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관련학술단체협 “수능 영어 절대평가, 학생 실력 떨어트려”
1등급 비율 늘었지만, 입학생 1등급 비율 줄어…재학생 역량도 ‘하락’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수능영어 절대평가 4년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대입 영어의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수능영어 절대평가 4년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하며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대입 영어의 변별력을 떨어뜨리고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2018학년 도입된 수능 영어 절대평가가 영어 영역의 변별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물론 학생들의 영어 실력도 하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이 제기됐다. 국어, 수학과 마찬가지로 영어 역시 상대평가 체제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뒤따른다. 

영어 관련 학회 31곳의 협의체인 한국영어관련학술단체협의회는 6일 ‘수능영어 절대평가 4년 중간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수능 영어는 한국사와 더불어 절대평가 방식으로 시행된다. 국어, 수학, 탐구 등은 상위 누적 4%까지 1등급, 1등급 이후 누적 7%까지 2등급을 주는 등 상대적 위치에 따라 등급을 주는 반면, 영어는 원점수 90점 이상이면 1등급, 80점부터 89점은 2등급, 70점부터 79점은 3등급을 주는 등 원점수에 따라 등급이 정해진다. 

협의회에 따르면,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상대평가 체제였던 2015학년부터 2017학년까지는 평균 4.5%였다. 하지만 절대평가로 전환된 2018학년부터 2021학년까지 4년간은 1등급 비율이 8.9%로 4.4%p 늘어났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2021학년 수능에서 영어영역 1등급부터 3등급을 받은 학생들을 모두 더하면 48% 가량으로 전체 영어 응시생의 절반에 육박한다. 절반 가까이가 9개 등급 중 상위 3개 등급을 받는 점을 볼 때 영어 영역의 변별력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협의회의 주장이다.

상위 등급을 받기는 쉬워졌지만, 정작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영어 성적은 상대평가 체제 시절만 못하다. 우리나라 대표 대학으로 손꼽히는 서울대 학생들을 기준으로 보더라도 그렇다. 서울대 입학생의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은 2015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평균 85.7%를 기록했지만, 2018학년부터 2020학년에는 67.2%로 18.5%p나 감소했다. 

협의회는 “서울대 입학생의 수능 영어 1등급 비율이 하락한 것은 절대평가 도입 이후 영어 반영비율이 낮아진 현상과 변별력이 상실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영어 영역에서 상위 등급을 받는 인원이 늘어났기에 대입의 영어 변별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영어 학습 동기는 약화된다”고 했다. 

대학 재학생들의 영어 역량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회가 전국 대학 교양영어 담당 교수와 강사 17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53.2%가 학생들의 문법 능력이 약화됐다고 답했다. 참여자의 77.2%(중복응답)는 영어 약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수능 절대평가를 꼽았다.

협의회는 이같은 문제들의 해결책으로 영어 영역을 상대평가로 ‘회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동일 기초과목군인 국어, 영어, 수학의 수능 평가는 반드시 동일한 방법으로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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