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인 전주대 총장

이호인 전주대학교 총장
이호인 전주대학교 총장

올해 대학 입시 결과를 보면서 숫자놀이를 좋아하는 이들은 몇 년 후에 몇 개의 대학이 문을 닫을 것인가를 계산하곤 한다. 이미 시골에 있는 수많은 초·중·고등학교는 문을 닫거나 통합됐다. 이제 그 아이들이 성장해 대학에 입학할 나이가 되니 대학이 문을 닫을 차례가 됐다는 것이다.

현실로 다가온 인구절벽의 시대에 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교육자 혹은 정치인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뉴노멀의 시대를 맞아 미네르바 대학과 같이 교육을 혁신해야 하며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같은 첨단분야를 다루는 학과를 신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대학이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하며 수도권 대학부터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혹자는 경쟁력이 없는 대학은 문을 닫아야 하며 정부는 대학에 퇴로를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양한 주장을 모두 수용해 대학이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교육과정을 혁신하며 정부가 이에 부응해 대학에 엄청난 재정을 투입한다면 대학의 위기가 해결될까? 이러한 노력이 현재보다 조금 더 나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있겠지만 어느 대학인가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수급 불균형의 한정된 시장에서 경험하게 되는 보편적 진리이자 필연적 결과다. 공급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 것이며 이는 ‘인구’의 문제로 귀결된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New Ideas From Dead Economists)》로 유명한 토드 부크홀츠(Todd G. Buchholz)는 저서 《다시, 국가를 생각하다(The Price of Prosperity)》에서 “국가가 부유해질 때 출산율은 전반적으로 떨어진다”고 했다. 출산율의 하락은 경제적, 정치적 번영에서 비롯된다는 주장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도 스파르타가 거대한 성공을 거두고 난 후 인구가 서서히 줄어들었다고 기록했다. 스파르타는 인구 감소로 멸망했다는 것이다.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자녀 수가 적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대학의 발전은 국민의 교육 수준을 높여서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번영을 가져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다음 세대에 입학자원을 감소시켜 대학 스스로를 존립 위기에 직면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이 고등교육 의무를 다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상호모순적 현상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대학의 미래가 불확실한 시대다. 그러나 대학의 생존 문제를 넘어 국가의 생존을 걱정하면서 ‘인구’라는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여 명으로 인구학자들이 주장하는 마지노선인 30만 명이 무너졌으며 사망자 수는 30만여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가 자연 감소로 돌아섰다. 합계출산율도 1971년에 4.5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계속 감소해 지난해에는 OECD 37개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한 명도 안 되는 0.84명을 기록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10.1%에 달한다. 구직 단념자는 75만2000명에 이른다.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130조 원이 넘는 엄청난 예산을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부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정책 실패가 더해져 출산율이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에 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를 낳는 것은 자신의 젊음을 모두 포기하고 노후까지도 무거운 짐을 져야 할 만큼 위험한 일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를 이어갈 청년들에게 주는 꿈과 비전은 무엇인가? 정부는 ‘제2의 스파르타’ ‘인구 소멸 국가 1호’가 되지 않겠다는 각오로 교육, 주거, 육아, 문화 등 전 영역에서 청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펼쳐야만 할 것이다. 개천에서 용이 나며 흙수저가 금수저가 되는 꿈을 꿀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뉴노멀 시대에 걸맞게 사회와 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창의융합적 실무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영토, 국민, 주권은 국가의 3대 요소다. 다음 세대에게 반 토막이 난 국민을 물려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앞선다. 국민의 수가 절반이 된다면 대학도 절반이 문을 닫게 되겠지만 이론적으로 교사,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자 모두 절반이 되고 내수시장의 규모도 절반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험과 통계로 보건대 안타깝지만 정부의 어떠한 정책으로도 합계출산율을 1명 이상으로 높이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부족한 인구를 채우기 위해 유일하게 남은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민정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5세 이상 국내 상주 외국인은 약 138만 명이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7%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캐나다, 스웨덴 등 선진국의 이민자 비율이 대부분 10~20%를 넘고 있는 것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인구 유입정책으로 이민을 확대함에 있어서 고려할 사항은 이민의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활용하는 교체순환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해 정주형 이민자의 유입을 확대할 것인지의 문제다. 우리 정부가 채택한 정책은 소위 3D 업종의 부족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사용되는 교체순환 방식이다. 블루칼라 노동자가 주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은 우리나라 인구를 늘리거나 혹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에 주도적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미래에는 어떤 이민정책으로 누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투자이민, 과학기술자, 해외동포 등이 우선될 수 있다. 그러나 이들만으로 인구 증가에 그리 큰 효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가능한 대안은 외국인 유학생이다. 그들은 이미 우리 문화에 익숙하고 한국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전공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지속적 경제성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캐나다에서 시행하는 ‘졸업 후 취업비자(Post-graduation work permit)’가 예가 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 학업 기간에 따라 2년 또는 4년 동안 조건 없이 체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것이다.

‘졸업 후 취업비자’ 제도의 도입은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확대시킬 뿐만 아니라 2019년 기준 약 33억 달러(한화 약 3조7000억 원)에 이르는 마이너스(-) 유학 수지를 개선해 국가 경제력 제고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대학은 신입생 미충원에서 오는 폐교 위기를 벗어나게 될 것이고 부족한 내국인 학생 모집에 매달리지 않고 학사제도, 교육 프로그램을 외국인 유학생에 특화하는 대학들도 상당수 나타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는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학생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반론을 펼 것이다. 그러나 2019년 기준 전문학사부터 박사학위 과정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은 총 10만여 명인 반면 우리나라 15~64세 인구가 2030년까지 매년 평균 34만 명씩 감소할 것이라는 통계와 비교할 때 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내국인 학생들의 경쟁력을 향상하는 긍정적인 동기로 작용할 것이다.

본지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희망 대한민국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코로나19, 학령인구 감소 등 어려움에 직면한 대학들을 격려하고, 희망의 메시지로 내일을 향해 나아가자는 취지에서입니다. 캠페인은 참여한 대학 관계자 및 저명인사들이 다음 주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다음 기고자는 김동원 전북대 총장입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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