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교대 홈페이지의 총장 동정 게사판. 글이 지난해 1월에 멈춰있다. (사진=공주교대 홈페이지)
공주교대 홈페이지의 총장 동정 게사판. 글이 지난해 1월에 멈춰있다. (사진=공주교대 홈페이지)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최근 총장 공백 1년차를 지난 공주교대까지, 교육부의 총장 임용 제청 거부로 인한 국립대 총장 공백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교육부가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사이, 공주교대는 교육부의 임용 거부 사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선거 결과를 존중해달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의 국립대 총장 임명제도가 대학 발전을 막는다는 지적과 함께, 대학 자율성을 보장하는 근거가 될 ‘국립대학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총장 없이 1년 지낸 공주교대…왜? = 공주교대는 2020학년도에 이어 이번 2021학년도도 총장 없이 개학하게 될 전망이다. 이번 달로 공주교대가 총장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된 지 1년 1개월이 됐지만, 문제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교육부의 총장 임명 거부 결정을 두고 교육부와 공주교대가 또다시 법정 다툼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공주교대는 직선제 투표를 실시해 1순위 총장 후보자로 이명주 교육학과 교수를 선출했다. 학생 82%, 직원 80%, 교수 63%가 이 후보자를 선택한 결과였다. 공주교대가 실시한 첫 직선제 총장 선거에서, 모교 출신 첫 총장이 탄생하리라는 기대가 모였다.

그러나 2020년 2월 교육부는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정을 내리고, 공주교대의 총장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이 후보자는 교육부 처분에 불복해 2020년 11월 소송을 제기해 승소 판결을 받았다. 교육부가 대학에 총장 임용 거부를 통보하면서 사유를 밝히지 않았는데, 재판부가 이것이 행정절차법에 위배된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총장 공백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은 교육부가 이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판단을 고수하며 항소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공주교대 역시 대학 구성원이 적격하다고 판단해 지지를 보낸 총장 후보자에 대한 교육부의 부적격 판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공주교대 학생과 교수, 동문으로 구성된 ‘공주교대 정상화 범시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지난해 11월부터 공주시민들을 대상으로 임명 촉구 청원서명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1만명이 넘는 시민이 서명한 상황으로, 비대위는 10만 서명을 목표로 계속 서명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교통 범칙금 낸 이력이 총장 결격 사유? = 이처럼 후보자 본인은 물론 공주교대 구성원과 동문들도 교육부의 결정에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교육부가 밝힌 임용 거부 사유가 ‘핵심적인’ 총장 결격 사유라고 하기에는 다소 지엽적인 문제라 보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대학에 ‘사유’ 없는 임용 제청 거부 통보를 보냈지만 이후 이 후보자 개인에게 보낸 통보에 뒤늦게 사유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에 따르면 교육부는 △이 후보자와 배우자의 교통 범칙금 △2008년 대전시교육감 선거 출마 당시, 이 후보자가 자신의 저서 36권을 유권자에게 나눠준 혐의로 선고받은 벌금형 등을 이유로 임용 제청을 거부했다. 교육부는 이를 두고 “‘7대 비리 관련 고위공직 후보자 인사검증 기준’과 국립대학 총장으로서의 준법정신, 도덕성, 전문성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주교대 교수들은 교육부가 밝힌 사유가 총장으로서의 결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총장 후보자 검증과 선출 과정에서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인데다, 교수와 직원은 물론 학생까지 참여한 투표에서 다수가 선택한 총장 후보자를 낙마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은 이유라는 것이다.

한명숙 공주교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교육부가 말하는 준법정신이나 도덕성이 판단의 기준이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총장 후보자를 선출하면서 (교육부가 이 후보자에 대한 결격 사유라 밝힌 내용들을) 이미 다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현 정부가 말하는 고위공직자의 ‘7대 인사검증 기준’에 배치되지는 않는다고 봤다. 사유로 지적된 일들은 이미 지난 일일뿐만 아니라, 앞으로 우리 대학 총장으로서 역할을 하는데 크게 문제가 되는 사안이라고 보진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후보자가 우리 대학에 필요하다는 구성원들의 논의와 판단의 결과가 선출로 이어진 만큼, 구성원의 결정이 존중돼야 한다”며 “이번 총장 선출은 우리 대학의 학생들까지 참여해 이뤄진 최초의 선거였고, 학생들로부터 82%의 지지를 받은 결과다. 그럼에도 선거 결과가 부인됐다는 것은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심지어 교육부가 기존과 달리 대학이 원할 경우 2순위자 임용을 받지 않겠다는 대학의 의사를 미리 확인했고, 교수회의 의결을 거쳐 1순위자의 임용 추천만을 받기로 하면서 임용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음에도 상반되는 결과를 받아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공주교대의 총장 공석이 길어지면서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 기본역량 진단이 올해 시행될 예정이지만, 총장 공백 상황에서 대학 발전을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 힘든 공주교대는 이중고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전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는 “총장직무대행 체제에서는 조직이 숨만 쉴 뿐,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이를 근거로 필요한 활동을 하며 예산을 따오고, 외부 사회와 적극적인 교류도 해야 하지만 임기가 얼마나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총장 대행은) 어느 것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 뜻대로 총장 뽑게 하겠다”던 문 정부에서도 현상 되풀이…국립대학법 제정이 유일 대안 = 정부가 국립대 총장 임명을 거부하거나 시간을 끄는 일은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일방적인 국립대학 총장 임용과정에서 발생한 교육적폐를 해소하겠다”며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랬던 정부에서 다시 한 번 같은 일이 반복되자, 국립대학법 제정만이 유일한 대책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문 정부는 ‘국립대 총장 임용제도 운영 개선 방안’을 발표하며 “교육부의 후보자에 대한 임용제청권 행사를 대학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개선”하기로 하고 이전까지 무순위로 후보자를 추천하던 방식을 대학이 후보자의 순위를 정해 추천하도록 바꿨다. 교육부가 대학의 선 순위 후보자를 우선 고려해 임용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교육부의 일방적인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와 이로 인해 총장 공석 상황이 발생하는, 이번 공주교대와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개선 요구도 빗발쳤기 때문이다. 2014년 공주대에서는 교육부가 1,2순위 총장 후보자를 모두 임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무려 5년간의 총장 공백이 발생했다. 충남대는 2019년 11월말 이뤄진 선거로 총장 후보자를 선출했으나, 역시 임용 제청이 미뤄져 이듬해 2월 말에야 새 총장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로 전주교대, 광주교대, 방통대, 경북대 등도 총장 공석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주교대의 사례가 발생하자, 결국 국립대 총장 선출에 있어서 대학의 자율성은 정부의 의지에 기대기보다는 법적 근거를 통해 확보해야 한다는 데 중론이 모인다. 가칭 ‘국립대학법’ 제정 주장이 공주교대 사례를 계기로 다시 불붙은 것이다.

오홍식 전국국공립대학교교수회연합회(국교련) 상임회장은 “국립대학법 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립대를 지배하려는 교육부의 권위적인 조치들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정부 들어 보여준 총장 임용제도 개선 의지에 기대를 걸었지만, 그런 말을 했음에도 바뀌지 않은 현실을 보면 국립대학법의 필요성을 더 확실히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회장 역시 “이미 비슷한 사례가 누적된 만큼, 공주교대와 같은 상황이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결국 국립대학법을 제정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본다”고 의견을 보탰다.

이와 더불어 임용 심사 당사자의 소명 기회를 보장하지 않는 인사위원회 규정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국립대 총장 임용의 적격성을 판단하는 교육부 인사위원회는 관련 규정으로 위원들의 자격 여부가 알려졌을 뿐, 어떤 인물이 위원으로 참여해 어떤 논의를 나눴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인사위원회의 결정에 불복하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인사위원회에 직접 해명을 요구하기 어려운 이유다. 또 인사위원회 규정에는 심사 대상자가 회의에 출석하거나 서면 등으로 소명할 기회도 명시돼 있지 않다. 결국 교육부는 인사위원회의 결정을 방패막이 삼고, 인사위원회는 교육부의 뒤에 숨어, 결정에 대한 반박을 차단하는 셈이다.

박 교수는 “인사위원회의 결정 과정에서 심사 당사자의 소명 기회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며 “임용 거부를 결정하기 전에 총장 후보자가 충분히 해명할 수 있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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