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정성 부분에서 외국보다 양호한 편
노동시장 불평등이 입시 불평등 압도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토론회에서 발제하고 있는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공정성’ 문제를 교육의 문제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경기연구원(원장 이한주)과 한국사회학회(회장 장원호)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서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서 주관하는 ‘공정성, 지속가능성장의 조건’ 토론회가 25일 비대면으로 열렸다.

최성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교육과 공정성: 능력주의와 기회 불평등 사이의 흔들림’ 발제에서 “공정성이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 이후 노동시장에 청년들이 입직할 때의 문제에 가깝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공정성을 이해하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면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교육에서의 성공이나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사회적 성공이 오롯이 능력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능력주의적 성격’과 교육 및 사회에서의 성공이 타고난 가족배경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은 불공정한 것이라는 ‘기회 불평등적 성격’이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그는 “공정성 문제가 교육의 문제라면 최근까지 교육기회 불평등이 심해졌고 그것이 공정성 문제로 터졌다는 진단이 맞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기회 불평등은 학업성적이나 최종학력에서 가족배경에 따라 나타나는 격차로 흔히 측정한다. 가족배경이 학력을 경유해 사회적 성취로 이어지는 경로들의 중요성이 증가됐어야 하는데 입시전형 다변화와 2010년대 이후 장학금과 학자금 대출 확대 등에 따라 오히려 강화되기보단 완화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그 근거다.

‘25~44세 청장년층 대학 졸업 여부에서 나타나는 가족배경 격차’와 ‘15세 학생의 독해력 점수에서 나타나는 가족배경의 중요성’ 등의 국제 지표 비교를 보면 한국이 공정성 부분에서 외국보다 상당히 양호한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두 지표 모두 한국은 부모의 영향력이 낮은 편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미국과 한국을 비교하면서 “두 나라 모두 명문대일수록 저소득층의 입학 확률이 낮고 명문대를 나오면 소득 상위권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은 공통점이 있다”면서도 “한국은 서열에 따른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이 입시에서 나타나는 대학계층 불평등을 압도한다”고 짚었다.

공정성 담론이 불거질 때마다 함께 거론되는 능력주의도 공정성의 근본적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최 교수는 “능력주의가 부족하다고 본다면 해법은 능력에 따른 성취분배를 완벽히 이루기 위한 더 높은 수준의 표준화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한국사회 상황과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미 한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성취를 이루고 형평성도 높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에서 적절한 관점은 능력주의 자체는 인정하되 능력에 따른 불평등 정도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시장 불평등을 완화하는 노동시장 개혁과 경제적 능력 외 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가치에 대한 존중과 보상이 해법이라는 뜻이다. 최 교수는 “교육에 요구되는 과제는 공정성이 아니라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는 사고의 전환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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