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횡령 등으로 물러났던 구 재단 인물들의 복귀에 구성원 반발
임시이사 유지 중인 곳도, 끝난 곳도 정상화에 어려움
임시이사의 한계 명확…제도 개선 뒤따라야

평택대, 경기대, 총신대 전경.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평택대, 경기대, 총신대 전경.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대학의 정상화를 기대하며 임시이사 체제를 받아들였던 대학들이 여전히 갈등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사학비리로 내홍을 겪으면서 임시이사가 선임됐지만 구 재단 인사가 복귀하면서다.

2기 임시이사회 첫 발…갈등 봉합은 갈길 멀어= 평택대는 2기 임시이사의 활동이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평택대 학교법인 피어선기념학원은 2기 임시이사회 회의를 개최하고 강제상 경희대 교수를 이사장으로 선출했다. 2기 임시이사회가 꾸려지기까지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교육부는 2018년 비리·횡령 의혹을 받고 성추행 혐의로 입건된 조기흥 전 총장의 퇴출을 추진했다. 2개월간 평택대 실태조사를 실시해 조 전 총장의 전횡을 사실로 밝혀냈다. 평택대는 조 전 총장의 퇴진으로 그 해 12월 임시이사 체제에 돌입했다. 1기 임시이사회는 조 전 총장의 퇴진을 주도해온 교수회의 신은주 교수회장을 총장으로 선임했다.

1기 임시이사회는 지난해 돌연 신은주 총장을 직위해제했다. ‘전임 교원 등에게 강의 수당을 과다 지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1기 임사이사회는 오일환 교수를 총장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가 2기 임시이사회가 정관을 바꿔 김문기 교수를 총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총장석의 주인이 3번이나 바뀐 것이다.

2기 임시이사가 출범했지만 진통은 계속되고 있다. 평택대 교수회 등으로 구성된 평택대 사학혁신 단체는 현 총장 직무대행과 주요 보직 교수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고, 구재단의 교비횡령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가 임시이사를 편파적으로 구성하면서 구재단의 적폐세력이 복귀했다”고 주장한다. 보직교수 중 한 사람은 조 전 총장이 있던 당시 부당임용으로 문제가 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임시이사 앞둔 총신대…거듭되는 이사선임 반발로 난항= 2년여 만에 임시이사 체제 종료를 앞두고 있던 총신대는 이사선임을 두고 구성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 총학생회는 지난해 10월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에 정이사 후보 추천 시 종전 이사 배제를 요구해왔다. 이들은 ‘종전 이사나 관전이사 체제를 주장했던 인사들을 배제하고 비정치적 인사’를 강조했다. 사분위도 학교 구성원 여론 수렴을 위해 임시이사의 임기를 6개월 연장했다.

2월 정이사 후보 추천을 위해 개방이사추천위원회가 진행됐지만 총회 소속 위원과 임시이사 사이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채 정이사 후보를 선출했고, 임시이사는 퇴장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결국 총회 소속 위원들이 추천한 8명이 정이사 후보로 선출됐다. 총신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이 명단에는 종전이사가 포함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또 발생했다. 사분위가 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있는 곳으로부터 이사 후보 추천을 받고 최종 15인의 명단을 확정하면서다. 이 중 교육부 추천 인사가 타 교단의 여성으로 알려지면서 ‘교리에 반한다’는 이유로 이번엔 총회가 반발했다. 반면 총신신대원 여동문회는 “총신대는 여성 이사를 선출하라”고 촉구하며 이사 구성에 계속 제동이 걸리는 상황이다.

임시이사 체제 진작 끝났는데…전 총장 복귀로 시끌= 경기대는 최근 정이사 선임을 두고 학교 구성원과 본부 측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지난달 8일로 2명의 개방이사 선임이 완료되면서 학교 법인의 승인요청과 교육부의 승인이 남아있었다. 이사회가 이 과정을 건너뛰고 3명의 정이사를 선임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특히 정이사 중 한 명인 손종국 전 경기대 총장의 복귀로 논란이 더욱 확대됐다. 손 전 총장은 사학비리로 과거 구속까지 됐던 인물이다. 지난해에는 교수회에 고발당했다. 경기대 교수회는 손 전 총장의 직원 채용 비리, 법인이사회 인사권 장악 등을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대 이사회가 지난해 12월 ‘사립학교법시행령’ 부칙인 ‘개방이사가 먼저 선임되고 정이사가 선임될 수 있다’는 규정과 교육부의 지시사항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정이사 선임을 추진했다는 게 교수회와 총학생회 등의 설명이다.

대학 정상화 기대했지만 구 재단 영향력·교육부 책임 방기 등 난제 산적= 세 대학은 대학 정상화를 위해 임시이사에 있거나 임시이사 체제에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임시이사 제도는 부정·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사립대의 정상화를 위해 탄생한 제도다. 1988년 조선대를 시작으로 임시이사가 들어섰다. 임시이사는 교육부가 사분위에 선임 심의를 요청한다. 후보자는 대학구성원과 이해관계인 등으로 2배수 이상 추천을 받아 제출할 수 있다.

임시이사회가 꾸려지면 학교는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교육부가 임시이사 선임사유가 해소됐다고 인정하거나 사분위가 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이 보고한 정상화 추진 실적을 평가해 교육부에 정상화 추진계획을 통보하면 해당 학교 법인은 정상화 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임시이사 체제에서 정상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거나 정상화 됐다고 여겨진 뒤에 또 다시 대학에 내홍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시이사의 권한이 제한적이고 교육부의 사실상 방치와 구 재단 인사들의 영향력이 남아있다는 점이 그 배경으로 지목된다.

임시이사 체제에 있는 한 대학 관계자는 “임시이사 제도 자체가 문제라 할 수는 없지만 이사 구성에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대학과 교피아의 관계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임시이사 제도 한계 있어 제도 보완해야=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내놓은 ‘임시이사 선임 사립대학 운영 실태와 개선 방안’에는 2020년 7월 기준 전국의 일반대와 전문대 임시이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가 담겨있다. 이 설문조사에는 91명의 임시이사 중 40명이 응답했다. 그 중 응답자 65%가 ‘구 법인의 영향력을 느끼고 있다’고 대답했다. 40%는 “학내에 남아 있는 구 법인 관련 인사들로 인해 법인과 대학운영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임시이사의 제한적인 역할도 현행 제도의 한계를 가져온다. 대부분 임시이사 선임대학은 이전 이사들의 부정·비리에서 발생한다. 임시이사는 선임 사유를 해소하기 위해 이전의 이사들이 횡령한 금액을 환수하거나 이를 매울 재정기여자를 영입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임시이사들에게는 재산 처분권이 부여되지 않고 횡령 액수가 큰 경우에는 재정기여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 의원은 “교육부가 임시이사들의 역할을 매우 제한적으로 해석해 ‘현상 유지’ 이상의 활동을 사실상 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임시이사 제도가 ‘대학의 정상화’라는 목적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하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이 때문에 임시이사의 권학 확대, 교육부의 임시이사 대학 관리 강화 등 조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결국 이를 명문화 할 법 개정이 수반돼야 한다. 이미 국회에서는 사립대 임시이사 제도 개선을 위한 법안들이 발의 됐지만 계류 상태다.

서동용 의원은 “사립학교법을 개정해 임시이사 선임대학 지원을 의무화 하고 교육부는 임시이사들을 선임만 할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후속조치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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