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없고, 학술행사도 전무…‘부실 연구소’ 난립
연구소 1개 평균 전임연구원 0.8명 ‘불과’
국공립대 60%, 사립대 72.2% 학술행사 없어

대학교육연구원은  “4년제 대학 187곳에는 5147개 가운데 62%가 연구원조차 없는 ‘유령 연구소’”라고 지적했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대학교육연구원은 “4년제 대학 187곳에는 5147개 가운데 62%가 연구원조차 없는 ‘유령 연구소’”라고 지적했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우리나라 대학들이 운영하는 대학부설연구소(연구소) 10곳 중 6곳이 연구원조차 제대로 없는 ‘유령 연구소’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연구 여건은 물론 실적도 미흡한 부실 연구소가 대학가에 난립해 있다는 것이다. 민간연구기관인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는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19년 대학 부설 연구소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최근 발표했다. 

현재 교육부 소관 4년제대학 187개교에는 5147개 연구소가 있다.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대학별로 보면, 평균 28개 연구소를 운영 중인 셈이다. 하지만 연구기관 역할을 제대로 하는 연구소는 적은 것이 현실이다.

■‘전임연구원’ 평균 1명도 없어, ‘대학연구소’ 간판 무색 = 대교연에 따르면, 대부분의 연구소는 전임연구원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연구원은 ‘연구’를 위해 채용한 전임 유급 연구원을 뜻한다. 전임교원이나 행정직은 전임연구원이 아니지만, HK교수와 같은 연구소 소속 전임교원은 전임연구원에 포함된다. 

2019년 기준 전체 연구소 1개당 평균 전임연구원 수는 0.8명으로 집계됐다. 연구소가 활성화되려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전임연구원 확보가 중요하지만, 연구소당 전임연구원 수는 1명조차 채우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국공립대보다 사립대의 상황이 심각했다. 현재 국공립대 40개교가 보유한 연구소는 1481개, 사립대 147개교가 보유한 연구소는 3666개로 국공립대는 평균 37개, 사립대는 평균 25개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국공립대가 연구소에 근무하는 전임연구원은 2179명으로 연구소별 전임연구원 수가 1.5명인 반면 사립대 연구소에 근무하는 전임연구원은 2192명으로 평균 0.6명에 그쳤다. 사립대 연구소의 여건이 국공립대보다 더욱 열악했던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전체 연구소 가운데 80.5%는 전임연구원이 존재하지 않았다. 국공립대 연구소는 전체의 70.1%, 사립대 연구소는 84.7%가 전임연구원 없이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분석을 담당한 임희성 대교연 연구원은 “연구의 특성이나 연구소 규모에 따라 필요한 전임연구원 수가 달라질 수는 있다”면서도 “전임연구원이 한 명도 없는 연구소가 많다는 것은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연구소 69%, 학술행사 ‘0’ = 연구소의 주요 업무인 학술행사 실적을 보더라도 부실한 대학 연구소의 운영상황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2019년 연구소 1개당 평균 학술대회 개최 횟수는 1.9회로 두 차례가 채 되지 않았다.

전임연구원과 마찬가지로 학술행사 개최에 있어서도 사립대가 더 부실했다. 국공립대 연구소는 60%, 사립대 연구소는 72.2%가 학술행사를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술행사를 열었다고 해서 ‘부실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웠다. 1회 이상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 연구소는 국공립대의 경우 10.2%(151개), 사립대의 경우 5.4%(199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학술대회를 활발히 개최하는 연구소들의 노력에 힘입은 평균 학술대회 개최 수도 국공립대는 2.7회, 사립대는 1.6회에 그쳤다. 

그나마 열린 학술대회들도 학술대회 개최를 많이 한 상위 20개 대학이 연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대학에서 개최한 행사 횟수는 전체의 64.2%에 달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상대 △강원대 △충북대 순으로 학술대회 개최 점유율이 높았다. 

■‘유령 연구소’ 막기 위한 규정 재정비와 정보공개 필요 = 대교연은 “전임연구원도 없고, 행사개최 실적도 없는 이른바 ‘유령 연구소’가 전체 연구소의 61.6%(3171개)”라고 설명했다. 국공립대 연구소는 50.2%(744개), 사립대 연구소는 66.2%(2,427개)가 ‘유령 연구소’에 속했다.

대교연은 부실 연구소가 난립하게 된 배경으로 “연구비 확보, 연구논문 발표수단 확보 등 연구 본연의 목적 이외의 다른 목적으로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대학연구소 설립 자체가 어렵지 않기 때문에 때마다 우후죽순 생긴 연구소들이 부실 연구소의 근간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사립대는 대학 자체규정만 충족하면 연구소를 쉽게 설립할 수 있다. 국립대는 ‘국립학교설치령’에 근거해 자체규정에 따라 3년마다 평가를 받아 존속·폐지 여부를 결정하지만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대교연은 “대학은 내실 있는 연구소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과 관리·감독을 강화해 연구소 규정을 재정비해야 한다”라며 “교육부가 연구비 등 연구소 관련 정보공개를 확대해 연구소 운영에 대한 대학구성원의 관심과 참여를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2019년 일반대학 연구소 학술행사 개최현황 (사진 = 대학교육연구소)
2019년 일반대학 연구소 학술행사 개최현황 (사진 = 대학교육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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