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령화 속도 세계 1위…‘평생교육’ 중요성 상승
싱가포르, 모든 국민 핵심 인재로 육성…‘스킬스퓨처’
‘평생교육’ 정책 앞장서는 일본의 ‘리커런스교육’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한국대학신문DB)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평생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대한민국은 사교육 시장만 9조원 규모에 달하는 ‘교육왕국’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1학기 우리 국민들은 초중고 사교육비로 총 9조3000억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어떤 대학에서 학위를 땄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탓에 부모들이 대학 입시에 금전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면 대학을 졸업한 뒤 진행되는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은 미미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6년 국회입법조사처가 공개한 ‘연령통합적 관점에서 본 OECD 각국의 교육체계 비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생교육 참여율은 OECD 회원국(조사대상 18개국) 가운데 12위다.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평생교육 참여도가 높은 나라는 핀란드와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6년 기준 한국의 연령대별 평생교육 참여율을 살펴보면 △25~29세 9% △30~39세 2% △40세 이상 0% 등이다. OECD 평균인 △25~29세 16% △30~39세 7% △40세 이상 1% 등보다 낮은 수치다. 보고서는 평생교육 참여율을 25세 이상 65세 미만의 성인들이 정규교육과정과는 별도로 형식적·비형식적 방식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비율로 정의했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1위다. 지난 50년간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OECD 37개국 회원국 가운데 가장 빨랐다. 지금과 같은 고령화 추세가 이어진다면 2067년 우리 인구의 절반이 노인인 사회가 도래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최악의 인구 쇼크를 겪고 있는 한국에서 평생교육 괄시 현상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고령화 사회, 경제성장 전망과 대응방향’을 보면 “한국 경제의 고령화 현장은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여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고령층의 노동참여는 경제성장률 하락을 완충하는 동시에 고령인구 부양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KDI는 분석했다. 이어 “고령층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교육과 훈련 체계를 포함한 제반 여건 개선에 보다 많은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DI가 2019년 공개한 ‘미래를 준비하는 평생학습 지원체계 구축’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기술진보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자가 수요 변화에 적응하는 데 필요한 재교육·재훈련 즉 평생교육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쓰였다. 고령화 사회에서 경제 성장률을 지탱하려면 평생교육 확대가 절실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2017년 한국은행이 발표한 ‘인구고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인구고령화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2026년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0.4%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016~2025년 1.9%, 2026~2035년 0.4%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36년에서 2045년 사이의 경제성장률은 0%로 주저앉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한은은 정년 연장과 고령층 경제활동을 높인다면 경제성장률이 평균 0.4% 올라갈 것으로 진단했다.

■싱가포르, 국가 아젠다 지정 ‘스킬스 퓨처’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심각한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으면서도 평생교육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과 사회·문화적 배경이 비슷한 점에서도 참고 가치가 높다고 KDI는 설명했다.

박윤수 KDI 연구위원은 “싱가포르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며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기 위한 교육열도 높고 평생교육 특히 직업훈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부정적인 점 등 교육·훈련과 관련한 제반 여건이 우리나라와 유사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이에 전 국민의 평생교육 참여와 포괄적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5년부터 스킬스 퓨처(SkillsFuture)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가까운 미래에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것이 예상됨에 따라 재교육·재훈련을 통해 국민 개개인의 생산성을 높이고 은퇴 연령을 늦추겠다는 취지다.

2017년 최영섭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SkillsFuture 등 싱가포르 직업훈련체계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교육부의 대학, 평생교육 기능과 노동부의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등교육·스킬(higher education and skills) 담당 장관을 둬 스킬스 퓨처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만 25세 이상 전 국민에게 약 42만원(500SGD)의 스킬스 퓨처 바우처를 제공해 평생교육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바우처는 평생 소멸하지 않고, 국내외 온·오프라인 강좌 수강에 활용 가능하다. 일례로 3시간 정도의 컴퓨터 기초 강의부터 5년이 소요되는 법학 학사 과정까지 다양한 강좌에 사용 가능하다.

또 싱가포르는 개개인이 진로와 학습에 관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교육·훈련·노동 시장에 관한 다양한 정보와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평생교육·훈련 강사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강사들을 대상으로 교수학습법(pedagogy)을 지도하고, 심사를 거쳐 ‘Adult Educator’ 자격을 부여하고도 있다.

정지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명예연구위원은 “싱가포르는 모든 국민이 평생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중요성을 인식해 2015년 ‘스킬스 퓨처’를 국가 핵심의제(agenda)로 내걸었다. 모든 국민을 핵심 인재로 육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며 “학생부터 사회초년생, 오랜 경력을 보유한 기술자까지 정부가 평생 직업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모든 국민에게 바우처를 제공하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와 노동부가 예산을 같이 활용하는 등 평생직업교육을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평생교육·훈련 프로그램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수강생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만족도와 실생활 유용성 등도 주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여기에 재직자의 훈련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기업에서 훈련 참여에 따른 결원이 발생한 경우, 심사를 통해 훈련 참여 근로자 인건비의 95%를 보조한다.

싱가포르의 스킬스 퓨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고령화 사회로 평생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전 국민의 평생교육 활성화를 통해 국가의 경제의 경쟁력 제고를 목표로 시행한 정책이다. 한국의 경우도 향후 새로운 기술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일본, 평생교육 위한 사회적 시스템 마련 = 일본은 이미 1970년부터 고령화 사회를 겪었다. 우리나라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것과 비교해 30년이나 앞서 문제를 겪어 왔다.

일본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평생교육’을 강조한다. 일본의 ‘교육기본법’을 보면 제3조에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의 인격을 닦아 풍부한 인생을 보낼 수 있도록 생애에 걸쳐서 모든 기회, 모든 장소에서 학습할 수 있고 성과를 적절히 살릴 수 있는 사회 실현을 도모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 법을 근거로 국민 모두의 ‘가능성’과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평생교육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사회교육의 진흥 방책을 검토하고 직업에 필요한 지식, 기술을 전 생애에 걸쳐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나온 ‘일본 생애학습의 연구 동향’ 보고서에서 최은수 숭실대 교수는 “일본은 ‘생애학습’을 위해 문부과학성의 생애학습정책국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생애학습 진흥 종합시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특히 ‘중앙교육심의회답신’에서 광역자치단체에 ‘생애학습추진센터’를 설립하고 행정·교육·민간의 사회교육 활동, 생애학습 부문 인재양성, 연수 등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썼다.

일본은 평생교육 정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일본은 ‘몇살이 돼도 다시 배울 수 있는 리커런스 교육’을 주요 의제로 설정하고 2017년 ‘인생 100년 시대 구상 회의’를 설치했다. 리커런스 교육은 사회인이 학교로 되돌아가 받는 교육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문부과학성은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는 교육기회를 확충하기 위해 대학과 대학원, 단기대학, 고등전문학교 내에 ‘직업실천력 육성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에 의해 인정된 프로그램 가운데 일정한 요건을 채우게 되면 후생노동성의 교육 훈련 급부 제도의 대상이 된다. 이 경우 학습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일본 정부의 평생교육에 대한 특이점은 또 있다. 바로 ‘사회교육법’에 따른 사회교육시설로 ‘공민관’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 생애학습의 연구동향’ 보고서를 보면 “공민관은 지역주민활동의 거점, 생애학습의 지방분권화 수단으로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한국의 평생교육 시책이 국가 차원에서 추진되는 것과 달리 일본은 국가 차원뿐 아니라 지역이 중심이 돼 생애교육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고 쓰였다.

일본은 생애학습을 추진하기 위해 학교교육과 사회교육 등을 실천하고 있는 기관·단체에 대해 상호연계에 대한 원조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계와 협동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평생교육 추진과 관련해 교육부·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들에서 정책과 사업은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지만 부처 간 조율과 총괄의 기능은 미약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평생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이러한 점에서 싱가포르와 일본의 평생교육 관련 정책들이 우리나라에 던져주는 시사점은 상당해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