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교수학습개발원 황미나 책임연구원

“OCW를 도입해 강의자료를 공개하면 교육력과 학습력을 동시에 제고시킬 수 있다.”

OCW(Open Course Ware)는 2002년 MIT에서 시작된 인터넷 기반 지식나눔 운동이다. 강의 자료를 공개해 저개발국가나 개발도상국의 독학자들에게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대학이 가진 지식을 사회와 나누자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고려대 교수학습개발원 황미나 책임연구원은 대학의 교육력 제고에도 톡톡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수들로서도 자신의 강의자료를 공개하게 되면 신경을 더 쓸 수밖에 없다. 일본 교토대학 총장은 OCW를 도입한 후 교수들이 강의를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강의 자료를 보고 강의기법을 보완하게 됐다는 교수도 있다. 또 커리큘럼이 투명하게 공개되면 교수들은 학생들이 선수과목으로 무슨 과목을 이수하고 왔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재료역학을 가르치는 교수는 학생들이 이전에 공업역학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강의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OCW로 대학의 교육·학습력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MIT가 지난해 교수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OCW가 강의자료의 질을 높인다고 대답한 교수가 30%, 인터넷을 가르치는 도구로 쓰는데 수월해졌다고는 대답이 29%였다. 자신의 교수법이 적절한지 생각하게 됐다는 대답이 26%였다. 특히 MIT 교수 중 84%가 OCW 자료를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 또한 인터넷을 통해 미리 강의자료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예습이 가능하고, 장기적인 학습 계획을 세울 수 있다. OCW를 강의의 보충교재로 활용한다는 MIT 학생이 88%나 됐다. 4년간 학습계획을 짜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학생이 52%, 복습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2%였다. 특히 MIT에 지원한 신입생 중 32%가 입학 전 OCW에 대해서 알고 있었고, 이 때문에 MIT를 선택했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OCW가 대학의 이미지를 제고시키고, 신입생들이 대학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황미나 연구원은 OCW 컨소시엄 이사를 맡고 있다. 지난 4월 중국에서 열린 OCW 컨소시엄에서 8명의 이사 중 한 명으로 선임됐다. ‘인터넷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의 대학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게 황 연구원의 설명이다.

“베트남 같은 나라는 인터넷 가용인구가 1% 정도다. 웹상으로 강의자료를 공개하더라도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은 셈이다. 때문에 핸드폰을 기반으로 한 강의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OCW 회원들이 이에 대한 한국대학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3년 전부터 고려대 교수학습개발원에서 교내 영어강의 지원 역할을 맡아 온 황 연구원은 고려대가 OCW를 도입한 지난 해 3월부터 ‘보직’이 바뀌었다. OCW 활성화가 주요 업무가 된 것이다.

고려대가 OCW를 도입하게 된 계기는 교수학습개발원의 김규태 부원장(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의 영향이 컸다. OCW 도입 이전부터 웹상에 자신의 강의자료를 공개한 김 부원장은 구미공단에서 일하는 사람으로부터 감사 메일을 받았다. 공개된 강의자료 덕분에 전자회로에 대한 공부를 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부원장은 자신의 강의자료 공개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학교차원에서 이를 도입하자고 건의했다. 당시 한승주 총장서리가 이를 받아들였고, 고려대는 지난해 3월부터 OCW를 도입했다.

고려대는 OCW를 국내 대학에 확대시키고자 지난 4월 국내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여기엔 고려대를 비롯해 부산대·서울산업대·인하대·한동대·부경대·한양대가 가입, 총 7개 대학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아직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회원을 늘리는데 어려움이 많다. 자신의 강의자료를 공개하는 데 거부감을 보이는 교수들도 많고, 누구나 쉽게 업로드 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갖춰져야 하는 문제도 있다.

“교수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손수 육필로 작성한 강의노트를 어떻게 전산화시키느냐고 하소연 하는 교수도 있고, 강의 내용이 10년 전과 변함 없는 교수들은 공개를 꺼린다. 무엇보다 해당대학 총장의 의지가 있어야 하고, 성공한 대학 모델이 나와야 확산될 수 있다. MIT가 5년 전 OCW를 도입해 성공하자 스탠포드대나 예일대가 올해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힌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고려대도 OCW를 도입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런 어려움 때문에 아직 공개된 자료는 50개 강좌에 불과하다. 황 연구원은 “내년 1학기 70개 강좌를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모바일 기기를 사용한 강의자료 공개와 커다란 노력 없이도 교수들이 강의 자료를 수월하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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