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란 호남대 AI빅데이터연구소장(컴퓨터공학과 교수)

백란 호남대 AI빅데이터연구소장(컴퓨터공학과 교수)
백란 호남대 AI빅데이터연구소장(컴퓨터공학과 교수)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은 모든 사회 분야에 활용될 수 있습니다. 금융 분야처럼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에서 AI 기술 활용은 민간에 맡겨도 됩니다. 대신 소위 돈이 되지 않는 아동학대와 같은 분야에서는 정부가 나서야 합니다.”

백란 호남대 AI빅데이터연구소장(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지난 5일 본지 인터뷰에서 ‘정인이 사건’과 같은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것을 포함해 모든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백 소장은 지난해 12월 한국여성정보인협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한국여성정보인협회는 국내 최초 정보과학기술 분야의 여성 단체다.

■“정부, 복지 분야 AI 활용 개입해야” = 백 소장은 이른바 ‘AI 사각지대’ 분야의 경우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와 노인복지 등 사회문제는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분야이기 때문에 여전히 AI 활용은 더딘 상황이다. 막상 AI 기술을 개발해도 수요가 없다는 것이다. 금융과 광고 등 수익 창출이 가능한 분야에서 AI 기술이 활발히 기능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금융 분야에서 챗봇이 늦은 밤까지 상담을 해주는 등 이 분야에선 AI 기술이 활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아동학대나 노인복지와 같은 분야는 아직 그렇지 못하죠. 이 쪽은 금융처럼 AI 기술에 대해 수요가 높은 분야는 아니니까요. 수요가 없으니 그만큼 AI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도 없을 수밖에요.”

그는 이와 같은 상황을 ‘AI 양극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AI 기술을 얼마나 능숙하게 활용할 수 있는지는 ‘AI 기술 활용 빈도’와 정비례 관계에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활용 빈도가 잦은 사람은 능숙한 반면 기술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활용 빈도 역시 적다는 것이다.

이 논리로 보면 사회복지 분야는 AI 기술 활용 면에서 심각한 수준이다. 심지어 단순히 AI 활용을 못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들이 가난과 질병에 방치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그는 “마치 빈부격차와 같은 현상이다”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정부가 데이터 구축과 같은 기술적 비용,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비용 등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제일 중요합니다. 구축한 데이터를 활용할 전문가들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정부는 이 부분을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아동학대 방지’에서 AI가 순기능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I 기술을 활용해 ‘부모의 정신 상태’ ‘과거 입양 이력’ 등을 데이터화 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조언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의 말처럼 AI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서 세워진 국제 단체 ‘쏜(Thorn)’을 사례로 들었다. 쏜은 아동 성착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기관이다.

“아동 성착취 구조를 파악하는 데에도 AI가 활용됩니다. 온라인 성매매 사이트에 올라오는 수십만 개의 게시물을 AI가 분석하는 것이지요. 쏜은 이를 통해 약 3만5000건의 아동 성착취 현장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아동 성착취 전체 건수의 4분의 3 가량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도 입증할 수 있었습니다.”

아동학대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에도 AI는 유용하다. 쏜은 아동학대로 추정되는 이미지 약 590만 건을 분석했다. 아동학대로 발전할 확률이 높은 유형들을 모니터링 하는 작업이다.

“예를 들어 부모가 아이의 손을 잡고 길을 걷는데 무작정 아이를 끌고 간다고 가정해 볼까요. AI는 그런 행동을 보는 즉시 아동학대위험군으로 지정해 모니터링에 들어갑니다. 모니터링 사실을 부모가 알게 되면 아동학대 전력이 있는 부모들의 경우 조심하게 될 것입니다.”

그는 모니터링이 결국 예방 효과를 높이는 데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후 18개월 유아부터 14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AI 기술을 적용한 결과 실제 21건의 아동학대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결과도 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 네트워크 구축 필요 = 백 소장은 AI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학대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AI 전문가뿐만 아니라 의료진, 돌봄기관 관계자가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AI 전문가들만 모여서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을 만든다면 특정한 상황에서만 작동하게 될 것”이라며 “실제 현장에서는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를 확보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전략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에서 2017년 개발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언급하면서 그는 “아동의 장기결석 여부, 영유아 예방접종 실시 여부 등 정보를 분석해 보호필요아동이라 추정되면 각 읍면동으로 자동 통지한다. 통지를 받은 공무원은 해당 가정에 방문해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경찰이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계한다”며 “더욱 많은 데이터를 미리 구축해 놓을수록 활용 가능성은 더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AI 전문인력의 핵심역량은 전공지식 = AI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런 만큼 전문인력에 대한 수요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백 소장은 AI 전문인력의 필수 능력으로 “각 영역의 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는 능력 즉 전공분야의 지식과 응용성, 데이터를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능력”을 꼽았다.

그는 또 AI 기술을 구현할 때 ‘소통 능력’이나 ‘감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감성에 민감한 여성이 전문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여성들은 대화할 때 상대방의 심리를 더 잘 파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AI 의사는 그렇지 않죠. AI 의사는 ‘선생님, 치료 끝났습니다’라면서 사실만 말합니다. 하지만 환자들은 수술 뒤에 심리적 안정성이 있어야 회복할 수 있잖아요. 이런 측면에서 여성의 감성이 AI와 결합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 수 있는 것이죠.”

AI의 단점이라면 부족한 감성을 들 수 있는 만큼 여성 전문인력이 이를 보완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년퇴임이 5년밖에 남지 않아서 마음이 조급해지더군요. 시대가 발전하면서 신기술은 계속 또 나올텐데 학생들이 잘 적응할 수 있는 교육모델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AI 기술 활용’ ‘전문인력 양성’을 놓고 그가 그리는 밑그림은 어떻게 완성될까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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