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멀리보는 연구정책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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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봉(49)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교수들이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단타 위주의 짧은 논문을 주로 쓰죠. 또 똑 같은 주제로 A라는 사업에서 B라는 사업으로 바꿔타면서 연구비를 탑니다. 연구를 위해 그럴수 밖에 없는 걸 이해하지만, 정부의 연구 정책은 이제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바뀌어야 합니다.”

김수봉(49)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정부의 연구비 지원 정책을 꼬집었다. 연구의 질적 평가보다는 논문 수로 교수의 성과를 평가하는게 쉽지만, 국내 연구의 질을 갉아먹는 암적인 존재라는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교수들도 속 깊은 논문을 쓰고 싶어도 그렇게 되기 힘들죠. 연구비를 따야 또 연구를 할 수 있으니, 단타 위주로 쓸 수 밖에 없죠. 이렇게 되면 인용되기 힘들고, 우리가 바라는 노벨상은 불가능합니다.”

김 교수는 10년 전인 1998년 미국과 일본 과학자들과 함께 ‘중성미자(中性微子·neutrino)’에 관한 논문을 써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실었다. 이 논문은 최근까지 국내 과학자가 쓴 논문 중 가장 많은 1967회의 피인용 횟수를 기록했다.

전 세계 소립자 물리학과 입자물리학 분야 과학자들이 김 교수의 논문을 들춰 본 이유는 이 분야의 획기적인 발자취를 남긴 때문. 김 교수는 우주의 탄생과 지금의 우주의 변화 과정을 이해하는 열쇠인 중성미자의 변환 과정을 세계 최초로 관측했다. 중성미자는 1초당 1제곱미터 면적에 100억개의 100억배 정도로 많이 나오는 소립자. 문제는 물질과 거의 반응하지 않는 ‘유령 입자’라는 것. 1998년 노벨상 수상자인 레더만은 중성미자를 가리켜 ‘거의 존재하는 입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논문은 이 같은 연구 성과에 비춰 최근 노벨 과학상 후보 0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김 교수는 조만간 이 논문이 노벨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한국 첫 노벨상 수상은 힘들다는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가 일본 수퍼 카미오 칸대라는 국제공동 실험실에서 이뤄져 장비를 준비한 일본 과학자가 수상하는게 관례다.

김 교수는 “책임연구자인 토츠카 동경대 교수가 운명하셨기 때문에, 일본 연구자 중 한사람이 노벨상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를 과학계를 주도하는 연구를 하고도, 실험 장비를 개발하지 못한 탓에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것 역시 정부의 연구 정책 때문이다. 정부는 그 동안 이른바 ‘푸쉬 버튼 리서치(push button research)’에 매달렸다.

외국에서 연구장비를 사다가 버튼만 누르면 튀어나오는 연구 성과에 의존한 것. 언제 성과가 나올지 모르는 연구에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투입하지 못하는 게 문제다. “물론 같은 데이터 놓고 분석만 잘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어요. 하지만 세계를 주도하는 연구를 하려면, 목적성을 가지고 장비부터 개발해야 합니다.”

연구 장비의 개발은 여러 과학 분야의 융합 학문을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리 과학계의 숙제다. 예컨데 생명과학자가 세포 내 조직을 들어다 보기 위해 컴퓨터나 기계공학자와 함께 연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융합 학문으로 연결된다. 새 장비는 특히 창조적인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는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다행히 김 교수는 정부를 설득한 끝에 100억원의 투자자금을 받았다. 연구분야는 ‘중성미자’ 관측. 중성미자 연구의 최적지로 꼽히는 영광 원자력발전소 근처에 연구시설을 착공 2010년부터 '중성미자 변환상수'의 수수께끼를 풀 예정이다. 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중성미자 검출기를 개발했고, 최근 중성자와 양전자를 내보내는 방사능소스를 이용해 중성미자 신호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김 교수는 이 연구시설 착공까지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땅도 빌려야 하고, 인허가를 얻어야 하는데, 원자력발전소에서 뭔가 나온다는 얘길 듣고는 지역민들이 가만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설득 끝에 지역민들의 동의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는 “3~4년 뒤엔 의미있는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국내 제1의 과학자인 김 교수의 교육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집안에서는 의대 진학을 원했지만 초·중·고교에서 과학에 흥미를 붙인 김 교수는 결국 물리학을 선택했다. 고교 시절부터 그의 관심은 물리학 중에서도 물질의 근본 물질인 입자 물리학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저는 지금도 선택을 잘했구나 합니다, 뭘 하든 흥미가 있는 걸 해야한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학생들 강의는 중간쯤이나 될까요. 중요한 건 성적은 아닌거 같아요. 성적은 시험을 잘 보는 능력이 있으면 됩니다. 연구는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우선 흥미가 있어야 하고 꾸준하게 집중하는게 중요합니다. 교육도 시킨다고 될 건 아닌거 같아요.”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 최근 생명과학과 화학과의 입시 성적이 오른데 대해선 물리학 등 다른 기초과학의 인재 수급에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 문제는 몇 년 후에 나타날꺼에요. 사실 미국 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화학과 생명은 물론 물리도 비중이 크죠. 이상하게 한국에서는 생명과학쪽이 바람을 타고 있는데, 의학쪽에서도 물리학은 여전히 중요한 분야죠.”

그는 “마치 의전원 가는 학원 같은 분위기는 지나치다”면서 “대학이 학문 본래의 목적과 사회에 맞는 일꾼을 기르는데 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차라리 고교 입시에서 의대 진학자들을 걸러내는게 더 유익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올해 개설되는 자유전공학부에서는 우려스럽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좋다 나쁘다를 떠나 4~5년 전부터 충분한 준비를 했어야 했다”면서 “학생들이 거기에 가서 혹시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충분한 준비가 아직 미흡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김수봉 교수는 = 서울대 물리학과 출신으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태양의 중성미자 관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7년에는 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중성미자 관측 연구에 참여했다. 당시 연구를 이끈 일본의 고시바 마사토시 교수는 이 연구로 2002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미시간대 박사 후 연구원과 보스턴대 교수를 거쳐 1998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제1회 서울대 학술연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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