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은 지난 주 대학입학전형에 가장 중요한 수능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고등학교 3년간의 교육결과다. 성적이 만족스럽게 나온 학생들도 있지만 자기 기대보다 낮게 나온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성적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지금은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다음 단계는 바로 선택의 순간이다. 즉 나의 성적표를 가지고 어떤 대학, 어떤 계열 또는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지금의 선택이 일생을 두고 살아가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우리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로지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공부에만 매진하며 달려 왔다. 그래서 대부분의 학생들은 대학에 대한 충분한 정보는 물론 대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 그리고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 그리고 향후 미래사회의 직업 변화 등을 고려해 진로를 설계한 학생들도 드물 것이다.

수능성적표를 받아든 대부분의 학생들은 당황하거나 고민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고민한다고 해도 대부분 자신의 적성·소질·직업과 상관없이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하고 그 다음 전공계열이나 학과를 선택하기 일쑤다. 매년 각 대학에서 신입생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들을 보면 60~70%의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에 맞지 않는 전공을 선택했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대학 졸업생의 경우 40~50%만이 대학에서 전공한 분야에 취업하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잠시라도 짬을 내어 자신의 생애 진로를 설계해 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충고하고 싶다. 지금까지 공부만 하면서 달려오느라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적성이나 소질 등도 뒤돌아보고 장래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대학진학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선생님의 조언을 구하고 부모님과 상의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되겠다. 그러나 고등학교의 명예와 부모님들의 욕심 때문에 학생의 진로선택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전공, 즉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먼저 선택하고 그 다음 대학을 선택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언론에서도 수능점수를 가지고 갈 수 있는 대학이나 전공 분야를 분류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점수대에 맞는 대학을 먼저 선택한 후 전공을 결정한다.

현 입시제도 하에서 선택의 기회는 2~3회 정도 있다. 공부할 전공을 먼저 결정하고, 그 다음 그 전공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을 상·중·하위로 분류해 지원하면 적어도 원하는 대학이 아니라 원하는 전공분야에 입학할 수 있을 것이다. 능력보다 학벌이 앞서는 우리 사회풍토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학보다는 전공 선택에 보다 신중하는 게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대학에 들어가기 전, 고등학교에서 시험 준비에만 쫓겨 하지 못했던 일들도 하고, 미리 대학생활을 설계해 두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지만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메마른 정서함양을 위해 문화생활도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요즘 대학에 영어강좌가 확대되는 추세이므로 부족했던 영어공부도 좀 더 해 두는 것이 대학에서의 성공적인 학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대학에서 공부할 전공도 결정된다면 대학생활을 미리 설계해 두는 것도 좋다. 대학생활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진로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체로 처음 대학에 들어오면 세 가지 유형의 학생들이 있다고들 한다. 첫째, 공부에서 해방된 기분으로 노는 데 열심인 유형. 둘째,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취업준비 등 공부에만 매달리는 학생들. 셋째, 적당히 즐기면서 공부도 적당히 하는 학생들이다. 대부분 세 번째 유형의 대학생활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공부하는 데 좀 더 열정을 쏟으면서 대학생활을 적당히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수능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에게 위의 내용을 잘 참고해 대학생활을 설계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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