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는 반짝 유행 아닌 시대적 흐름
기업도 ESG 경영 선포하면서 인재 공급 주체 대학도 ESG 외면 못해
ESG, 위기 상황에서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한 대안
대학생 46%가 “처음 들어봐”… 전문가 “내실 있는 교육 필요”

중앙대가 '2030 탄소중립 ESG 공유 포럼'을 발족했다. 이 포럼은 2050년이 목표인 탄소중립을 2030년으로 앞당기는 등 ESG 관련 산업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8월 2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포럼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대 제공)
중앙대가 '2030 탄소중립 ESG 공유 포럼'을 발족했다. 이 포럼은 2050년이 목표인 탄소중립을 2030년으로 앞당기는 등 ESG 관련 산업을 선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8월 24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포럼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개별 기업을 넘어 대학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ESG 인재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가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미래교육의 거센 파도 앞에 있는 대학이 ESG 경영을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기 위한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기업들 “ESG는 기업 경영의 새로운 규칙”… 인재 공급하는 대학도 발맞춰야 = 대학이 기업에 인재를 공급하는 주체라는 점에서 기업의 화두인 ESG를 대학에서도 필수 요소로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ESG 인재를 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지난달 본지가 주최한 ‘2021 일반대 UCN 프레지던트 서밋’ 1차 콘퍼런스에서 “조선일보에서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더니 58%가 채용 면접시 질문에 ESG 관련 내용을 포함시켰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ESG를 피상적으로 아는 인재가 아니라 구체적 지식을 겸비한 인재를 원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안완기 회장은 “요즘 기업들은 직원들이 탄소중립 전문가를 아는지, 생물다양성에 대해 얼마나 아는지 구체적 항목을 묻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 확대에 나서면서 관련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친환경 사업 영역을 늘려나가고 있는 포스코는 지난 상반기 기후변화 대응 분야에서 일할 경력직 인재를 모집하기도 했다. 선발된 인력은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 달성 및 실적 관리를 담당한다. 삼성 안전환경연구소는 지난 5월 환경정책과 ESG 전략 기획 업무를 맡을 석사 학위 이상의 경력사원 채용에 나섰다. 환경정책 직군은 재생에너지·기후변화 등 글로벌 동향 분석, 환경정책 영향 평가 및 대응전략 수립, 미래 환경이슈 발굴 및 선제적 대응방안 개발, ESG·지속가능경영 분야 대응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ESG를 기업 경영의 새로운 규칙으로 선포한 지 오래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VBA 2020 코리아’ 세미나에서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고려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와 더불어 성장할 수 있도록 ESG를 기업 경영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VBA는 ESG 측정과 표준화를 위해 2019년 설립된 글로벌 기업 연합체로 국내에서는 SK가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아예 ESG 인재 육성에 발벗고 나선 기업도 있다. LG전자는 2014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야 인재를 육성하는 ‘ESG 대학생 아카데미’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분야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며 직접 기획한 ESG 활동을 수행하고 이에 대한 성적에 따라 LG전자 신입 사원 채용 시 서류전형 가산점을 받기도 한다. ESG 교과목이 학생들의 취업이나 업무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 ESG, ‘지속 가능한 발전’ 위한 대안 = ESG가 코로나19와 학령인구 감소라는 위기 상황에서 대학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대안이라는 점도 매력적인 요인이다.

먼저 장기적 관점에서 ESG가 대학의 지속가능성을 높인다는 의견이 제시된다. 심윤숙 세경대 총장은 “ESG를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ESG경영이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명제가 됐다”며 “지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요청은 미래세대를 위해 환경과 자원을 악화시키지 말고 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자는 것을 의미한다. ESG경영은 이제 대학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극도의 위기 속에서 ESG와 연계된 공동 목표가 구성원들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오 교수는 “ESG와 관련된 목표는 구성원이 그들의 강점과 역량을 한데 모아 잠재적 기회를 발견하는 동력이 된다. 그들은 서로가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학의 기능이 강조되기도 한다. 박상규 중앙대 총장은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역할’이라고 말한 바 있다”며 “지구적인 난제인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즉각적이고 담대한 기후행동을 요구받는 시점에서 대학도 지구적 기후문제 해결과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교법인 건국대는 지난 4월 국내 대학 최초로 ESG 경영 실천을 위한 기구인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ESG경영’을 도입했다. (사진=건국대 제공)
학교법인 건국대는 지난 4월 국내 대학 최초로 ESG 경영 실천을 위한 기구인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ESG경영’을 도입했다. (사진=건국대 제공)

■ ESG 과목 개설하고 ESG 위원회 운영까지… ESG 도입하는 대학들 = 국내 대학들도 본격적으로 ESG 도입에 나서고 있다.

개교 30주년을 맞은 건양대는 지역대학 최초로 ESG 교육경영가치 도입을 선언했다.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ESG 가치를 대학 정책과 학사운영의 핵심 의제로 설정했다. 이철성 총장은 “‘가르쳤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건양대의 교육철학에 ESG 가치를 도입해 책임가치와 교육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공언했다.

‘ESG 위원회’도 대학가에 자리잡고 있다. 건국대는 지난 4월 국내 대학 최초로 ESG 경영 실천을 위한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경영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사장 직속 기구인 ESG 위원회는 산하에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경영 3개 분과를 두고 ESG 경영 실천을 위한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유자은 이사장은 ESG 경영 도입에 대해 “급변하는 시대에 법인 산하 수익 사업체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성을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한림대·한림성심대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일송학원도 지난 8월 법인 산하에 ‘한림ESG위원회’를 만들었다. 한림ESG위원회는 ESG 경영에 관한 전략 수립과 이행 여부를 점검·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회는 생활 속 탄소저감을 목표로 하는 ‘감(減)탄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중앙대는 국내 ESG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하는 ‘2030 탄소중립 ESG 공유 포럼’을 지난 8월 발족했다. ESG 플랫폼 기반 데이터 공유와 구독 모델 구축 등을 기반으로 탄소중립을 조기에 실현하는 게 포럼의 목표다. 산학연 네트워크를 구축해 ESG 연계 체계를 수립하고 산업별 공급망관리(SCM) 구축 비용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ESG 과목 개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대는 지난 5월 코레일유통 부산·경남본부와 업무협약을 맺고 ‘ESG 경영 실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ESG 경영의 실무를 경험해볼 수 있는 교양과목 ‘ESG 경영 실천을 위한 함께 해결하는 사회문제’를 개설했다. 이 과목을 통해 학생들은 푸드 유통과정 개선, 유휴공간 활용 등 ESG 경영 실천 전략을 직접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한다. 한양대도 지난 2018년 신설한 ‘사회혁신융합전공’의 정규 교과목으로 올해 2학기부터 ‘ESG 컨설팅’을 개설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비랩코리아와 연계해 진행하는 교과목으로 중소 수출 기업의 ESG 관련 인증 과제를 학생들이 직접 수행하게 된다. 

■ 대학들은 ‘ESG 경영’ 잰걸음… 대학생 46% “처음 들어봐” = 이처럼 대학들이 ESG 경영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정작 ESG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지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형식적인 ESG 과목 개설에 그칠 게 아니라 내실 있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르바이트 플랫폼 알바몬이 지난 7월 대학생 1196명을 대상으로 ‘ESG 경영 관심 정도’를 물었더니 45.7%가 “처음 들어봤다”고 답했다. 알바몬의 조사에서 응답자 중 절반 (54.3%)은 ESG 경영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중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는 답은 21.8%에 불과했다. ‘대략적으로만 알고 있다’가 32.4%, ‘처음 들어봤다’는 45.7%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 결과는 자유기업원이 지난 1월 발간한 ‘ESG에 대한 대학생 인식 조사’ 보고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국 대학생 1009명을 대상으로 한 당시 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24%만이 ‘ESG를 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78.4%는 취업 대상 기업을 선택할 때 ESG 가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또 60.9%는 상품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환경이나 사회적 가치에 충실한 제품을 구입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80%는 주식 투자 대상 결정시에 ESG 등급을 고려하겠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이 단순히 ESG 과목을 개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실 있는 과목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ESG는 반짝 유행이 아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됐다”며 “대학의 ESG 교육도 수박 겉핥기에 그쳐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동안 ESG를 경영학원론의 일부로만 가르쳤다면 이제는 단독 과목으로 운영해야 한다. 교육 방식도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ESG의 방향과 보완점에 대해 토론할 수 있도록 상호작용 중심의 PBL이나 플립러닝 방식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완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대학 구성원들의 관심사에 맞는 전문적인 분야의 교육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 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부분의 기업이나 대학들이 ESG 교육을 일부 고위 임원이나 보직자들에게 하루짜리 단기 강좌로 개괄하는 교육만 하고 만다”면서 “전 구성원 대상으로 예를 들면 탄소중립이나 사회공헌, 생물다양성 등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의 교육을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루짜리 단기 강좌보다는 일주일, 한달 기간의 장기 교육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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