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답안지 교수 4명이 평가, 편차 크면 다시 채점

대학들이 논술 채점의 공정성과 일관성을 기하기 위해 갖가지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점결과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답안지 한 개를 교수 여러 명이 돌아가면서 채점하거나, 편차가 크게 나타날 경우 재채점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들이 수시 전형에서 논술을 비중 있게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채점의 공정성 문제가 제기돼 왔다. 매년 수만명의 논술 답안지를 수백 명의 교수가 채점하는 데서 오는 학부모들의 불안감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지역 7개 대학을 표본 삼아 취재한 결과, 수험생 2~3만명의 답안지를 200명 정도의 교수가 열흘 정도에 걸쳐 채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들은 그러나 혹시라도 불거질지 모를 공정성 시비를 방지하기 위해 채점과정에 갖가지 안전장치를 도입하고 있었다. 오는 15~16일 수시 2-2 논술을 실시하는 성균관대의 경우 응시자가 4만여명에 달한다. 합격자 발표는 다음달 13일이며, 채점 기간은 2주 정도다. 성재호 입학처장은 “채점 교수 1인당 200명 분의 답안지를 채점한다”고 밝혔다.

성균관대는 4만명 중 약 3만명 정도가 시험에 응시할 것으로 예상한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걸려 응시를 포기하거나, 다른 대학에 지원하기 위해 논술을 보지 않는 비율을 30% 정도로 잡은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성균관대는 약 150명의 교수가 채점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성재호 처장은 “교수마다 발생할지 모를 채점 기준의 편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채점 교수 1인당 4문항 중 1문항만을 채점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한 학생의 답안지를 교수 4명이 평가토록 한다는 얘기다. 교수 1인당 채점하는 답안지 분량은 800개에 달하지만, 실제 채점분량은 200명분이 된다. 채점 기간은 2주간이다. 성 처장은 “교수들이 채점에 앞서 출제의도와 채점 기준을 숙지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매년 논술 출제와 채점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교수들이 팀별 간사로 참여한다”고 덧붙였다.

오는 23일 수시 2-2 논술을 실시하는 한양대는 지원자가 3만8000여명이다. 이중 30~40%의 지원자가 결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한양대는 최소 2만 명 이상이 논술을 보게 된다. 합격자 발표가 오는 12월 14일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1주일 남짓한 기간에 채점을 끝내야 한다.

차경준 입학처장은 “3~6명의 교수들이 한 팀을 이뤄 채점하고, 같은 팀 내에서 최소 8~9 점 정도 차이가 발생했을 때는 조율단계를 거친다”며 “만약 팀 내 조율이 안 될 경우 다른 팀이 다시 채점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3~4일 수시 2-1 논술을 실시한 서강대는 1만3300명이 응시했다. 총 3문항을 출제한 서강대도 220여명의 채점 교수가 6명씩 팀을 이뤄 열흘간 채점했다.

김영수 입학처장은 “총 3문제 중 한 문항 당 두 명의 교수가 평가토록 해 교수간 채점 편차를 최소화 했다”며 “한 교수가 한 문제만을 채점하는 것은 평가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3일 수시 2-1 외대프런티어 전형 논술을 실시한 한국외대는 총 8000여명이 응시했다. 채점 교수는 63명이었고, 채점 기간은 3일이었다. 교수 1인당 40여명분의 답안지를 하루에 채점한 셈이다. 한국외대는 3명의 교수가 팀을 이뤄 점수를 매긴 뒤 평균을 내는 방식을 택했다.

건국대는 지난달 27일 실시한 수시 2학기 논술에서 2만1천명의 답안지를 100명이 채점했다. 채점 교수 수가 적기 때문에 채점을 40일 동안 진행했다는 게 대학측의 설명이다. 문흥안 입학처장은 “채점위원들은 논술 고사 전에 4일 정도 교육기간을 가졌고, 시험 직후에도 샘플을 갖다놓고 채점 위원간 눈높이를 맞췄다”고 말했다.

오는 22일 수시 2-2 논술을 실시하는 고려대는 최대 3단계 채점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1, 2차의 채점 결과가 2등급 이상 차이 나면 3차 채점과정을 진행한다. 1단계 전형에서 학생부만으로 모집인원의 17배수를 선발한 고려대는 약 2만3000명 정도가 이번 논술고사에 응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점 기간은 이달 26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4만명이 응시한 지난해에는 350명의 교수가 채점에 투입됐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는 약 200명 정도의 교수가 채점위원으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도 오는 22일 수시 2-2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4만6000여명의 지원자 중 절반 가량이 응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수시2-2) 응시율은 46%로 1만6000명이 논술시험을 봤다. 이때 채점 교수 수가 273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도 교수 1인당 60명 정도의 답안지를 채점할 것으로 보인다. 연세대는 3명의 교수가 한 조를 이뤄 한 학생의 답안지를 채점한다.

아울러 통합논술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으면서 논술 채점에 대한 객관성 논란은 점차 수그러들고 있다. 정답의 범주가 정해져 있어 채점의 객관성을 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이종서 유니드림 대입연구소장은 “통합 논술이 보편화 된 이후에는 인문계의 경우 제시문을 요약하거나 제시문간의 관계를 파악하는 문제를, 자연계의 경우 답안에 들어가야 할 공식과 접근 방식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과거 보단 채점의 공정성면에서 나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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