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당근마켓‧토스)
높은 연봉만 따지면 허탈… 꾸준히 실력키우는 것이 중요
취직 위해서라면 비전공자라 해도 코딩에 눈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
6개월 만에 개발자로 만든다는 학원… 3개월 만에 몸짱 만들어주는 헬스장과 같아

전공을 불문하고 코딩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코딩 연습을 하고 있는 비전공생. (사진 = 허정윤 기자)
전공을 불문하고 코딩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코딩 연습을 하고 있는 비전공생. (사진 = 허정윤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제2의 벤처 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타트업들이 증가하면서 개발 인력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고 대형 IT기업들도 개발자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더 과열되는 추세다. 

실제로 코로나19 속에서도 전자상거래와 비대면 서비스가 활발히 진행되는 산업군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어 취업 전망이 밝다. 대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기업 이름에서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 민족‧당근마켓‧토스)가 대기업 이름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현상은 이제 어색하지 않다. 그렇다면 비전공자 개발 인력의 현실은 시장 상황만큼이나 ‘핑크빛’ 전망을 지니고 있을까.

■대학에서도 코딩 교육은 기본, “안 되면 학원이라도 간다” = 이제는 개발 관련 학위가 없더라도 ‘코딩 능력’만 있다면 개발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이 많이 열렸다. 콧대 높던 IT기업이나 시중 은행들도 개발 전공자만 바라보지 않는다. 전공자 대상으로만 모집하던 인턴십이나 채용 연계 프로그램도 개발 경력만 있다면 문과생도 환영하고 있다.

시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에서도 전교생 필수 교육 과정에 코딩이나 AI교육을 포함하는 모습이다. 졸업생들이나 대학 고학년들은 스스로 국비지원이나 사비를 들여 관련 학원의 문턱을 드나들고 있다.

김영동 씨(30)도 대학에서 코딩을 배우지 못해 학원 문을 두드린 케이스다. 김영동 씨는 하루하루 백엔드개발로 ‘자발적 야근 모드’에 들어간다.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호텔에서 요리사로 근무하던 3년 전과는 전혀 다른 근무환경 속에서 모니터 속 코드(code)와 씨름을 해야 하는 일상의 연속이다. 다행히도 조리법대로만 만들어야 했던 주방 생활보다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는 코딩 업무가 더 적성에 맞았다.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금 실감하고 있다.

김영동 씨도 일반대 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진로를 변경한 경우로 국비 과정으로 6개월 동안 교육을 받아 지금의 일을 하고 있다. 국비지원으로 학원을 갈지, 한 달에 100만 원 상당의 고액의 부트캠프형 학원을 갈지 고민했다. 코딩을 처음 접해보는 대다수가 고민하는 문제다.

코딩 국비교육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업무에 발을 들인 경우도 있다. 현재 스타트업에서 플랫폼 운영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홍수명 씨(30) “플랫폼을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불편 사항을 확인하고 웹페이지의 전반적인 운영을 파악하는 데 개발 지식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원래는 개발자를 지망했지만 이제는 개발 업무 담당하는 직원과 유저 간의 커뮤니케이터로 일하고 있는 셈이다. 홍 씨는 학원에서 6개월 과정의 코딩 교육과 개발자로서의 경험이 있었기에 지금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검색창에 ‘코딩 국비지원’만 입력해도 수많은 학원이 나온다. “무조건 네카라쿠배!”, “초봉 5000만원 개발자로 취업 가능” 등의 광고 문구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나 현실은 ‘억대’ 연봉과는 먼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는 어학을 전공하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국비교육을 받은 A씨(32)가 ‘코더’로 처음 계약한 회사는 초봉 2600만 원을 주는 중소기업이었다. 그마저도 업무환경이 좋지 않아 3개월 만에 그만두고 지금은 다른 직장으로 옮겼다.

A씨는 “학원에서 배우는 코딩은 단순 반복 작업이 많다. 일종의 틀이 주어지면 그 틀을 숙지해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페이지를 만드는 작업을 거쳤다”며 “내 실력이나 경험이 부족한 문제도 있지만 비전공자 코더들은 언제든 구할 수 있다는 업계 분위기 속에서 좋은 기업에 취직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고 고민을 털어놨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지만 A씨는 “국비교육으로 코딩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기초를 배우게 됐다”며 “현장 경험을 쌓고 퇴근 후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면 더 나은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딩 관련 국비교육 과정을 온전히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B씨(28)는 “30명이 정원인 교육을 들었는데 2주 만에 10명이 나갔고 수료증을 든 사람은 15명뿐이었다”고 말했다. 아쉬웠던 점은 6개월 과정 중에 3개월을 진행하던 도중 강사가 고지 없이 바뀌었고 중도 포기자가 많아 수업 분위기가 그리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코딩 국비수업을 들은 사람들의 반응에 공통점을 요약하자면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는 것과 ‘코딩 국비수업으로 코딩을 모두 배웠다고 생각하지 말 것’이었다.

네이버 기술 직군 채용 공고.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 = 네이버)
네이버 기술 직군 채용 공고. 누구나 개발자가 될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 = 네이버)

■“연봉 보고 코딩 공부? 취업할 곳이 없다” 얼어붙은 고용 속 IT 채용공고 증가 = 그렇다면 비전공자 개발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네카라쿠배’를 외치는 건 ‘과욕’이기만 한 것일까. 그보다는 유명 IT기업 취직을 바라는 게 아니더라도 문과생을 비롯한 비전공생이 코딩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 채용시장의 상황도 한몫 한다. 

현재 채용 정보를 내 건 IT‧플랫폼 업체들은 학력과 전공을 불문하고 ‘실력’만 보겠다고 공지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는 입사 지원서에 학력‧전공‧나이‧성별을 기재하지 않고 NHN은 원서접수 시 졸업 자격‧병역 여부 등의 기본 요건만 충족되면 자체 코딩 테스트를 통해 직원을 선발한다. NHN 측은 “코딩 테스트 문제는 전산학 개론, 자료구조‧알고리즘, 운영체제에서 주로 출제하고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에서도 낸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전공자도 해당 과목의 필수 지식만 잘 알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다고 한다. 네이버는 개발자만 올해 900명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밝혀 주목받았고 이곳 역시 전공을 따지지 않는다.

전통적으로 문과나 상경계가 강세를 보였던 은행‧금융 업계도 개발자 모시기에 한창이다. 올해 시중은행들 채용 인원의 절반 가까이가 IT 관련 인력인 것을 감안할 때 개발자가 도전할 수 있는 취업 시장 규모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 거대하게 형성돼 있는 형국이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국내 벤처기업과 스타트업 직원 고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만 7000명(10.2%) 증가했다. 이는 전체 기업 고용 증가율(3.4%)에 비해 3배 정도 많은 것으로 여기도 개발자를 중점으로 채용 시장이 형성돼 있다. 결과적으로 비전공자라 해도 취직을 위해서라면 코딩에 한 번쯤은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

■교수들 “비전공자 출신 코더들도 절실한 산업 환경, 하지만 전공 인력과 실력 차이는 확연해” = 이런 비전공자들의 개발자 전향에 전공 교수들은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다고 봤지만 고민 없는 성급한 ‘개발자 행’에는 우려를 표했다. 또한 전공 수학 여부를 불문하고 개발에 대한 ‘관심’과 ‘적성’을 개발 실력만큼이나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민경하 상명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코딩 교육 기관의 성격을 크게 두 개로 봤다. 하나는 대학에서 개발 쪽으로 전공을 익힌 학생들에게 최신 개발 이슈를 알려주고 관련 업체에 취직을 돕는 곳이고 다른 하나는 코딩 기본도 없는 비전공생들을 가르치는 곳이다. 민 교수는 “전자의 경우는 기본기가 갖춰진 학생들이 인공지능(AI)과 모바일 이슈 등을 빠르게 체득해 취업 현장에서도 강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는 ‘개발자 인력난’이나 ‘개발자 고액 연봉’이라는 말만 믿고 자신의 적성을 파악하기도 전에 코딩 학원으로 향하는 경우도 다수다.

민 교수는 “코딩을 배우고 활용하는데 깊이 있는 수학적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전공 지식 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6개월 만에 개발자로 만들어준다는 학원의 말은 한 번도 운동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3개월 만에 ‘몸짱’을 만들어주겠다는 헬스장과 다를 바 없다”고 비유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산학협력과 취업연계를 맺고 있는 한 대학의 K교수는 “6개월 정도의 훈련을 통해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 언어는 어느 정도 표준화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큰 프로젝트는 팀 단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팀리더가 중심을 잡고 코더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협력을 통해 업무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난도의 틀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만 일정 틀이 정해져 있고 특정 작업만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자리에 가면 충분히 제 몫을 해낼 수 있다고 봤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사진 = 아이클릭아트)

LG전자 MC(Mobile Communication) 연구소장을 역임한 정옥현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반년 동안의 국비교육 과정을 거친 사람들을 채용해 함께 성장하려는 기업들이 많다”며 “실력 향상을 위해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연습을 하고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현장 경험을 쌓으면 기업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개발자의 능력은 얼마나 뛰어난 논리력을 바탕으로 창의적으로 프로그래밍을 해내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네카라쿠배’를 비롯한 대형 IT기업들은 채용과정에서 자체 코딩 테스트를 통해 지원자의 논증 체계 자체를 추정‧검증 한다. 정 교수는 “코딩 결과만 보는 게 아니라 코딩 과정 전체를 녹화해서 평가하기 때문에 전공자라도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 비전공자라도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현실은 이들 기업이 원하는 인력은 코더가 아니라 석‧박사급의 학위와 연구력을 가진 개발자인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연구원으로 활약했던 김태국 동명대 AI학부 교수도 “프로그래밍 자체를 배우고 코딩으로 구현해 내는 일은 컴퓨터 기본기가 없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대학에서 4년을 전공한 사람과 반년 동안의 국비훈련을 받은 사람의 차이는 ‘확장성’에 있다. 김 교수는 “전공생들은 코딩만 배운 게 아니다. 수업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해내고 시대가 변해도 활용할 수 있는 전공역량을 쌓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업에서 코더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 중에는 학사편입이나 대학원 진학을 고려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한국해양대 해양융복합인공지능센터장을 맡고 있는 서동환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코딩은 사회 현상을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해결해 나가는 문제 해결 능력과 같다”며 “코딩 교육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받는다면 창조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이 코딩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가지고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코딩 필수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때 수업에서는 ‘기술(skill)’을 가르치기보다 프로그램의 배경이 되는 논리와 코딩 원리를 이해할 수 있는 기초를 가르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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