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언어+사회’ - 자연계 ’수리+과학’ 두드러져

2009학년도 정시모집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점수제로 바뀌면서 많은 대학들이 수능 성적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더욱이 작년 정시모집에서 수능 우선 선발 전형에 지원자가 대거 몰린 데서 알 수 있듯 대학 입장에서는 수험생들이 부담을 느끼는 논술고사를 굳이 실시할 필요도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올해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2008학년도 58개 대학에서 13개 대학으로 줄었다. 수도권 주요대학 가운데서도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인하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학이 논술고사를 폐지했다. 서울대와 인하대는 올해에도 인문계열 뿐 아니라 자연계열에서도 논술고사를 실시한다.

200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은 경인교대·고려대(서울)·대전가톨릭대·부산가톨릭대·서울교대·서울대·선문대·수원가톨릭대·연세대(서울)·영산선학대·인천가톨릭대·인하대·춘천교대가 전부다. 그나마 연세대와 고려대는 자연계열을 제외한 인문계열 모집단위, 인하대 ‘다’군 모집, 선문대는 통일신학부에 한해서만 제한적으로 실시한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논술고사는 대학에 따라 실시 모집단위와 반영 비율 등에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희망 대학과 모집단위의 논술고사 실시 여부는 물론 반영비율과 반영단계 등을 꼼꼼히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9학년도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를 실시하는 대학이 감소했다고 해서 논술고사를 등한시하는 것은 금물이다. 입시 전문가들은 실제로 올해와 같은 점수제로 실시됐던 2007학년도 이전의 경우 서울대·연세대 등 주요대학에서 적게는 11%에서 많게는 25%의 수험생이 논술고사로 인해 당락이 뒤바뀐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09학년도 논술고사는 대체로 2008학년도 통합논술의 경향 및 특성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대학 자율화 정책에 따른 논술가이드라인 폐지로 통합논술의 출제 경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수준 높은 제시문의 독해와 이해 능력,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과 고도의 응용 능력 등을 평가하기 위해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논술은 특정한 개별 교과목이 아니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모든 교과목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체로 인문계열은 인문계 과목끼리, 자연계열은 자연계 과목끼리의 통합에 치중하는 편이다. 인문계열은 언어와 사회영역의 통합을 중시하고, 자연계열은 수리와 과학을 중심으로 통합하려는 경향이 엿보인다.

통합논술이 확실하게 논술고사 형식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출제방식도 단일논제 제시에서 복수의 세트형 논제로 바뀌었다. 자료를 분석하고 견해를 제시하는 유형이 주를 이루었던 과거 논술고사와 달리 최종적인 결과물뿐 아니라 그에 이르는 과정까지 묻는 문제 유형이 증가한 것이다.

또한 제시문의 핵심 내용과 주제를 요약·정리하는 문제, 제시문을 분석해서 비교·대조하는 문제, 복수 제시문 간의 관계를 분석해 서로 비판·반박하거나 상위 범주로 묶는 문제, 특정 원리를 일상생활에 적용하거나 추론하는 문제, 제시문과 유사한 현실 상황을 예로 들고 해결하는 문제 등 이전보다 다양한 논제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단, 교육대학의 경우 다른 대학의 논술고사와는 차이가 있다. 교대 논술고사는 대부분 자료제시 형태다. 100분 정도의 시간 동안 1000~1400자 내외의 답안을 작성하는 문제가 주로 출제된다.

과거 논술고사의 경우 제시문이 주로 고전에서 발췌된 데 비해 통합논술에서는 교과 관련 지문의 발췌가 두드러진다. 인하대 도윤정 논술연구교수는 “인문계 논술은 고등학교 교과서와 다양한 저작에서 발췌하거나 출제위원들이 직접 작성하기도 한다”며 “수리논술의 경우에도 제시문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언급된 내용을 그대로 옮겼거나 조금 더 보완해 학생들이 전문적인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지 않더라도 제시문에 주어진 내용만으로 논제를 풀 수 있도록 구성한다”고 말했다.

도 교수는 “인문계 논술은 답안이 문제의 요구사항과 조건을 충족시키는지, 특히 자신의 견해를 제시할 때 논지가 명료하고 일관되며 분명하게 하나의 입장을 선택했는지 등이 평가기준이 된다”며 “수리논술의 경우 제시문에 주어진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적절하게 인용하는지, 수학적인 개념을 적절히 적용할 수 있는지, 정확한 수식을 사용해 논리적으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다”고 귀띔했다.

김영일 김영일교육컨설팅 대표는 “올해 입시부터 논술고사 출제 가이드라인이 없어지면서 일부 대학에서는 영어지문이나 수학, 과학 교과의 내용을 토대로 하는 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 있다”며 “기출 문제를 꼭 점검해 대학별로 변화되는 출제 경향을 사전에 파악해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통합논술 TIP] 


□ 기출문제 점검은 필수= 대학마다 선호하는 문제 형식이 있다. 각 대학의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기출문제를 살펴보고 출제 경향을 파악하면 적은 시간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대를 제외한 연세대와 고려대, 인하대 등은 올 들어 발표한 모의논술 및 논술 예시 문항, 수시 논술고사 문제 등을 토대로 정시 논술고사에 대비하면 된다. 서울대는 수시와 정시 논술고사의 출제 경향이 다른 것에 유의해야 한다.

□ 독해력 향상에 주력하라= 주요대학의 예시 문항이나 모의논술로 미뤄볼 때 2009학년도 정시 통합논술은 제시문의 철저한 독해를 요구하는 논제들이 많이 출제될 전망이다. 따라서 빠른 시간 안에 제시문의 주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폭 넓고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글에 대한 이해 능력을 높이고, 어휘력과 배경지식을 쌓아두어야 한다. 특히 논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 권을 읽더라도 깊이 있는 독서를 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 제시문의 다양화에 대비하라= 통합논술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의 고전, 교과서 내용, 소설 등 문학작품, 신문기사나 칼럼, 지도, 도표, 그림 등 제시문의 형태가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스스로 교과서 내의 주제를 정해 이와 관련된 도표나 그림을 수집하고 이 주제에 관한 창의적인 접근을 통해 나만의 논지를 작성해 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 나만의 접근과 논거 제시를 연습하라= 통합논술은 제시문의 형식과 주제가 다양해 천편일률적인 답안은 좋은 점수로 이어지지 못한다. 나만의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접근으로 타당한 논거를 제시하면서 나만의 생각을 쓸 수 있어야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스스로 인터넷이나 신문 등을 통해 자료수집 능력을 갖추고 다양한 의견과 자료, 통계 등을 활용해 나만의 논거를 만드는 연습을 해야 한다.

□ 신문 등 언론매체와 교과서를 통해 배경지식을 쌓자= 논제에 알맞게 논거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배경지식이 필수적이다.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독서, 신문, TV 등의 언론 매체와 교과서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신문의 칼럼은 주요 시사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한 글이기 때문에 배경지식과 동시에 논리적인 사고력을 쌓을 수 있다. 교과서는 사회, 문화, 경제, 역사, 과학기술 등 다양한 관련 지식을 소화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교재다. TV 토론프로그램을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식 접근법을 학습해 보고, 상대방의 주장에 적절한 논리를 세워 반박하는 연습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 실전감각을 키워라= 하루에 한 편씩 지원 대학의 평가 기준이나 유의사항에 맞춰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대부분 대학이 정해진 분량에 맞추지 못하면 감점을 하기 때문에 미리 시간과 원고 분량을 파악해 연습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 유형별로 훈련하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도움말=비타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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