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전원 입시과정, 학부교육 왜곡 우려

일부 대학에서 실험적으로 도입되던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 개원을 기점으로 대학가에 확산되고 있다. 전국에서 자유전공학부(과)나 이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학부(과)를 개설한 대학은 27개 정도로 집계된다.

수시모집에서 나타난 학생들의 지원현황이나 통섭학문을 가르치겠다는 대학들의 의지만 보면 긍정적인 전망이 가능하다. 특히 ‘대학에 들어가는 것’만을 목표로 공부해온 학생들에게 전공 선택권을 보장해 준다는 차원에서 자유전공학부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일각에선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이나 의·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입시 준비과정으로 전락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학부교육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과 교수는 “로스쿨이나 의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충실한 학부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교양과 지식을 갖춘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자유전공학부가 학부교육을 초토화시키는 기능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어설픈 제너럴리스트(다방면의 지식을 가진 사람)만 양성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얼마 전 서울대 기초교육원이 마련한 ‘자유전공학부 설명회’에 참석한 교수들 사이에선 “자유전공학부의 교과과정은 학부생이 따라갈 수 없는 문·이과 융합학문 개념”이란 지적이 나왔다. 학부 과정에선 전공 기초를 탄탄히 다지고, 융합학문은 대학원에서 해도 늦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우려는 자유전공학부의 커리큘럼을 담당한 교수들 사이에서도 흘러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커리큘럼에 통섭과목을 포함시키면 학부생들이 과연 이를 소화할 수 있겠느냐는 논란이 있었다”며 “전공도 알아서 설계하라고 하면 이제 막 대학에 들어와 해방감에 젖어있는 학생들은 중구난방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도교수에 의한 철저한 관리·지도가 필요하단 뜻이다.

통섭과목이 아직 시험단계인 까닭에 이를 잘 가르칠 교수가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역시 자유전공학부를 설치한 대학의 또 다른 교수는 “통섭 과목을 가르쳐본 경험을 가진 교수들이 적은 것도 문제”라며 “서로 다른 전공을 가진 교수가 합동강의를 하거나 옴니버스 형식의 강의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유전공학부가 로스쿨을 준비하는 데 있어 특별한 우위를 갖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로스쿨 진학 후 법조인의 길을 걷더라도 확실한 자기전공을 갖춘 전문변호사가 오히려 경쟁력을 가질 것이란 지적도 따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과 교수는 “프리 로스쿨 성격의 자유전공학부를 나왔다고 해서 로스쿨 입학에 유리하다는 보장은 없다”며 “자유전공학부를 나와서 로스쿨에 진학한다고 해도 향후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경쟁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오히려 의학·자연과학·경영학 등을 전공해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는 게 더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단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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