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2~3명이 수천 명에서 수만 명 구성원 대상
센터 직원 71%는 2년 미만 근무…전문성 문제
전문가들 “적극적 지원 없다면 형식적 기구될 것”
교육부 “국가인권위와 협업해 활성화 지원 필요”

서울대 인권센터가 주최한 인권포럼에서 유엔특별보고관이 특강하는 장면. (사진 = 서울대 인권센터)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대학 인권센터 설치법이 통과됐지만 인력·예산 부족으로 유명무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미 인권센터를 운영하는 대학도 정규직 전담인력은 평균 0.4명 정도에 불과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어 교육부의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학 인권센터 설치·운영 의무화를 규정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법안을 발의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부당한 업무지시나 성(性)적 문제로 인권침해를 받는 학생·교직원 등의 인권을 보호하는 전담기구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어 피해자들이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았었다”면서 “20대 국회에서부터 추진했던 ‘대학생 인권보호법’이 이제라도 통과돼 다행이다”고 전했다. 

그동안 대학 인권센터 부재로 학생들은 인권침해를 겪어도 구제 수단이 없었다. ‘대학 내 폭력 및 인권침해 실태와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대 학생 1000명 중 단 한 번이라도 인권침해 피해 있는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은 524명(52%)에 달했다. 두 명 중 한 명은 대학에서 인권침해를 겪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대학 중 인권센터를 갖춘 곳은 238개의 대학교·대학원 중 89개(37%)에 그쳤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으로 대학 내 구성원에 대한 인권보호 및 권익향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학 인권센터 관계자들은 설치 의무화가 능사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부처의 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형식적 기구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대학 인권센터 운영 실태 및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관계자들은 △인력 부족 △고용 불안정 △전문성 부족 △예산 부족 등을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꼽았다. 

실제로 인권센터는 제대로 작동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인권정책연구소가 지난해 62개 대학 인권센터를 전수조사한 결과 근무자는 총 170명이었다. 대학당 2~3명이 수천 명에서 수만 명에 달하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업무를 맡은 것이다. 교육 콘텐츠 연구 개발, 전 구성원 대상 폭력예방통합 교육, 인권침해 사건 처리 등을 담당하기에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인권센터 종사자들은 전문적이고 구체적인 조직의 체계화가 필요하며 인력의 보충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설문에 응한 한 전문위원은 “심의위원회 위원으로서 사건을 조사했는데 정말 많은 시간과 인력이 든다. 만약 여러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면 현실적으로 처리하기 불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불안정한 고용구조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근무 기간이 2년 미만인 경우는 약 71%에 해당하는 121명으로 가장 많았다.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계약 기간이 최대 2년을 넘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중 신분이 상대적으로 가장 불안정한 1~2년 단위의 계약직은 88명으로 나타났다. 계약해지 이후 연장이 불가능한 계약직이 대부분이어서 매우 불안정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업무의 전문성이나 연속성을 가지고 근무한 사람이 적다는 것을 시사한다”면서 “이는 대학 인권센터가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사업을 진행할 수 없게 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권센터가 형식적 기구로 전락한 데는 예산 부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인권센터 35%의 예산 규모는 1000만원 미만으로 터무니없이 부족했다. 예산의 편차도 113만 원(동양대)부터 7억 8000만 원(서울대)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인권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지원하거나 보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지원 근거가 마련된 만큼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나서 예산부터 인력 지원 등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 인권센터 전문위원은 “재정지원이 명시됐지만 기존의 인력으로 행정업무를 하는 동시에 원래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며 “기존 대학의 기구를 ‘인권센터’로 간판만 바꿔 전문인력 없이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 체계 등의 문제는 학교가 아닌 정부가 해야 할 몫이다”며 “주무부처인 교육부가 대학 인권센터 설치의 내실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웅환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장은 “대학 인권센터마다 운영 편차가 크다. 법 통과로 설치 의무화가 됐기 때문에 국가인권위 등과 거버넌스를 구축해 인권센터가 정착하고 활성화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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