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함으로써 다른 분야도 발전시킨다.” 김도연 울산대 총장의 학교 발전 구상이다. 김 총장은 울산대를 맡으면서 ‘새 술은 새 부대에’가 아닌 이른바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직찔을 가해 더 잘 달리게 함)’ 전략을 택했다. 이는 그동안 울산대가 만들어온 저력과 강점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김 총장은 울산대만의 획기적인 입시제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의지도 피력, 울산대가 대학가에 선보일 새로운 시도도 예고했다.  

-취임식 때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 향상 등을 강조하셨는데 총장직을 수행해 보니 가능성이 보이나.

“당연히 어려움이 많이 있다. 그런 것들은 울산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대학 사회가 전반적으로 갖고 있는 문제다. 가능성과 속도의 유무에 상관없이 어느 대학이나 꾸준히 함께 추진해야할 일들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대학과 비교할 때 ‘이런 점에서는 준비돼 있구나’ 하고 생각하는 것도 있을 텐데.

“울산은 산업도시다.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업이 있고 이는 세계에서 제일가는 기술력이 있다는 의미다. 지금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종합대가 됐지만 학생 수 측면에서는 이공계중심대학이다. 다른 발전전략이라면 그동안 잘했던 것을 더 잘 하는 것이, 더 빨리 나갈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 조선·해양은 우리가 굉장히 잘하고 있다. 석유화학도 그렇다. 대학도, 국가도 모든 분야가 균형발전 할 수 있다면 제일 좋다. 하지만 최고의 선을 택할 수 없고 차선을 택해야 한다면, 차선은 잘 할 수 있는 것에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것에서 다른 대학들을 리드하게 되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고 다른 분야도 빨리 따라올 수 있을 것이다.”

-울산은 GDP로 따지면 국내 2위 도시다. 그런 점에서 울산대의 명성이 덜한 것 아닌가.

“우리나라가 다른 어느 나라보다 특히 교육의 측면에서 수도권 집중이 심한 것 같다. 대한민국이 진짜 선진국이 되려면 지방에 좋은 대학이 있어야 한다. 울산의 역량만큼 울산대가 발전하지 못했다는 것은 맞는 지적 같다. 그것은 국가적으로 수도권 집중, 특히 교육에 있어 수도권 집중에 기인했다고 본다.”

-총장으로서 ‘김도연 식’ 개혁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대학이 국가 수준에, 기업 수준에 비하면 경쟁력이 없다고 하지 않나. 이는 대학이 굉장히 폐쇄된 사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울산대에 교수가 450명 정도 있는데 퇴임 교수, 신임 교수 정도 밖에는 인력 교체가 안 된다. 그만큼 바깥을 안 보고 울타리를 단단히 쌓고 있다. 대학도 개방, 공개하기 시작하면 경쟁력이 생긴다.”

-울산과기대가 내년에 개교하면 오히려 울산대가 경쟁력이 생기지 않겠나.

“울산과학기술대와는 좋은 경쟁관계, 어떤 분야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하고 상호 보완할 수 있는, 즉 양쪽이 발전할 수 있으리라 본다. 어느 분야나 경쟁 없이 경쟁력을 키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김도연 총장과 대담하고 있는 본지 이인원 회장.(우측)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하면서 느낀 고등교육의 문제점이라면.

“제일 큰 문제는 85% 가까운 학생이 대학에 간다는 것이다. 대개 선진국들은 47% 수준이다. 대학은 그 정도만 가는 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7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고 그런데 우리는 대학 졸업하고 직장 못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런 미스매치는 너무 많은 학생이 대학에 가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해결방안이 있겠지만 경제발전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대학 현장에서 볼 때 대학 자체의 문제점은.

“우리는 국가와 사회가 대학에 투자를 안 하고 있다. 대부분 OECD 국가가 총생산액 1% 정도는 대학교육에 투자하고 있는데 우리는 학생 수는 그렇게 많아도 0.5%가 안 된다. 좋은 교육이 안 되는 것은 당연하다. 대학 교육이 싸구려 교육이고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국민·정부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 들어 자율화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 자율화 정책을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모든 대학은 교과부 장관의 지도감독을 받는다’는 법이 살아 있는 나라다. 이렇게 발전된 나라에 그런 법이 어디 있나? 그 많은 대학을 지도감독하려니 획일화 시킬 수밖에 없다. 그래서는 발전을 못 한다. 다양화시켜야 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해줘야 한다. 대신 자유롭게 하면서 묶여 있던 것을 풀어주니까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사회가 수용해주면 어려움이 있어도 궤도를 찾아가리라 본다.”

-3불 정책에 대한 견해는.

“분야에 따라, 학교에 따라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공계 같은 경우 과학고 출신과 비과학고 출신을 동일한 내신 잣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본고사 문제도 대학이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역할을 생각하면 대학이 본고사 문제를 잘 내주면 좋을 것 같다. 암기식 문제, 학원에 가서 선행학습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의 바깔로레아(대학입학 자격시험) 같은 문제는 얼마나 좋나. 대학이 사회적인 책임 의식을 안 갖고 있어 그렇지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본다.”

-울산대의 학생선발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은 없나.

“우리나라 전체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울에 있는 주요대학들이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현실적으로 큰 영향력은 없을지 모르지만 시험 삼아서라도 ‘이렇게 뽑으면 안 되는가’ 하고 해보고 싶다. 서남표 총장이 하루 면접해서 뽑는다고 하는데 좋다고 생각한다. 서울 주요대학들이 그런 제도를 도입하면 굉장히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데 이건 대학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수용해줘야 된다. 만일 수능 0.1점으로 합격, 불합격하면 용납해도 면접에서 떨어지면 자료를 요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울산대 발전을 위한 장기적인 플랜을 말해 달라.

“구체적인 플랜보다는 전반적으로 대학을 조금 더 개방하고 교수들에게 ‘우리도 경쟁하는 주체다’라는 마인드가 심어졌으면 한다. 하루아침에 될 수는 없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다.”

<대담=이인원 회장, 정리=정성민 기자, 사진=한명섭 기자>


 김도연 총장은···


 1952년생으로 서울대 재료공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원과 프랑스 블레즈-파스칼대에서 각각 석사 학위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1982년까지 아주대 공대 교수로 재직한 뒤 1982년부터 지난 9월 초까지 서울대 교수로 재직했다. 김 총장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는 동안 공대 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3월부터 8월까지는 이명박 정부의 초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김 총장은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과학기술훈장 진보상’, ‘대한금속재료학회 학술상’, ‘서울대 공대 훌륭한 공대 교수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시대 기술혁명’, ‘나는 신기한 물질을 만들고 싶다’ 등의 저서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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