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정재영 서강대 로욜라도서관 학술정보기획팀 부장

기술의 발전이 놀랍도록 빠르다. 3D 프린터의 등장으로 입체적 사물의 복제가 가능해졌고, 스마트폰에서 개인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을 지닌 손목 위 스마트워치로 바뀌고 있다.

검색엔진도 마찬가지다. 전자기기의 발달과 검색엔진의 기능 향상은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획득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의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이미 구글은 전 세계에서 출판되는 모든 책을 디지털로 바꾸고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디지털도서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물론 거대출판사와 저작권자의 반대, 그리고 저작권법에 막혀 주춤하고 있지만, 일반 이용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어 향후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근 사물인터넷, 빅데이터와 결합한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인지 및 판단능력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지식정보사회의 판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으로 예측된다.

이와 같은 변화는 도서관 이용자들의 행동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가상공간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도서관을 찾을 이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도서관을 찾는 이용자들이 책과 정보를 찾기 위해, 사서의 도움을 받기 위해, 그리고 이용자 교육을 위해 방문한다는 응답보다 다양한 공간을 즐기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의 역할과 서비스는 어떻게 변화돼야 할까. 다음의 질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미국 일리노이대(University of Illinois) 전략보고서를 보면 도서관이 추구해야 할 미래 가치와 전략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 대학 내에서 도서관만이 할 수 있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 이용자가 도서관에서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 다른 기관이나 부서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다른 부서나 기관에서 할 수 없고 도서관과 사서만이 할 수 있는, 그리고 이용자들이 도서관이기 때문에 원하는 서비스는 무엇일까?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도서관에서 기존에 제공하던 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역할, 혁신에서 답을 찾을 필요가 있다. 이제까지 했던 모든 역할과 서비스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게 적응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용자는 정보를 찾는 방법이 아니라 ‘답’을 원한다. 편리하고 빠른 답이 이용자에게 더 중요하다. 검색엔진과 스마트폰에 익숙해져 있는 이용자에게 복잡한 정보검색 방식에 대한 교육은 지루하고 따분할 뿐이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답이 나오길 원한다. 도서관 건물 또한 통제되고 조용한 공간이 아닌 자유롭게 소통하고 다양한 경험이 가능한 공간이길 원한다. 대학도서관의 ‘공간’이 특별한 ‘장소’가 될 수 있는 ‘수많은 정보’가 특화된 ‘나만의 정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코로나로 시작된 대학교육 방법의 변화는 대학도서관의 역할과 서비스에도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도서관에서 웹 DB와 이북(E-Book)을 포함한 디지털 자료 확보와 가상공간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이 정도의 변화로 대학도서관의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대학도서관과 사서는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수많은 정보 중 최적의 자료를 찾아내 평가하고 조직하는, 그리고 이용자들의 다양한 창의적 활동을 지원하는 디지털 큐레이터(Professional Digital Curator)의 역할을 해야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혁신(革新)’은 “묵은 풍습,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지금 대학도서관에 필요한 것은 ‘변화’가 아닌 ‘혁신’이 아닐까.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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