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 호텔에 경비용역직원 '침입'...자체 조사 후 종결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야 할 서울대 입시 출제위원 합숙소에 외부인이 `침입'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서울대는 문제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별다른 사후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나 자칫 전국 대학 입시 일정의 차질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입시 관리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14일 서울대와 호텔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하순 서울 모 특급호텔에 마련된 2009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논술고사 출제위원 합숙소에 호텔 경비용역업체 직원이 허가 없이 들어갔다가 적발됐다.

당시는 시험 예정일이 1주일도 남지 않은 때로 일반인뿐 아니라 환경미화원, 경비원, 호텔 직원 등 모든 외부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출제위원 수십명도 사실상 `감금'된 상태에서 전날부터 출제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서울대 입학관리본부는 낯선 사람이 침입했다는 신고를 한 출제위원으로부터 받고 호텔 관계자 입회 하에 침입자의 신병을 확보한 뒤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 침입자는 이 호텔에 근무하는 외부 경비용역업체 직원으로 드러났다.

서울대와 호텔측이 폐쇄회로(CC)TV 녹화 화면을 검토한 결과 문제의 직원은 출제위원 합숙소로 쓰이던 층의 복도를 1분 가량 돌아 다녔으며 열려 있는 방 문을 닫다가 출제위원에게 발견됐다.

외부인에게 뚫렸다는 소식을 접한 서울대는 발칵 뒤집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는 침입자의 처리 문제로 한동안 고심하다 일단 진상부터 파악하기로 하고 당사자 동의를 얻어 휴대전화 통화내역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으나 특별히 의심스러운 점이 없다는 판단에 따라 조사를 종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합숙장소 중도 변경이나 고사일 연기, 문제 변경, 수사 의뢰 등 다른 후속 조치는 취하지 않고 예정대로 11월 27∼29일 수시모집 논술·구술·면접고사를 치르는 등 입시 일정을 정상 진행했다.

김영정 서울대 입학관리본부장은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수사를 의뢰했겠지만 확인 결과 그런 가능성이 전혀 없었다. 또 합숙 초기여서 아직 논술 문제가 출제되지도 않은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다른 서울대 관계자는 "합숙 초기여서 미처 이 사실을 통보받지 못한 외부 용역업체 직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사건이 벌어진 후 보안 조치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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