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줄곧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입 정책 실패가 드러난 결과라고 평가했다. 앞으로도 고등학교 사교육비는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고등학교 사교육비 지출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내신의 지배력을 낮추고 수능 난이도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대안들이 나왔다.

교육부가 3월 발표한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사교육비 총액은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2020년 사교육비 총액 및 참여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전년 대비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고등학교에서는 사교육비 총액이 소폭 증가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지난해에 비해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대입 정책 실패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안선회 중부대 교수(전 한국교육정치학회 회장)는 “학생부 중심의 수시전형으로 인해 고등학생 사교육비 지출이 늘어났다”며 “정부가 정시확대를 주문했지만 이는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적용되는 데 불과했다. 전반적으로 대입에서 여전히 수시 학생부 전형이 압도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시를 확대하더라도 대학이 정시 수능 전형에서 교과평가를 적용할 경우에는 정부가 사교육비를 줄이겠다고 시도한 정책의 효과를 ‘무력화’할 수 있다”며 정시 확대 정책이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비판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정시를 확대하는 기조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수시전형에 대한 컨트롤이 제대로 안 됐다. 논술 전형, 특기자 전형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고 했지만 소폭 축소에 그쳤다”고 밝혔다.

대입 예측 불가능성이 고등학교 사교육비 지출을 부추겼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 정책국장은 “바뀔 대입제도의 모습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해 불안감이 나타나 사교육 시장에 고등학생들이 몰린 것”이라며 “교육과정 개정을 앞두고 대입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지만 정부는 교육과정 개편에 따라 어떻게 대입제도를 개편할 지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번 초·중·고등학교 사교육비 지출 결과는 코로나19의 불안감과 대입에 대한 불안감이 동시에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도 이어진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은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강해 위험요소라 여겨진 학원 접근 자체를 줄였다고 본다. 반면 고등학생, 특히 대입을 앞둔 고3의 경우에는 대입에 대한 긴장감이 더 컸다”며 “지난해 전국단위 모의고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등은 물론 수능까지 코로나19로 연기되면서 입시를 앞둔 고3은 비상 상황이었다. 학교 내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 상황에서 고3은 물론 고1과 고2 사이에도 긴박감이 조성됐고. 사교육에 의존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올해도 고교 사교육비는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 교수는 “수시와 정시에서 내신 사교육비 지출이 필요한 상황은 고착화됐다. 고교 사교육비 지출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내신 경쟁이 필요한 대입 제도 하에서는 고등학교 사교육비가 줄어들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 역시 “고등학교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들 만한 큰 요인은 없다. 코로나19로 위험요소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도 오히려 완화된 분위기”라고 말했다.

날로 늘어가는 고교 사교육비 지출을 잡기 위해서는 수능 중심으로 대입을 개편해 내신 지배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안 교수는 “대안은 간단하다. 대입 전형에서 내신을 반영하지 않고 수능점수를 중심으로 선발하는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사교육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를 보면 ‘학교수업보충’이 50.0%, ‘선행학습’이 23.7%였다. 내신 사교육 비중이 압도적이었다”며 “수능도 사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수능 사교육은 고3에 보통 이뤄지는 반면 내신 사교육은 고등학교 3학년 내내 그리고 그 이전에도 이뤄진다는 점에서 비중과 총합이 다르다”고 꼬집었다.

대입제도 개편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수능 난이도를 조절해 사교육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구 정책국장은 “대입제도 개편 방향을 빨리 발표해야 한다. 개정 교육과정 발표 때, 세부 전형까진 아니더라도 대입제도 개편 방향성에 대한 언급은 필요하다”며 “수능 난이도의 적정화도 필요하다. 2017학년도 수능부터 이어져 온 ‘불수능’ 기조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고교서열화를 해소해 사교육비 지출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당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구 정책국장은 “고교서열화를 해소하겠다며 2025년부터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한다고 했지만 이 정책이 실효를 거둔다고 하더라도 2025년 이전에 효과를 보긴 어렵다. 학원 설명회를 가면 2025년 전환이고 그 마저도 ‘예정’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 교수는 “이번 통계에서 초등학교 사교육비는 줄어들었는데 이는 일반고 전환 정책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한다. 초등학생 층에서는 특목고·자사고 진학을 위한 내신 사교육을 받을 이유가 줄어들었던 게 영향을 끼친 것이라 본다. 중학생 사교육비 지출 역시 같은 이유로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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