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연구원 지난 3월 조사·통계 브리프 공개
10년 후 전문학사 학위 가치 매우 높아질 것
계열별로 ‘예체능계열’ 가장 높고 ‘인문계열’ 최하위
전문대학 인식 변화… 일반대학→전문대학 ‘U턴’ 증가세
‘취업률’도 전문대학이 일반대학 앞서

청년들은 현재와 미래의 학위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한국대학시문DB)
청년들은 현재와 미래의 학위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이중삼 기자] ‘전문학사’ 학위와 ‘학사’ 학위 가운데 청년들은 어떤 ‘학위’를 더 가치 있게 생각할까. 놀랍게도 현재는 ‘학사’로 생각하고 있지만 미래는 ‘전문학사’를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10년 뒤면 전문학사 학위가 학사 학위의 가치를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우리 사회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청년들은 현재와 미래의 학위의 가치가 달라질 것이라고 봤다.

먼저 현재를 보자. 청년층을 대상으로 전문학사, 학사, 석사, 박사 학위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현재는 박사 학위가 가장 가치가 높았다. 6점 만점에 5.23점을 획득했다. 석사 학위는 4.82점, 학사 학위는 4.18점, 전문학사 학위는 2.97점이었다. 특히 전문학사 학위의 가치에 대해 청년들은 26.6%만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학사 학위의 가치가 높다는 응답이 81.7%인 것과 비교하면 무려 55.1%p나 낮았다. 

미래는 달랐다. 10년 뒤에는 전문학사 학위가 학사 학위의 가치를 앞질렀다. 전문학사는 5점 만점에 3.10점을 받았다. 반면 학사 학위는 2.94점으로 오히려 현재 전문학사 학위의 가치보다도 낮게 평가됐다. 전문학사 학위가 학사 학위를 추월한 것이다. 특히 10년 뒤 학사 학위의 가치가 현재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16.7%로 나타난 반면 전문학사 학위는 32.4%로 나타나 앞으로 10년 뒤에는 전문학사 학위가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청년들이 많았다. 다만 박사 학위(3.42점)와 석사 학위(3.25점)의 가치는 미래에도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들은 대학원 학위의 가치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었다. 

윤혜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시점에서 학위의 가치가 ‘매우 높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문학사 3.5%, 학사 9.8%, 석사 23.3%, 박사 53.7%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10년 뒤에는 전문학사 7.6%, 학사 5.5%, 석사 9.7%, 박사 15.9%로 전문학사 학위가 학사보다 더 높아졌다”고 역설했다. 

미래에는 학위의 가치뿐만 아니라 ‘전공계열’ 선호도도 달라졌다.

일반대학 기준으로 전공계열에 따른 인식을 살펴본 결과 현재는 교육계열(4.34점)이 가장 높았다. 이어 △예체능계열(4.28점) △의약계열(4.22점) △사화계열(4.21점) △인문계열(4.2점) △공학계열(4.13점) △자연계열(4.06점) 순이었다. 미래에는 의약계열(3.07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그 뒤를 이어 △예체능계열(3.05점) △교육계열(2.95점) △공학·사회계열(2.92점) △자연계열(2.89점) △인문계열(2.84점)이었다. 윤종혁 한국직업능력연구원 연구원은 “10년 후 미래 사회에서의 학위 가치 변화에 대한 인식을 전공계열별로 분석한 결과 ‘높아질 것이다’는 긍정적인 응답 비율이 예체능계열과 의약계열에서 높은 점수가 나왔다. 교육계열은 3위로 밀려났다”고 시사했다. 

■‘전문학사’에 대한 인식 변화… 일반대학→전문대학 U턴 입학생 증가 = 앞선 보고서 결과처럼 청년들은 전문학사 학위가 10년 뒤에는 학사 학위보다 더 경쟁력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현재는 전문학사보다 학사 학위가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전문대학의 ‘힘’이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일반대학에서 전문대학으로 U턴하는 입학생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회장 남성희 대구보건대 총장)에 따르면 U턴 입학생은 2013년부터 꾸준히 늘었다. 이는 전문 기술 인재를 양성하는 데 끊임없이 노력하는 전문대학의 ‘힘’이 빛을 발하면서 학생들로부터 전문대학의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U턴 입학생은 △1253명(2013년) △1283명(2014년) △1379명(2015년) △1391명(2016년) △1453명(2017년) △1537명(2018년) △1525명(2019년)으로 2019년에 소폭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꾸준히 늘고 있다. 

실제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전문대학으로 U턴 입학한 배세환 씨(37·물리치료과)는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에 입학했다. 배 씨는 서울대 출신이다. 스포츠재활 분야의 체계적인 학습을 배우고 싶어 대구보건대를 선택했다.

그는 서울대 체육교육과를 졸업하고 학군단(ROTC)으로 임관해 중위로 전역했다. 동 대학원에서 석사까지 땄다. 재학 기간 중에는 필드하키 선수로 활동하면서 플레잉 코치로도 선수들을 5년간 지도했던 그는 어느 날 한계에 부딪혔다.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부상과 통증이 모두 달라 이들을 회복시키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는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겠다는 생각에 대구보건대를 선택했다고 했다.

그는 “졸업 후 스포츠재활센터를 개원해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재활을 돕고 기량을 끌어올리는 퍼포먼스 트레이닝을 하고 싶다”며 “후에 일반인들까지 범위를 넓혀 고령화, 만성질환에도 움직임을 넓혀주고 마음까지 보듬어 줄 수 있는 최고의 물리치료사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전문대학 ‘취업률’ 일반대학 압도 = 학생들이 전문대학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연 ‘취업’이다. 실제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의 취업률을 압도한다. 지난해 교육부가 발표한 ‘2019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조사’에 따르면 전문대학 평균 취업률은 70.9%였다. 일반대학 평균 취업률은 63.3%로 7.6%p 차이가 났다. 고등교육기관 전반의 평균 취업률 67.1%와 비교해도 확실히 높다. 취업에 방점을 두고 있는 전문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한 최근 5년간 전문대학 취업률은 70%를 웃돌았다. 60% 중반의 취업률을 보이는 일반대학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전문대교협에 따르면 △2015년 69.5% △2016년 70.6% △2017년 69.8% △2018년 71.1%등의 높은 취업률을 보였다. 오병진 전문대교협 입학지원실장은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비해 탄탄한 전문 기술교육과 학생 개개인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맞춤형 교육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대학보다 취업에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고 설명했다. 

임채정 학생(23·생명환경화공과)도 일반대학에서 전문대학으로 U턴한 입학생이다. 임 씨는 조선이공대 생명환경화공과에 입학했다. 특히 아직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벌써 취업에 성공했다. 그는 일반대학 경영학과를 2년 정도 다니다 조선이공대로 유턴 입학했다. 조선이공대에 다니고 있는 친구의 영향이 컸다. 그는 “처음에는 무조건 일반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학업도 중요하지만 취업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조선이공대에 다니는 친구가 대기업 취업이 잘 되는 대학이라고 얘기해줬다. 특히 교수가 담임교사처럼 취업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고 이끌어준다는 말에 믿음이 생겨 유턴하게 됐다”고 말했다. LG 디스플레이 기능직 채용에 당당히 합격한 그는 친구와 동기가 됐다. 

전문대학은 나날이 성장해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전문 기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사력을 다 하고 있다. 이를 알아본 학생들이 일반대학에서 전문대학으로 U턴하는 사례도 매년 늘고 있다. 특히 전문대학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평생직업교육기관’으로의 탈바꿈까지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전문대교협은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를 발족했다. 전문대학이 국민의 ‘평생직업교육’을 책임지는 기관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6월 대전에서 열린 ‘전문대학평생직업교육발전협의회 상반기 정기세미나’에서 남성희 전문대교협 회장은 “전문대학이 평생직업교육 분야에 중심 기관이 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의 협력과 정부부처의 공조에 힘쓰겠다”고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전문대학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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