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이후 도시과학빅데이터와 AI 연구소 출범
서울시 데이터 인프라 활용한 빅데이터 분야 강점
‘학생미래학기설계’로 학생역량 강화·T자형 인재 구현
도시문제 심각한 몽골에 2025년까지 국제 캠퍼스 추진

서순탁 총장은 취임 후 도시과학과 빅데이터, AI를 접목한 도시과학빅데이터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립대는 도시과학 분야의 최고를 꿈꾸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서순탁 총장은 취임 후 도시과학과 빅데이터, AI를 접목한 도시과학빅데이터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서울시립대는 도시과학 분야의 최고를 꿈꾸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확신할수록 의심하라’.

영화의 캐치프레이즈가 아니다. 인간은 지식을 습득할수록 자신의 신념에 확신을 갖게 되지만 때론 그 외골수적 확신이 독이 될 때가 있다.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종종 자신의 확신에 제동을 건다. 독불장군식의 판단이 위험을 가져온 무수히 많은 사례들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기 때문이다.

서 총장은 임기 내내 공부하는 총장으로 지냈다. 자신의 경험을 전부라고 여기기보다 늘 생각을 치열하고 넓게 보기위해 노력했다. 어떤 사안에 대해 자문을 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생각을 열고 다양한 탐사를 하는데 책만큼 좋은 게 없다”는 서 총장은 매 순간 책을 통해 ‘지식의 폭발’을 경험하고 있다. 간접적 경험은 행정에 녹여낸다. 책은 행정을 위해 필요한 일종의 과외 선생님이다.

그의 전공과 경험, 연구와 지식은 도시과학을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와 AI 분야를 서울시립대의 성장동력으로 이끌었다. 서울시립대는 지금 서울의 1000만 인프라를 활용해 빅데이터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해내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중이다.

-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서울시립대는 2학기 대면활동 재개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로 봐서는 2학기에도 전면 대면수업은 어려울 것이라 예상된다. 2학기 수업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강의규모별 대면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해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는 작년에 모든 강의실을 온·오프라인 수업이 동시에 가능한 스마트강의실로 조성하는 사업을 진행했다. 교수가 직접 강의실에서 수업을 하되 일부 대면을 원하는 학생은 강의실에 출석해 수업을 들을 수 있고, 비대면을 원하는 학생은 온라인상으로 실시간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실시간 수업은 자동으로 녹화 돼 온라인 강의실에 자동 업로드 될 수 있도록 학습 인프라(LMS)를 구축해 대면 강의 장점과 비대면 강의 장점 모두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오히려 대학 혁신을 위한 기회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사회가 고등교육을 위기라고 하는데 지금의 교육 틀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대학도 그런 시류에 빨리 바뀌기 어려운 구조다.
“빠른 속도로 디지털 사회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교육방식으론 미래인재를 양성할 수 없다. 개개인이 수행하는 연구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융·복합 연구와 다학제적 연구가 필요하다. 그 틀을 바꿔야 하는데 하루아침에는 어려운 일이다. 교육의 혁신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기존 구성원과 인식을 새롭게 하고 조금씩 변화하며 적응하느냐 그것이 고민의 지점이다.

총장으로서 방향을 제시하고 노력하고 있지만 반대에 부딪히기도 하고 예산상의 제약으로 진전이 더디다. 그렇지만 포기하지 않고 대학의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지면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느낀다. 인내심을 가지고 변화를 유도하고 방향성을 가지고 시도하는 것이 혁신의 핵심 과제다.”

- 취임 후 빅데이터 연구소 설립 등을 목표로 2019년 연구센터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이를 확대 개편해 도시과학 빅데이터∙AI 연구소도 출범했다. 눈에 띄는 변화다. 왜 빅데이터와 도시과학인가.
“서울시립대는 도시과학 중심의 특성화 대학이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립대학인 만큼 서울시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양의 보건, 의료, 교통 등 다양한 분야의 공공 빅데이터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그런 서울시립대의 강점과 특성을 살려 총장 취임 후 첫 역점사업으로 빅데이터와 AI 연구소 설립을 추진했다. 기존의 도시과학에 AI와 빅데이터를 장착한 셈이다. 현재 도시과학 빅데이터·AI 연구소는 작년 개소 이후 서울시와 ‘서울시 영업용 차량 데이터 개발’을 하고 있다. 서울디지털재단과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서울시 취약상권 지역 개선 방안 연구’, ‘서울시 지역생활 서비스 시설 불균형 등 특성분석을 통한 격차해소 방안 연구’ 등 대도시 문제를 빅데이터 기반으로 다학제간, 융·복합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고 있다.”

- 그 여세를 몰아 올해 5월에는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사업 참여대학에 선정됐다.
“운도 따랐지만 그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 도시과학 빅데이터·AI 연구소를 설립하고 우수인재 채용과 더불어 인프라를 설치했다. 동시에 학부에 인공지능학과를 신설하고 대학원에는 도시빅데이터융합학과와 스마트시티학과를 신설했다. 그 덕분에 정부의 디지털 신기술 인재양성사업에 인공지능 분야와 빅데이터 분야가 선정됐다고 본다.”

- 도시과학 분야 역시 서울시립대가 최고라 자부하나.
“스스로 최고라고 자부하지만 물론 경쟁 대학도 있다. 현재 서울시립대의 도시과학 분야 교수만 100명 가까이 된다. 지금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도시과학(Urban Science)가 아니라 그냥 전문가를 모아놨다면 앞으로는 진정한 도시과학이 시작되고 국내 최고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스케일>의 저자 제프리 웨스트는 물리학자와 경제학자들을 모아 자연과학만이 아닌 인간사회 연구를 주도했다. 거기서 탄생한 것이 미국의 ‘산타페 연구소’이다. 총장 취임 후 그곳에 가서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하는지 탐문하고 인터뷰하면서 도시과학 빅데이터·AI 연구소 운영에 참고하고 있다. 결과를 지켜봐 달라.”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 (사진= 한명섭 기자)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 (사진= 한명섭 기자)

- 연구 내실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재양성도 대학 발전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다. T자형 인재 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은데 서울시립대도 그런 인재양성 시스템이 있나.
“노력하고 있다. 교육의 관점에서 볼 때 성장기에는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 다양한 탐색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많은 선진국에서는 갭이어(Gap Year)를 운영한다. 여러 경험을 통해 자기 진로를 고민하는 과정이 있는데 한국의 교육에는 그런 게 없다. T자형 인재라는 것은 수직적 T는 전문적 영역, 수평적 T는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간 사회에 대한 이해를 의미한다고 본다. 서울시립대는 그와 관련한 과목을 만들고 T자형 인재를 양성하는 핵심역량을 세분화했다. 그 역량을 길러주는 학과에는 5000만 원씩을 지원하는 ‘창의혁신 융복합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현재 10개의 학과가 참여 중이며 22학년도에는 13개 교과목 개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평가는 승강제로 잘 하는 학과에는 5000만 원 플러스 알파를 제공한다. 성과가 좋지 않은 학과는 다음 해 지원금을 없애는 방식이다. 5000만 원이면 정말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겐 전문지식과 경험을 통한 폭넓은 탐색이 모두 필요하다.”

- 서울시립대의 ‘학생미래설계학기’ 역시 파격적이다. 학생 한 두 명만 신청해도 원하는 과목을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하는데.
“그렇다. 과목 개설은 서서히 넓혀가고 있다. 학생이 정하는 과목도 있고 교수가 정해서 따라가는 과목도 있다. 유럽 대학은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의 20%를 해외에 보내 교육하면서 인턴십을 진행한다. 서울시립대는 학생들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T자형 인재 양성에 힘쓰는 한편 해외 경험을 길러주려 노력하고 있다. 학교의 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어려운 학생들을 해외에 보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그런가하면 2025년 설립을 목표로 몽골에 글로벌 캠퍼스를 추진 중이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은 썰물로 비유할 수 있다. 교육 시장을 해외로 돌려야 한다.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학생을 유치하는 것은 안 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장소와 시간의 구애 없이 수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 세계 인구가 1년에 8000만 명 증가하는데 그 중 60%가 도시에 집중된다. 도시화의 세기다. 몽골 또한 전체 인구의 45% 정도가 수도인 울란바토르에 살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세 배 많은 인구가 몰리면서 주거, 교통, 환경문제 등 도시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어 도시문제 해결을 위한 전문 인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몽골 정부는 도시문제 해결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서울시의 도시정책과 서울시립대의 교육시스템에 큰 관심을 보여왔다. 그동안 몽골 정부와 교류를 이어가던 중 몽골의 Zunmmpd City에서 도시과학 분야에 특화된 서울시립대에 진출 의사를 타진했다. 대학의 글로벌 역량 함양과 공공성 증대를 목표로 추진해온 우리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면서 진출을 추진하게 됐다.”

- 여러 대학에서 혁신에 관심을 갖고 추진했지만 내부의 반대나 구성원의 피로도 증가 등 한계에 부딪힌다. 때론 전임 총장이 다져놓은 초석들이 이어지지 않고 원점으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다.
“그런 상황은 마치 장수가 나를 따르라하며 적진으로 돌진해 나갔는데 뒤돌아보니 아무도 없는 것과 같다. 그런 사례를 숱하게 봤고 경험도 해봤다. 혁신은 함께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혁신을 돌이킬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대학구성원이 함께 다음 단계로의 진일보하는 것이다. 좀 늦더라도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고 다시 해보자고 설득한다. 총장이지만 총장이 아닌 교수, 직원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며 일한다. 아무리 내 생각이 옳고 좋다고 확신해도 혼자 하면 어렵다. 그래서 혁신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 원래대로면 이번 주에 대학기본역량진단발표가 나온다.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에서 평가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일반대학의 의견이 반영돼 만들어진 지표이기 때문에 특수성을 가진 대학에는 불리한 면이 있다. 서울시립대는 100% 평가지표에 맞추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대학평가에 몰입하기보다 평가를 계기로 우리대학에 맞는 혁신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만의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위해 총장 직속 ‘미래혁신원’을 설립해 교육과 연구영역에서 혁신적인 시도를 주도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온라인 수업 내용이 자동 녹화되는데 이는 강의실에서의 교수자와 학생들의 상호작용이 데이터화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교과 외 활동과 교내에서의 행동을 모두 데이터화 해 이를 분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학생이 무엇 때문에 고민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고 맞춤형으로 강의와 상담을 제공할 수 있다. 이것을 기반으로 내부적으로 개인화된 학습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향후 목표다.”

- 코로나19로 계획한 것들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 같다.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것들은 무엇인가.
“아쉬움보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취임 1년 후 코로나19가 왔다는 점이다. 발전 계획을 만들고 하다보면 6개월~1년이 지나간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취임식 때 발전 계획과 비전을 공포했다. 취임식에 시의회 관계자, 언론인, 시민단체 등을 불러 모아 그 자리에서 확인을 받은 것이다. 그 준비 덕분에 1년간 기초 작업을 할 수 있었다. 다만 학생들의 글로벌 역량을 충분히 키워주지 못한데 따른 미안함이 있다. 전문지식은 나중에 채울 수 있지만 경험이나 체험은 시기가 있다. 학생들이 펼칠 수 있는 도전의 기회가 축소된다는 점이 제일 안타깝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이점도 있다. 취임 당시 스마트캠퍼스 구축을 약속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어려움과 저항이 있었겠지만 지금 상황에서 온라인 기반의 쌍방향 강의는 필수가 됐다. 지금은 이 위기와 어려움을 돌파해 다음 도약의 기회로 삼는데 집중하고 있다.”

서순탁 총장은 도시과학빅데이터와 AI 연구소 출범을 통해 진정한 도시과학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서순탁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한명섭 기자)
서순탁 총장은 도시과학빅데이터와 AI 연구소 출범을 통해 진정한 도시과학을 이끌어 내겠다고 말했다. 서순탁 총장과 최용섭 본지 발행인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 한명섭 기자)

■서순탁 총장은…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를 취득하고 영국 뉴캐슬대학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서울시립대 도시과학대학 도시행정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교무처장, 도시과학대학 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7년 한국도시행정학회 회장에 선임됐다. 2019년 3월 제9대 서울시립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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