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지식 접하고, 전공 선택권 보장 이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이 2009학년도 대학입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스쿨 설치 대학들이 법과대학을 폐지함에 따라 각 대학 간판학과 자리를 자유전공학부(과)가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자율전공학부의 수시 2-2학기 지원현황은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자유전공학부 전형으로 50명을 뽑은 연세대는 무려 2760명이 몰려 55.2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성균관대는 30명 정원에 1535명이 지원해 51.17대1을, 고려대는 32명 모집에 1396명이 지원해 43.63대1을 기록했다.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 진학을 위한 전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고려대에서 치러진 법학적성시험.<한국대학신문 자료사진>
대학들은 이런 인기 비결을 자유전공학부가 갖는 특성에서 찾는다. 전공탐색 과정을 거쳐 자유롭게 전공을 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몰렸다는 것이다. 수시 2-2에서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연세대 김영세 교무부처장은 “고등학교까지 주입식 교육을 받아 어떤 전공이 자기에게 맞는지 모르는 학생들의 경우 자유전공학부가 갖는 이점에 끌렸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부분은 입시전문가들도 동의한다. 논장학원 이종서 대입연구소장은 “고 3 수험생 10명 중 8명은 자기 적성을 모르고 대학을 진학한다”며 “자유전공학부의 인기는 이런 전공 선택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결과”라고 지적했다.

겉은 통섭, 속은 로스쿨·고시 준비과정(?)

자유전공학부가 ‘프리 로스쿨’ 과정으로 인식되는 탓도 있다. 이종서 소장은 “로스쿨 설치 대학들은 법대가 폐지됐기 때문에 법대를 가려던 학생들은 자유전공학부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이 자유전공학부 내에 로스쿨을 준비할 수 있는 트랙이나 연계전공과정을 두고 있다. 행정고시·외무고시·언론고시를 대비하는 트랙도 개설될 전망이다. 이공계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 중엔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아예 간판을 ‘프리 메드(pre-med) 자유전공’으로 내건 대학도 있다.

그렇다면 자유전공학부에선 어떤 공부를 하게 될까? 대학들은 자유전공학부의 교육과정에 대해 ‘다양한 학문지식 습득’과 ‘통섭(統攝)’을 내세운다. 학문영역간 벽을 허물고 다양한 지식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미국의 ‘리버럴 아트 칼리지(Liberal Art College)’를 모델로 자유전공학부의 교육과정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인문사회·자연과학·어학 등 기초과목을 탄탄히 다지면서 다양한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 기초과목과 선택과목엔 △학술적 글쓰기 △규범과 비판적 판단 △명저읽기 △독서와 토론 △동서양 고전읽기와 토론 △글쓰기 세미나 △법과 의사소통 △비판적사고 등이 있다. 학부기초과목의 ‘규범과 비판적 판단’, ‘법과 의사소통’ 등은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뒀다. 김영세 교무부처장은 “자유전공으로 들어온 학생들 중 로스쿨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개설된 법학 관련 교양과목을 수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균관대 자유전공학부는 국가고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시에서 이미 50명을 선발한 성균관대는 이번 정시에서 30명을 추가로 선발한다. 특히 2학년 이후 공직적격성평가(PSAT)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획득하면 등록금의 50%를 지원한다. 자유전공학부 커리큘럼을 담당한 유민봉 교수(국정관리대학원)는 “융·복합적 과목을 개설하고, 통합적 사고를 키워준다는 목적이 있다”면서도 “로스쿨 보다는 국가고시로 방향이 잡혀 있다”고 밝혔다.

토론식 수업위해 클래스 당 인원 조정

한양대는 정책과학대학 내 자유전공 과정을 뒀다. 1학년 때 교양과목과 통섭과목을 배우고, 2학년 때 진로를 정해 심화된 학습을 하게 된다. 1학년 교과목에는 △논리적사고 △글쓰기의 기초 △법과사회 △사회윤리사상사 △비판적사고 △인권론 △근대사상의 전개 △시민사회와 법의원리 등이 있다. 법학적성시험(LEET) 등 로스쿨 진학을 염두에 둔 교과목 개설이다.

특히 한양대는 이러한 교양과목을 가르친 뒤, 학생들의 수요에 따라 로스쿨·고시·경영학 등의 전공트랙을 만들 예정이다. 자유전공학부 커리큘럼을 담당한 조태제 교수(법학)는 “자유전공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2학년이 될 때엔 수요조사를 통해 5~6가지 트랙을 만들 것”이라며 “수요에 따라 로스쿨·행정고시·외무고시·언론고시·경영학전공 등의 트랙이 설정되고, 이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대는 철저한 토론식 수업을 통해 통합·비판적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목표다. 교육과정도 타이트하다. 자유전공학부의 전공학점은 140학점이지만, 2학점 3시간 수업을 원칙으로 한다. 커리큘럼을 담당한 김병기 교수(법학)는 “아침 8시, 토요일 강의까지 개설할 예정”이라며 “원활한 토론을 위해 과목당 6개 분반을 운영 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식 수업을 위해 정원 133명의 학생을 6개로 분반, 클래스당 20명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중앙대도 자유전공학부의 ‘프리 로스쿨’ 기능을 부정하진 않는다. 김 교수는 “법학적성시험을 준비할 수 있는 논리와 비판, 정보해석과 상황판단, 텍스트분석과 비판적 글쓰기 등의 과목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건국대는 자율전공학부를 학교 내 엘리트 과정으로 운영한다. 영어강의를 타 학부보다 3배나 많은 30% 이상 개설하고, 진로지도 교수제를 운영한다. 김기흥 교무처장은 “자율전공학부 학생들을 최고 인재로 영상하기 위해 영어강의 비중을 30% 이상 확대하고 해외연수와 장학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마련할 것”이라며 “자기만의 전공분야를 설계할 수 있도록 진로지도 교수도 배치한다”고 밝혔다.

로스쿨 탈락大 우수학생 유치 위해 신설

로스쿨을 유치하지 못한 대학 중에서도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한 경우가 있다. 성신여대와 숭실대, 서울여대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상위권 학생들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 입시전문가는 “보통 사설학원의 배치표에서 자유전공학부는 높은 점수대에 분포 된다”며 “어느 학과든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당 대학에서 가장 높은 점수대의 학과와 같이 배치되는 것인데, 대학들은 이를 이용해 우수신입생을 유치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신여대는 정원 164명의 자유전공학부를 두고, 로스쿨·의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미 3년 전부터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해 온 숭실대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이공계로 이를 확대했다. 간판도 ‘프리 메드 이공계 자유전공’이다. 의·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태식 자유전공학부장은 “의·치의학전문대학원 진학과 관련된 연계전공을 운영하고 있다”며 “졸업 시에는 이학사 학위를 받지만 ‘프리메드 연계전공’을 한 사실이 명시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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