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김형준 학생과장

요즘 대학가는 '대동제'로 분주하다. 학교 분위기도 들뜨고 활기가 넘친다. 학교 교정은 각종 행사안내 플래카드, 벽보 등으로 학생들에게 +평상시와는 다른 약간의 흥분마저 야기 시킨다.

이 무렵 각 대학은 졸업생은 물론 재미있는 공연이나 친구들을 찾아 +방문한 낯선 이들로 북적거리게 되는데 이런 광경이 축제 분위기를 한층 복 돋우는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대학가의 축제를 바라보면 과거에 비해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동제의 분위기가 크게 변한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유수의 모 전자회사는 축제 때 각 대학의 학생들로 하여금 교내에서 마케팅 페어를 개최하게 하고는 거기에 지원금을 지급한다.

또 어느 대학의 축제에는 인기가수들이 대거 출연해 콘서트를 하기 때문에 타 학교 학생들, 심지어 고교생들까지 공연을 보기 위해 대학을 찾는다. 물론 가수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돈을 지불하고 표를 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간단한 계산만 해봐도 이 행사의 주최측으로 수천만원의 수익금이 들어온다. 이만 하면 대학의 축제가 너무 상업적으로 흐르는 게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우리는 흔히 소강의 국면을 벗어나 크게(大) 하나되는 것(同)을 대동이라 하며 대동을 바라는 마음에서 공동체로서의 올바른 대학문화를 만들어보자는 것이 바로 대동제이다.

그런데 원래의 취지는 퇴색된 채 축제는 해를 거듭 할수록 상업적, +유흥적으로 변해가고 지난 해 서울대생 사건에서 보듯이 학우들을 죽음으로까지 내모는 대학생들의 그릇된 축제문화는 수많은 비난 속에 더 이상 존재하기 힘겨워 보인다.

축제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다소 방만하고 절제되지 못한 것은 분명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축제에 참여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기성 세대들의 충고가 과연 그들에게 설득력이 있을까?

많은 학생들이 축제에 무관심을 보이고 대동이 주는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 하지만 그들에게 우리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겠는가? 대동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고 올바른 대학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들만이 할 수 있고 그들의 몫이다.

대동의 의미처럼 크게 하나되기 위해 축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다양한 +이해와 요구를 가진 학우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풍부한 행사를 기획해야 한다.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학생들이 자신의 패기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다는 것은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며 이러한 패기와 도전은 단편적인 지식보다 더 많은 부분에서 삶을 풍요롭게 하며 학창시절의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다.

음주와 오락일변도로 흐르던 축제가 뜻 있는 학생들을 중심으로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지난해 대동제때 독거노인들을 초대해 화제를 모았던 어느 여대에서는 +올해도 그 분들과 학생들의 자매결연을 주선하고 노인들이 좋아하는 +장구춤과 풍물놀이, 만담 등을 준비했다고 한다.

술이 넘쳐나는 대학 축제에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한 '알코올 인식주간' 행사도 열리고 있다. 건전한 음주문화가 뿌리내리려면 대학생들의 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생각 아래서 말이다.

사회가 빠르게 변화되고 있고 우리는 학생들이 그 변화의 선두에 서주기를갈구한다.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이 그만큼 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변화에 인색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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