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0년대에 안녕을 고하며 새로운 2020년대를 힘차게 출발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밑이 바짝 다가와 있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바이러스의 습격으로 정부는 물론 사회 전체가 허둥대다 연말을 맞이하게 됐다.

쉽사리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세밑까지 기승을 부려 K-방역의 허구를 드러내며, 우리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고 있다. ‘여기까지인가’라는 자문을 하면서 당장 코앞에 다가 와 그 비수를 들이미는 바이러스의 역습에 황망하기보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허탈하기만 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Mason Diamond)가 《총.균.쇠》에서 언급했듯이 “질병은 인류의 가장 오랜 숙적”인가 보다. 혹자의 말대로 “인류는 핵폭탄이나 대량살상 무기로 멸망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의 습격으로 멸망할 것”이란 생각이다. 만질 수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상대와 맞서 싸우려하니 진이 다 빠질 지경이다.

하지만 절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0 경자년(庚子年) 한해, 우리는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경험하며 보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거머쥐었고, BTS가 비영어권 가수로는 처음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한때는 K-방역도 칭찬대열에 포함됐다. 한마디로 좋았다 나빴다,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한 느낌이다.

코로나19는 사회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지만 교육에 특히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초·중·고에서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 시행됐고 장기화됐다. 대학교를 포함한 모든 교육기관에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이 병행됐다.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 보편화되는 가운데 어느덧 언택트(untact)가 뉴노멀(new normal)로 등장했다. 새로운 기준을 향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일제히 전개됐다. 뉴딜정책 선포 등 정부의 발 빠른 대응도 한몫했다.

교육부는 9월 15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디지털 기반 고등교육 혁신 지원방안’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 고등교육 체제 전면 혁신은 ‘디지털 기반 원격교육으로의 전환’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런 기조에 입각해 △대학 학사운영의 뉴노멀 정립 △신기술분야 수준별 인재 양성 △대학 원격교육 내실화 지원 △원격 기반 직업교육 활성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5년 정도 앞당겨졌다”고 한다. 판서를 고집했던 많은 교수들이 서툴지만 줌(Zoom)과 같은 디지털 툴(tool)을 이용하여 강의를 진행하며, 학생과의 소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강의실 교육의 몇 배 시간을 들이며 적응하려는 교수들의 노력에서 새로운 혁신의 기운이 움트기 시작했다.

사실 코로나19 이전 대학에서 온라인교육은 오프라인 교육의 보완재였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의 강의선호도 조사에서 오프라인 강좌 보다 온라인 강좌가 더 좋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초중고 시절 온라인 교육에 익숙한 MZ세대(Millenial+Z)이다 보니 어느덧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강좌의 강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올해 초만 해도 대학의 온라인 교육 상황은 아주 열악했다. 강의 콘텐츠 질도 낮고, 교육 인프라인 학습관리시스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학들도 많았다. 자연스럽게 여기저기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일부 학생들은 등록금 환불을 요구했고, 상당수 대학이 받아들였다. 이 모든 일들이 코로나19로 처음 겪게 된 일이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학가는 2학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코로나19는 2020학년도 학사운영을 파행적으로 이끈 주범이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주저해왔던 교육혁신의 획기적인 인계선이 됐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강좌의 경계, 학과와 전공, 대학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융합’과 ‘공유’가 그 빈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2020년을 마감하는 이 시점에도 코로나19는 맹위를 떨치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대학가는 그 어느 해 보다 분주했다. 대학가의 분주함은 미래를 위한 대학의 몸부림이었다. 이러한 노력들이 이어져 다가올 새해에는 새로운 대학운영의 모델이 만들어질 것을 기대한다. 

이제 변화는 대세다. ‘적응’하면 ‘전진’이요, ‘거역’하면 ‘퇴보’다. 코로나19로 온 대학인들이 겪은 고귀한 경험이 2021년 신축년, 새로운 도약의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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