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으로 나서는 경남지역 ‘공유형 대학모델’ 눈길
대전·충남·세종-대구·경북도 각각 혁신 모델 앞세워
사업 선정 불발 시 타격도 클 것으로 예상 돼

지난달 5일 열린 '제1차 지역혁신 플랫폼 협의회'에 유은혜 부총리가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달 5일 열린 '제1차 지역혁신 플랫폼 협의회'에 유은혜 부총리가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대학 간 연합에 가속도가 붙었다. 특히 입학생 미달 등으로 어려움에 직면한 지역 대학에서 연합 모델이 활발하게 구성되고 있다. 각자도생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올해 대입 모집에서 지역 대학의 성적은 처참했다. 정시모집에서는 ‘사실상 미달’ 수준인 3 대 1 미만을 기록한 대학이 대거 속출했다. 전국 17개 대학이 평균 경쟁률 1 대 1에 미치지 못했다. 이들 중 약 76%가 지방 소재 대학으로 분석됐다. 이 여파는 군소 사립대뿐 아니라 국립대도 피하지 못했다.

지역 대학의 어려움이 커지면서 과거 경쟁 대상이었던 대학은 상생과 보완의 관계가 되고 있다. 같은 지역 범위에 있는 대학들은 서로의 우군이 되는 셈이다. 낮은 수준의 학점교류부터 나아가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힘을 모아 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스타트 끊은 경남혁신플랫폼 ‘USG’ = 무엇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경남 지역의 USG 모델이다. 경남도는 지난해 8월 교육부의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지역혁신 플랫폼)’에 선정되면서 ‘경상남도지역혁신플랫폼’을 탄생시켰다. 경남도와 교육청 17개 대학, 기업과 지역혁신기관 49개가 참여하는 거대 플랫폼이다. 총괄대학인 경상국립대를 필두로 경남대와 창원대가 중심대학 역할을 하면서 총 17개 대학이 함께하는 모델이다.

그 중 주요 모델이 기업 수요 맞춤형 공유형 대학모델(University System of Gyeongnam, USG)이다. 3개 대학을 중심으로 핵심 분야별 혁신인재 양성을 목표로 △스마트제조엔지니어링 △스마트제조ICT △스마트공동체에 집중한다. 1·2학년 과정은 공통교양 플랫폼을 통해 이수하고, 3·4학년 과정은 중심대학에서 개발한 융·복합전공, 자기설계전공 등으로 이수해 공동·복수학위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대학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지역혁신기관에 맞는 지역인재를 육성해 지역발전을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게 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은진 경상남도지역혁신플랫폼 총괄운영센터장은 “지역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만들어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경남 지역이 스마트제조에 집중한 이유에 대해 이 센터장은 “경남은 제조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력을 만들어야 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위해 ICT 분야가 필요하다”며 “관련 인력을 1000여 명이나 배출하지만 실제 취업률도 낮고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충남대가 '지역혁신 플랫폼' 협업위원회를 개최 했다. (사진= 충남대)
충남대가 지난달 '지역혁신 플랫폼' 협업위원회를 개최 했다. (사진= 충남대)

■미래 모빌리티 혁신·생태계 조성에 초점, 대전·세종·충남 = 대학-지자체 간 연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 중 하나는 대전·세종·충남 지역이다. 대전·세종·충남 지역의 대학은 공공기관, 기업 등과 손을 잡고 지역혁신 플랫폼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대전·세종·충남 23개 대학을 비롯해 21개 기관, 70개 기업이 충남대에서 협약식을 가졌다. 교육부가 올해 지역혁신 플랫폼 복수형 1개를 신규 선정하는데 세 지역의 대학과 기관, 기업이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대전·세종·충남권은 ‘미래 모빌리티 혁신·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모빌리티 소재 부품장비, 모빌리티 ICT 등 2개 핵심 분야와 8개의 소과제를 설정하고 대전은 센서, 통신, 인공지능(AI), 세종은 모바일 서비스, 충남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배터리, 전자부품 등 산업 수요를 중심으로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지역은 상호협력을 통해 인재양성과 기술고도화, 기업지원, 창업생태계 구축을 추진한다.

충남대를 비롯한 참여대학은 연구소, 기업체 등과 함께 공유대학(공동학위), 나노학위과정 개설, 모듈형 학점제 등 교육혁신을 통한 전문 실무인재 양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USG 모델 보다 세분화…대구경북혁신대학 추진 = 대구·경북 지역 역시 20개 대학이 손을 잡았다. 이들 대학은 지역 산업에 맞는 혁신 인재 양성을 이한 ‘대구경북혁신대학’ 설립 추진 계획을 밝혔다. 참여대학은 경북대, 대구대를 중심으로 영남대, 계명대, 대구가톨릭대 등 20개 대학이다. 앞서 3월에는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시도교육청 등 주요 혁신기관과의 협약도 체결했다.

대구·경북 지역은 지역혁신 플랫폼의 추진 과제로 대구경북혁신대학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경북 지역의 사업 핵심 분야인 전자와 정보기기, 모빌리티 부품 등 육성을 위해 지역 대학에서 공동 교육과정을 개설·운영하게 된다.

대구경북혁신대학은 경남의 USG 모델에서 좀 더 세분화 된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우선 연간 1000명의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참여 대상인 학생은 전공자, 비전공자, 전문대 학생으로 나눠 △혁신인재 △전문인재 △실무인재로 구분한다. 각 인재형에 맞춘 학위 과정을 제공할 계획이다.

경북대 기획처 관계자는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수도권으로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문제가 많다”며 “인재의 지역 정착을 유도하고 지역의 산업 발전을 이루는 교육과 산업 전반의 위기 타개를 염두에 뒀다”고 설명했다.

■5월 지역혁신 플랫폼 신규 선정 발표에 주목 = 교육부는 2월 ‘지역혁신 플랫폼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2020년 4개 지방자치단체에 국비 1080억 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는 8개 내외 지자체로 사업을 확대해 국비 1710억 원을 들이는 대규모 사업이다. 5월 중으로 복수형 신규 1개와 전환 1개가 지역혁신 플랫폼에 선정된다.

앞서 언급한 대전·세종·충남 지역과 대구·경북 지역도 이번 지역혁신 플랫폼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나 지역 대학이 여러 어려움에 직면한 만큼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 대학들은 이번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사업에 선정되지 못하면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학 간 연합체뿐 아니라 지자체와 지역 기업 등이 대거 참여하는 모델인 탓이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사업에 선정되지 못할 경우 이 모델을 계속 추진할지는 미지수”라며 “지역 내 대학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참여하는 등 대규모 사업이기도 하고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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