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룡(입시분석가 / 이투스 입시정보실장)

정시모집은 여러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수시 모집과 달리 단 3곳의 대학에만 지원 가능하다. 그런데 모집군별로 한 개의 대학을 선정해 지원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수능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언론과 입시기관들은 수능시험 가채점 결과와 지원 가능 대학(일명 배치표)을 앞 다투어 발표하고, 대학과 학원들은 정시 지원 전략 입시설명회를 연일 개최한다. 그리고 수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각종 입시 정보를 얻기 위해 발품을 팔 뿐만 아니라 대학 홈페이지와 입시 사이트를 수시로 방문한다. 또한 입시 컨설팅을 받기 위해 고액을 지불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오로지 정시 모집에서 최상의 지원 전략, 즉 ‘가·나·다’군 모집에서 어느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수능시험이 점수제로 바뀐 2009학년도 정시 모집. 그동안 수험생들은 2009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수능시험이 절대적이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어 잘 알고 있겠지만, 수능시험에 의한 유·불리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아 많은 고민을 했 왔을 것이다. 이에 본 지면에서는 수능시험 유·불리 파악법과 정시 지원 대학 포트폴리오 작성법을 소개한다.


수능시험 유·불리 파악하기  


현행 대학입시의 가장 큰 변화는 수험생 개개인이 취득한 영역별·과목별 점수가 다르고, 대학에 따라 반영 영역과 탐구 영역 과목 수, 영역별 반영비율 등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이는 수능시험 총점이 동일하더라도 지원 대학에 따라 유리할 수도, 불리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점수제 수능시험이었던 2007학년도 정시 모집 결과를 보면 수능시험 반영 영역과 탐구 과목 수에 따른 유·불리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능시험 반영 방법에 따른 유·불리는 대학에서 발표한 계산식을 이용하면 어느 정도 파악이 가능하다. 또한 수능시험 반영 방법에 따른 유·불리는 수능성적 발표 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공하는 영역별 점수대별 누적 도표를 활용하거나, 입시기관에서 제공하는 수능시험 총점에 따른 영역별 평균점을 활용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실례로 지난 9월 4일 실시한 수능 모의평가를 들어 설명하면, 도표처럼 수능시험 4개 영역의 표준점수 총점이 498.5점으로 동일한 A·B 두 학생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들 두 학생은 총점은 같지만, 영역별 점수를 보면 A학생은 B학생보다 언어(+4점)와 수리(+5점) 영역을 잘 보았고, B학생은 A학생보다 외국어(+3점)와 사회탐구(+6점) 영역을 잘 보았다.

이럴 경우 A학생은 언어와 수리 영역을 높게 반영하는 대학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보다 유리할 수 있다. 반면 B학생은 A학생과 반대로 언어와 수리 영역을 낮게 반영하는 대학을 찾아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수험생 개개인의 수능시험 영역별 성적과 대학의 영역별 반영비율에 정시 지원 시 유·불리가 달라질 수 있음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더불어 표준점수와 백분위에 따른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불리는 비슷한 수준의 대학 중 어느 대학은 표준점수를 반영하고, 또 다른 대학은 백분위를 반영할 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민대·덕성여대·동덕여대·삼육대·서울시립대·서울여대·성신여대·숙명여대·숭실대·이화여대·한성대·홍익대처럼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과 여타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을 함께 고려할 경우, 반드시 반영 점수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 봐야 한다.

위 도표에서 알 수 있듯 A학생은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하는 것이 B학생보다 유리하다. 그런데 2009학년도 정시 모집의 수능시험 반영 방법을 보면 다수의 상위권 대학들은 표준점수를 반영하고 중·하위권 대학들은 백분위를 반영하므로 이 점을 꼭 기억하고 표준점수와 백분위에 따른 유·불리를 따져 보길 권한다. 

한편 대학이 표준점수와 백분위를 다르게 반영하는 이유는 변별력의 망을 크게 할 것인지, 작게 할 것인지의 차이라고 이해하면 될 듯싶다. 예를 들어 지난 9월 4일 수능 모의평가 외국어 영역의 채점 결과를 보면 표준점수로는 135점이 최고였고, 백분위로는 100점이 최고였다. 이 경우 100개의 구멍보다는 134개의 구멍을 만들면 그물망이 좀더 촘촘해지고 변별력 또한 커지지 않겠는가?

또한 가산점 부여에 따른 유·불리가 있을 수 있는데, 이는 주로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수리와 탐구 영역에 선택을 둘 경우 나타난다. 다시 말하면 자연계 모집단위에서 수리 영역 ‘나’형이나 사회탐구 영역 응시자에게 지원 기회를 주면서 수리 영역 ‘가’형과 과학탐구 영역 응시자에 일정 비율의 가산점을 줄 경우 나타난다. 하지만 가산점 부여 비율이 3% 미만일 경우 영향력은 미약할 것으로 예상된다(표준점수 반영 대학의 경우).

예를 들어 지난 9월 4일 수능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보면 수리 영역 ‘가’형의 표준점수 1등급 점수는 137점, ‘나’형은 142점으로 5점이나 차이가 났다. 이때 대학이 ‘가’형 응시자에게 3%의 가산점을 준다고 할 경우 ‘가’형의 1등급을 받은 학생의 점수는 137점 +4.11점으로 141.11점이 된다. 이는 ‘나’형의 1등급 점수인 142점보다 0.89점이나 낮은 점수다.

결국 가산점 부여에 따라 이익을 보는 수험생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수리 영역 ‘가’형의 표준점수가 올라가거나 가산점이 5% 이상일 때는 가산점 부여로 인한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

가산점 부여에 따른 점수차는 10일 수능시험 성적이 나온 다음 직접 계산해 보는 것이 좋다. 특히 수리 영역 ‘나’형 응시자는 가산점을 부여하는 자연계 모집단위에 지원하는 것이 유리한지, 불리한지를 반드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도 수능시험 반영 방식이 3+1 체제(언어·수리·외국어 영역 + 탐구 영역)인지, 2+1 체제(언어·수리·외국어 영역 중 2영역 + 탐구 영역)인지에 따른 유·불리도 있을 수 있다. 또 탐구 영역을 3과목을 반영하는지, 2과목을 반영하는지, 전혀 반영하지 않는지에 따른 유·불리도 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원 희망 대학의 수능시험 반영 방법을 꼼꼼히 비교하고 따져 봐야 한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사항도 있다. 그것은 이와 같은 수능시험의 유·불리는 단순히 성적 결과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성적에 따른 유·불리를 확인하기 전 반드시 자신의 적성과 진로, 그리고 그동안 지원을 희망했던 모집단위와 대학을 다시금 생각해 보길 바란다. 점수에만 의존해 지원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고려해 지원하길 강구한다.

지원 전략 포트폴리오 만들기


대학의 학생 선발 방법이 복잡 다양해지면서 지원 전략 포트폴리오를 만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정시 지원 전략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항목을 예시와 함께 살펴보자.

정시 지원 전략 포토폴리오는 희망 대학을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때 모든 대학을 희망 대학만으로 작성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수능시험 성적을 분석한 후 소신(적정)·상향·안전 지원을 고려해 작성하되, 모집군별 지원 희망 또는 가능 대학을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포토폴리오에 들어갈 내용은 예시처럼 대학과 모집단위, 세부 전공, 모집군, 입학원서 접수 마감일, 전형 요소별 반영비율, 수능시험 및 학생부 반영 방법, 최근 지원 경쟁률 등 대학별 주요 사항과 대학 산식에 의한 내 점수와 입시기관 발표 지원 가능 점수, 그리고 지원 가능 판단 등을 기록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선생님 또는 입시기관 전문가와 상담했다면 상담 내용도 요약 정리해, 오는 18일부터 24일까지 진행되는 정시 모집 입학원서 접수 기간에 활용하기 바란다.

포트폴리오 작성 대학은 지원을 희망하는 모든 대학을 다 작성할 수도 있겠지만, 지원 가능 대학의 흐름, 즉 모집군별 소신과 상향·하향 등을 고려해 모집군별로 3~5개 정도씩 작성하는 것이 좋다. 아무쪼록 2009학년도 정시 모집에 도전하는 모든 수험생이 자신만의 지원 전략 포트폴리오로 희망 대학에 합격하는 기쁨을 누리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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