진 = 허정윤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코로나19 재확산 현상이 기세를 더하면서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대학가에서는 성적 평가 방식을 두고 다양한 요구가 쏟아진다. 1학기 대학가를 뜨겁게 달궜던 ‘선택적 패스제’ 논의가 다시 불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지만, 정작 선택적 패스제 보다는 비대면시험과 절대평가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다.

■‘선택적 패스제’ 도입 여부로 뜨거웠던 1학기 = 1학기 대학가에서 화두가 됐던 선택적 패스제는 이수한 강의에서 받은 성적이 D학점 이상일 경우 학생 선택에 따라 P(Pass·통과)를 부여하는 제도다. P로 처리된 강의는 이수학점에 포함되지만, 학점 평점을 계산할 때 반영되지 않아 전체 평점이 오르는 효과를 낸다. 학생이 P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기에 학생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제도다. 

학생들이 선택적 패스제를 요구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19로 학습권을 침해당했다는 점이 특히 문제였다. 1학기 대학들은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도 나름의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수업 질 개선에 힘썼다. 하지만 학생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온라인 수업에 익숙지 않았던 교·강사들의 수업 진행 방식과 불충분한 자료, 늦은 피드백 등은 학생들의 공분을 샀다.

평가 방식의 공정성·신뢰성 관련 불신도 만연했다.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대면 시험을 치를 수 없게 된 대학가에서 각종 부정행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인하대 의대 본과에서 대규모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가 일어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뒤이어 건국대·서강대·중앙대·연세대·한국외대 등에서도 여러 형태의 부정행위가 들려 왔다. 부정행위로 적발된 학생들에게는 ‘0점 처리’ ‘징계’ 등의 조치가 내려졌지만, 이미 낮아진 성적평가 관련 신뢰도를 되돌릴 수는 없었다. 

학습권 침해와 불신의 배경 속 선택적 패스제는 많은 학생의 지지를 받으며 대안으로 떠올랐다. 연세대 교내 방송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연세대 학생 90% 이상이 선택적 패스제를 지지한 바 있다. 이화여대는 방역 규칙을 준수해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요구하는 학내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1학기에 선택적 패스제를 채택한 대학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홍익대를 시작으로 서강대·동국대·세종대·서울과기대·부산외대 등만 선택적 패스제를 적용했다. 학생 차원에서 집회가 열렸던 경희대·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를 비롯해 대부분의 대학은 선택적 패스제를 허용하지 않았다. 

선택적 패스제 도입을 불허한 대학들은 기존 제도들로도 학생들이 지적하는 부분을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이미 절대평가를 도입한 대학들은 절대평가만으로도 성적 공정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상대평가를 적용 중이었던 대학들은 절대평가나 A학점 비율을 높이는 완화된 상대평가로의 전환 등 대안을 꺼내 들었다. 연세대의 경우 ‘재난 학기’를 선언, 한시적으로 1과목에 한해 학점 포기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 됐지만 코로나19 속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첨예하다. 대학 도서관이 코로나19로 폐쇄되자 카페에 몰린 학생들 (사진 = 한명섭 기자)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 됐지만 코로나19 속 성적 평가 방식에 대한 논의는 첨예하다. 대학 도서관이 코로나19로 폐쇄되자 카페에 몰린 학생들 (사진 = 한명섭 기자)

■분위기 달라진 2학기, 선택적 패스제 ‘불씨’는 남아 = 때문에 코로나19로 미리 예정됐던 대면 기말고사들마저 줄줄이 비대면으로 돌아서는 추세 속에서 선택적 패스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란 예상들이 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2학기는 달랐다. 선택적 패스제에 대한 학생 차원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1학기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했던 대학들도 2학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 추세다.

대학들은 선택적 패스제가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라고 평가한다. 선택적 패스제를 시행한 한 대학 관계자는 “선택적 패스제 도입이 학생들의 학습의지를 저하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성적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나왔다”고 1학기를 반추했다. 이어 “선택적 패스제가 계속 도입된다면 대학 학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 2학기 때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서강대 학사지원팀 관계자도 “선택적 패스제의 경우 교육적인 효과가 떨어진다. 이번 학기에는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1학기에 선택적 패스제를 선택하지 않았던 대학들 중 2학기에 전격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할 계획을 세운 대학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1학기 때 적용됐던 대안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대다수 대학이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거나 A학점의 비중을 40~50%까지 높이는 완화된 상대평가 방식을 2학기에도 적용한다.

학생들 사이에서도 선택적 패스제를 강력히 주장할 명분이 줄어든 상태다. 대학들이 1학기에 비해 안정된 2학기 학사 운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킨다는 가정 하에 일부나마 대면수업이 진행 됐으며, 교·강사들의 온라인 수업 역량도 단기간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딛고 상당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의 온라인 수업 관련 인프라도 1학기부터 이어진 설비 투자 등이 결실을 맺어 이전보다 훨씬 안정화 된 것으로 여겨진다. 전면 대면 수업·시험 만큼의 효과를 내긴 어렵겠지만, 코로나19라는 ‘재난적 상황’ 속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대학들의 노력은 끊이지 않고 이어졌다. 

학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성적 산출 방법도 다양해졌다. 온라인 출석을 강화하고 주기적인 과제 제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퀴즈 풀기, 실시간 수업 참여도 반영 등이 활발히 이뤄지는 추세다. 성적을 산출에 있어 ‘집단 시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만큼 낮아졌다. 기존 대면수업 때처럼 기말고사 방식을 놓고 다툼을 벌여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얘기다.

성적평가의 신뢰도 회복을 위한 대학의 노력도 이어졌다.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온라인 감시 체계를 강화한 조치가 대표적인 예다. 다소 어영부영 온라인 시험이 진행된 1학기와 달리 2학기에는 학생들에 웹캠·스마트폰 등의 설치를 요구, 온라인 시험 장면을 교수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학생에 따라 보기 문항 순서를 교·강사가 조절하는 방법이 적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기술적 측면의 보강이 완벽한 부정행위 방지책이라 자신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신뢰도 회복을 위해 대학들이 여러 시도를 한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다. 대면시험이 불가피한 소수 정원의 수업에는 예외적으로 대면시험을 허용했기에 성적 산출의 다양성이 높아지는 부수적인 효과도 뒤따랐다. 

물론 선택적 패스제를 원하는 목소리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비대면 시험을 권장하면서도 교·강사 재량으로 대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허가한 대학의 경우 선택적 패스제 요구가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여전히 온라인 시험의 공정성을 믿지 못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선택적 패스제를 도입해 공정성 시비를 해소하자는 말이 언급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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