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교육부-시·도교육청 트라이앵글 구성
역대 최대 규모 교육 자문단 구성해 차기 정부 대비
대학 위기 극복 위한 방안으로 재정지원 확대·균형발전 꼽아
정부 재정지원 확대해 궁극적으로 대학 교육의 무상화
‘대학 기본역량진단제도개선협의회’ 구성해 대학 구제 노력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교부금법은 대학 무상교육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고, 당 교육 공약은 ‘대학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교부금법은 대학 무상교육으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고, 당 교육 공약은 ‘대학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20년간 해묵었던 교육계의 숙원 사업이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미래 교육의 대전환을 목표로 한 ‘국가교육위원회’는 그렇게 어렵사리 탄생했다.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는 21대 국회의 몫이 컸다. 그중에서도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전 국회 교육위원장)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위해 백방으로 나선 인물이다. 각종 공청회와 포럼을 통해 그 필요성을 현장에 전달하고 교육계의 목소리를 법안에 담아냈다.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에서는 물러났지만, 교육에 대한 유기홍 위원장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당에서는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학경쟁력 강화와 지역 살리기를 위한 ‘대학균형발전 3법’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법안 중에는 고등교육교부금법의 단초를 마련할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이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교육자문단을 구성해 내년에 있을 대선을 위한 공약을 준비 중이다. 3선의 국회의원 기간 동안 줄곧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했던 유 위원장의 머릿속에는 고등교육 위기 극복을 위한 해결방안부터 장기적으로는 대학 무상교육에 이르기까지 촘촘히 쌓아 올린 ‘교육 설계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

- 교육위원장 임기는 끝났지만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은 여전해 보인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를 출범시켜 역대 최대 규모의 교육자문단을 구성했고 교육 공약을 구상하는 작업을 70% 정도 진행했다. 보통 대선 캠프가 꾸려지면 중요한 킬러 콘텐츠 몇 가지를 만드는 데 주력하게 돼 공약의 전체 총론을 만드는 일에는 다소 소홀하다. 후보가 탄생하고 나서야 공약을 만들기 때문에 늘 시간이 부족했던 것도 한계였다. 이번에는 특정 캠프에 속하기보다 당 차원에서 일찌감치 교육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교육계 원로를 비롯해 가장 개혁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가진 교수, 전직 교사 등 180여 명의 대규모 인원을 분과별로 배치해 공약 작업을 진행했다. 각 주제별로 ‘소통공감 한마당’ 등을 마련해 해당 분야의 정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계획 중인데 위드코로나 상황을 보며 진행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우리 당이 만들 교육 공약이 역대 가장 완성도 높은 공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일부 단체에서 분석하기를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 이행률을 9.2%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교육 분야는 어떻게 평가하나.
“교육 분야의 전체적인 공약 이행률은 높았지만 고등교육 분야는 미흡했다고 본다. 그중 상당 부분의 책임은 기획재정부 관료들의 시장주의에 입각한 시각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와중에서도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통과됐고 고교무상교육을 시행했으며 이른바 ‘유치원 3법’으로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 대선에서 핵심 사안이었던 고교학점제의 도입 기반 마련에도 진전이 있었다. 그 결과 현장에서 교육의 질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다. 이러한 성과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법안을 처리하고 필요한 예산을 마련해 뒷받침한 덕분이다. 그동안 일하는 국회 교육위원회를 만들었다는 부분에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 언급한 것처럼 21대 국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이 통과됐다.
“교육위원장을 맡으면서 거둔 성과 중 하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법을 대표 발의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내년 7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앞두고 있는데 국가교육위원회-교육부-시·도교육청의 3자 구조가 실질적으로 정착돼 정치적 중립성을 바탕으로 일관성 있는 중장기 교육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 대학은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학은 입법부에서 해결사를 찾고 있다.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나.
“정부 차원의 고등교육에 대한 지원, 규제개혁 등이 미흡했다. 국회 교육위원장으로서 고등교육의 위기상황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교육위원장 취임 후 첫 인터뷰도 한국대학신문과 함께했는데 그때 고등교육 분야에서 국내 대학이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큰 그림을 제안한 바 있다. 다행히 대학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지난 5월 교육위원회에서 ‘고등교육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물론 여야의 의견이 갈린 측면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는 고등교육의 문제와 아픔에 대한 높은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이후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4만 명의 신입생 미등록 사태가 났을 때는 기자간담회를 주도하면서 대학의 어려운 실상을 국민에게 전달하고 위기 극복에 대해 고민했다.

현재 상황에서 대학 등록금을 자율화하는 방식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면 해답은 국가의 지원 확대다. 이러한 점에서 고등교육교부금을 대안으로 제시했으나 이는 상당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그 중간 단계의 해법으로 제시한 것이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지만 대학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OECD 평균인 GDP 대비 1.0%에 한참 못 미치는 0.6% 수준이다.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을 확대해 대학의 자체적인 경쟁력을 회복시키고 지역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총장, 교수 등 대학 관계자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하나로 뜻이 모아진 것이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전국국공립대총장협의회,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국가중심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국가중심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등 8개 고등교육 단체가 공동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표명한 일은 전례가 없다. 이 법안의 중요성을 확인하는 동시에 대학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뜻을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기홍 의원. (사진= 한명섭 기자)
유기홍 의원. (사진= 한명섭 기자)

- 최근 ‘대학경쟁력 강화와 지역 살리기를 위한 대학균형발전 3법’ 발의 계획을 발표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대학균형발전 3법은 지난달 29일 발의한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 ‘조세특례제한법’과 곧 발의 예정인 ‘국립대학법’을 포괄한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교육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노력했던 추격형 모델에 가까웠다. 지금 초·중등 교육은 모든 면에서 OECD 평균을 넘어서 선도형 모델로 나아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고 본다.

문제는 고등교육이다. 13년 동안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이유는 사립대가 전체 대학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특수성 때문이다. 애초에 대학 등록금이 높은 체계였고 반값 등록금부터 시작해 등록금이 동결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배경이 있었다. 그만큼 국가는 대학의 재정을 보전해줬어야 하지만 일반재정지원은 진단과 평가의 결과에 따라 대학 간 차등을 뒀다. 그 밖의 고등교육 예산은 사업비 명목으로 책정돼 있어 대학이 역량을 발휘해 예산을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대규모 대학이 더 많은 사업비를 지원받게 되면서 ‘부익부 빈익빈’도 심화됐다.

이 때문에 마련한 법안이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법’과 같은 원리의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법’이다.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도 어떤 지역은 선정되고, 어떤 지역은 탈락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나. 예산 부족 때문이다.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지역에 있는 대학에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야 한다. 조만간 발의할 국립대법의 재원도 대학균형발전특별회계에서 마련해야 한다. 서울대와 인천대는 국립대 법인인데 이 두 대학을 제외한 39개 국공립대의 평균 학생 1인당 교육비가 1670만 원에 불과하다. 반면 서울대의 학생 1인당 교육비는 4860만 원으로 약 3배 차이가 난다.

국립대법의 핵심은 어떤 곳에 있는 국공립대에서도 서울대에 버금가는 학생 1인당 교육비를 지원하자는 내용이다. 여기에 더해 국립대의 자율성이나 거버넌스 확보 등의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방 국립대학의 교육 여건이 훨씬 개선될 것이고 지역의 학생이 굳이 서울에 진학할 필요가 없게 된다. 어느 정도로 균등한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면 국립대가 실제로 연합체를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조세특례제한법은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2013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대학 기부금에 대한 세제 혜택이 축소되면서 대학의 기부금도 줄어드는 추세다. 해당 법의 개정으로 대학의 재정 여건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를 개선하고자 했다.”

- 이는 대학의 무상교육과도 연결되는 구조로 보인다.
“대학도 궁극적으로는 무상교육으로 나가야 한다. 그 출발은 국립대이며 평생직업교육기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문대가 그 다음 순서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신산업 구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전문대의 직업교육이 무상으로 이뤄져야 한다. 상당히 강도 높은 규제개혁과 대학의 자체 혁신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규제만 풀어도 대학이 스스로 학교 운영을 개선하면서 재정적 여건을 개선할 여지가 생긴다. 새 정부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는 대학에 대한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규제개혁을 통한 사립대의 자구책을 마련하는 한편 한계 사학이나 되돌리기 어려운 비리 사학은 과감히 개혁해야 한다. 이 정도 상황이 만들어지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고등교육교부금법을 제정해 대학교육도 무상화하는 수순으로 나가야 한다는 게 머릿속에 담아 둔 청사진이다.”

- 반값 등록금 문제는 대학도 학생도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해결 방안은 없을까.
“원래부터 민주당의 대안은 고등교육교부금법이었다. 재정 지원을 시작으로 대학을 지원해 학생들의 교육비를 낮추자는 게 당의 대안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면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기관이 한국장학재단이다. 장학재단의 혁신이 필요하다. 현행 국가장학금 제도하에서 등록금 절반 이상을 지원받는 학생은 전체 학생의 32%에 불과하다. 장학금을 통해 등록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대학 재정을 확충해 대학 무상교육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등록금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고등교육 문제는 정부가 나서야 한다. 대학의 부정과 비리 문제도 있었지만 학령인구 감소 등 여러 변수가 있는 시대에 국가가 사립대에 ‘알아서 하라’는 건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다.”

- 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대선 후보의 교육 공약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요한 대학 정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대학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대학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본적으로 고등교육 재정확충이 필요하다. 취약한 고등교육 재정, 대학 간 큰 격차 등 지금의 여건으로는 역부족이다. 고등교육 경쟁력 확보라는 표현 속에는 교육재정 확충을 통한 교육·연구 역량 강화, 대학의 균형발전이 담겨있다. 대학균형발전 3법을 통해 지방의 소멸을 막아내겠다. 그 다음 대학 스스로 혁신할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과감한 규제개혁을 해야 한다. 애리조나주립대(ASU) 혁신의 핵심은 온라인 교육이었다. 이를 실행하기에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많다.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에서는 사회적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폭탄 돌리기를 해왔지만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2021년 제3주기 대학 기본역량진단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재정 지원대학으로 선정되지 못하는 것을 사실상 퇴출 통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대학이 진단평가를 준비하는 데 목숨을 건다. 일부 대학의 경우 이전 총장의 부정으로 인해 감점이 되는데 이 또한 불합리한 결과이다. 현재 교육부는 ‘대학기본역량진단제도개선협의회’를 구성해 미선정 대학에 재평가 여부, 대학 기본역량진단의 개선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무조건 대학을 줄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재구조화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고등교육이 새로운 분야를 창출할 기회가 많다. 예컨대 초·중등교육과 고등교육이 윈-윈 할 방법 중 하나는 교사의 재교육 기회 부여다. 고교학점제로 교사가 다과목을 책임질 일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편입방식을 도입해 교사가 지역의 대학에서 수학하도록 하면 교사가 더 높은 역량을 갖출 수 있고 해당 대학은 재직자 교육으로 학생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이처럼 대학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머릿속에 여러 구상이 있지만 지금은 추후 발표할 10대 핵심 공약을 추리는 과정에 있다.”

본지 최용섭 발행인(왼쪽)과 유기홍 위원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 한명섭 기자)

■유기홍 위원장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민주화운동청년연합,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에서 활동했다. 2000년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 정책기획국장을 역임했다. 3선 국회의원으로 제17대, 제19대, 제21대 국회의원선거에서 서울 관악구갑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제17대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를 시작으로 줄곧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해왔으며 제21대 국회에서는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교육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대담= 최용섭 발행인 / 사진= 한명섭 기자 / 정리=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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