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고등교육 국제화부’ 신설… 고등교육 국제화 관심
국제화 역량 높아졌다고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서도 고군분투
한국유학박람회 최초 K-컬처 등 전문대학 특화형 박람회 개최
포스트 코로나 대비, 유학생 유치를 위한 메타버스 시스템 구현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은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강조하면서 취임 후 교육원 내 ‘고등교육 국제화부’를 신설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은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강조하면서 취임 후 교육원 내 ‘고등교육 국제화부’를 신설했다. (사진= 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지희 기자] 한류의 기세가 무섭다. BTS와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오프라인 담장을 넘은 K-컬처 경쟁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동시에 이 시류에 올라타 K-에듀를 실현하기 위한 대학의 열망도 커졌다. 때마침 전 세계를 팬데믹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는 국경을 사실상 셧다운 시켰다. 코로나19로 지난해 국제교류는 개점 휴업상태나 마찬가지였다. 국내로 들어오는 유학생들의 발길이 끊겼고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학생들도 발목을 잡혔다.

한국의 대학은 수 십 년 전부터 ‘국제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여전히 아시아 시장에서 조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국인 교원 비율, 교원의 논문 수, 국제 연구 협력 등 정량적인 지표에서도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보다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 원장은 고등교육 시장에서 필요한 핵심 전략을 협의하기 위해 취임 후 교육원 내 ‘고등교육 국제화부’를 신설했다. 기존의 유학생 유치, 정부초청 장학생 사업 뿐 아니라 고등교육 국제화 영역을 보다 확장해야 한다는 명확한 지론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고등교육 국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던 그의 목소리에서 강력한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 국립국제교육원이 생소한 독자들도 많을 것 같다. 우선 국립국제교육원의 굵직한 사업부터 소개해 달라.
“국립국제교육원은 교육부 소속의 국가 행정기관을 교육분야의 국제 교류와 협력을 담당한다. 1962년 출범 이후 초창기에는 재외국민을 위한 교육을 주로 담당했다. 1990년대 이후에는 교육분야의 다양한 국제교류와 협력에 대한 수요를 반영해 글로벌 인재 양성 중심기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현재 담당하는 주요 사업으로는 해외 우수 인재를 선발해 국내 대학(원)에서 학위과정 이수를 지원하는 국제장학 프로그램(GKS. Global Korea Scholarship), 유학박람회를 통해 세계 각국의 외국인 유학생의 국내 대학(원) 유치 지원, 교원해외 파견사업, 한·중-한·일간 학생 교류 등 국제 교육교류 협력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 취임 후 고등교육 국제화부를 신설했다. 부서에서는 어떤 사업을 전개하고 있나.
“고등교육 콘퍼런스를 담당하는 사람들이 만나는 네트워크가 있다. 고등교육 박람회가 해마다 열리는데 한국과 해외 대학의 국제 교류 관계를 자연스레 만들고 글로벌한 고등교육 정책 등 해외 동향을 파악한다. 박람회에는 많으면 50개 대학이 참여한다. 유럽에는 EAIE, 미국의 NAFSA 등 네트워크가 있는데 그곳에 가면 1만 명의 대학관계자가 집결한다. 그곳에서 교환학생 교류, 대학 홍보 등 고등교육과 관련한 다양한 교류가 이뤄진다. 주로 관계자들끼리 실무 협상을 한다. 대학의 학생 교류 기회 등을 자연스레 만드는 거다. 또한 고등교육 분야 국제교육 이슈를 파악해야 하는데 고등교육에만 특화된 뉴스레터가 없다. 부서에서 자체적으로 뉴스레터를 만들어 글로벌 고등교육의 정책이나 대학의 정보를 정리해 발행하는 일도 하고 있다. 업무를 하다 보니 미국 대학의 고민과 국내 대학의 고민이 비슷하다. 미국에서도 상위권 대학들의 상황은 좋지만 지역의 중소 대학의 고충이 있다. 이들도 새로운 유학시장을 중남미, 아시아, 중동으로 보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 본지에서 주최하는 ‘프레지던트 서밋’의 화두는 교육 영토 확장이다. 그 중 핵심 키워드는 K-에듀이다. K-에듀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한국 경제가 10위권에 진입했다. 반면 고등교육은 그 정도 경쟁력이 못 미친다. 그래서 더욱 고등교육의 국제화가 필요하다. 대학이 외국에 진출하는 분교로 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분교 형태로 진출하게 되면 몸집이 커진다. 비용은 물론 인적 자원도 많이 필요하다. 일부 분야 중심으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국가간 이동이 수월하기 때문에 학생 뿐 아니라 교수, 연구진, 직원들까지도 ‘에라스무스 프로그램’으로 이동을 많이 하고 있다. 원활한 교류 측면에서 K-에듀는 긍정적으로 본다. 자꾸 교류가 이뤄지고 국내 대학으로 인재가 수입되면 국제화 역량이 키워지면서 훨씬 그 영향력이 높아질 것이다.”

- K-팝, K-뷰티 등 K-컬처를 입힌 콘텐츠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기 위해 국립국제교육원 차원의 사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지난 8월 한국유학박람회 최초 해외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K-컬처, K-테크, K-뷰티 3개 분야로 구성된 전문대학 특화형 박람회를 신설했다. 특히 이번 박람회는 한국전문대학협의회와의 긴밀한 협조로 진행됐는데 박람회를 통한 전문대의 참여 수가 대폭 늘었다. 이번 박람회에는 118개국에서 3만 5775명이 방문했다. 세계가 인정한 한국의 기술력과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의 ‘고등직업전문교육’으로 이어져 전문대 유학생 유치도 활성화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20개국 11개 언어권 35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유학생 서포터즈도 운영하고 있다. 국내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들이 직접 경험한 유학생활 콘텐츠를 스스로 제작해 SNS에 올리는 등 전 세계에 한국유학을 홍보하고 있다.”

- 주요 사업 중 하나가 국제교류 사업인데 코로나19로 어려움이 클 것 같다.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코로나19 상황으로 교류 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교육 기회 단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중, 한·일 간 학생교류사업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양국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가운데 대면 혹은 온라인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ODA 국가에 교원을 파견하는 교원해외파견사업의 경우 코로나19로 교사 파견을 작년에 중단했다. 올해는 재외공관의 파견재개 요청이 있어 말레이시아 11명, 키르기스스탄 4명 등 일부 국가에 파견을 재개했다. 일선학교에 영어 공교육을 지원하는 원어민영어보조교사 사업(EPIK)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시·도교육청이 요청한 EPIK 교사 1038명을 선발해 배치했다. 또한 임시생활시설을 운영해 EPIK 교사의 자가격리를 직접 지원하기도 했다. 완벽하진 않지만 사업 정상화를 위한 단계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김영곤 원장
김영곤 원장

- 국립국제교육원의 주요 사업으로 넘어가보자. 그간 국립국제교육원에서 이룬 가장 큰 성과가 있다면 무엇인가.
“1962년 국립국제교육원이 만들어졌는데 1967년부터 한국정부초청 장학사업 GKS를 시작했다. 당시 받았던 외국인 학생이 단 6명이었다. 이제는 매년 1300여명을 초청한다. 누적된 인원은 1만 2000명을 넘어서면서 명실상부한 한국 대표 국제장학프로그램으로 성장했다. 유학생 유치 확대를 위한 노력으로 2016년 유학생 10만 명을 넘어선 후 불과 4년만인 2020년 18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라 생각한다. 물론 중국과 일본에 비하면 낮지만 예산은 600억 수준으로 전체 예산의 60%를 차지한다. 우리에겐 매우 중요한 ODA 사업이다.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수혜를 받는 나라 모두에 도움이 된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통한 지역대학의 학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도 교육원이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부터 지자체와 전문대 등 수요자의 니즈를 적극 발굴해 수요자 맞춤형 박람회를 개최했다. 앞으로도 계속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한류 열풍과 함께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가 2019년 기준 37만 명에 달하는 등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에 인터넷 기반 평가체제 도입도 추진 중이다. 평가체제 개편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잘 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같은 업무 성과를 인정받아 국립국제교육원은 행안부 지정 책임운영기관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도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좋은 결과를 이뤄냈다.”

- 교육부는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상황이 어려워 보이는데 이에 대한 전망과 계획을 설명해 달라.
“학위과정과 어학연수과정이 포함된 유학생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어학연수과정 유학생 수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학위과정 유학생 수는 조금씩 증가 추세다. 한국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안전하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 최근 한류 확산으로 오려는 학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학생 유치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획을 추진하고 있다. 온택트 홍보 등 한국 유학 홍보 방법을 다양화 하고 여러 수요자 맞춤형 유학박람회 개최나 지원 시스템 체계를 고도화해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유학생 확보에 어려움이 많은 지방대학 지원을 위해 ‘지자체와 함께하는 유학박람회’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부산과 강원도 두 곳을 시작으로 올해는 충청남도, 경상남도, 전라남도가 추가 돼 지자체 5곳과 연계한 유학박람회를 개최했다. 지자체와 지역대학 입장에서는 대학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지자체당 비용은 2000만 원 정도인데 반해 사이트뷰는 20만 명 가까이 될 정도로 홍보 효과가 컸다. 해외 유학박람회를 온라인 기반으로 개최해 오프라인 홍보와 병행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국가별 맞춤형 박람회’도 운영했다. 이러한 추이로 볼 때 2023년까지 유학생 20만 명 유치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국제 교류는 여전히 교육계의 관심사다. 특히 대학들은 해외 캠퍼스 설립 등에 관심이 높다. 대학의 국제화를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고등교육의 역량을 키우는데 있어 국제화는 필수적이다. 세계 글로벌 교육환경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고등교육 국제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도 강화되는 추세다. 유학생 유치 목표에 맞춰 각국은 고등교육 국제화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대학은 교육 패러다임의 구조적인 변화, 4차 산업혁명의 가속화, 포스트 코로나와 학령인구 감소 등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국제화 역량을 제고하고 글로벌 인재 양성에 힘쓰는 것이 중요하다.

고등교육의 국제화를 위해 유학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대학 구성원들의 국제화 역량 강화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우선 다양한 국제적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캠퍼스 설립을 통한 유학생 유치, 외국 대학과의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 지속적으로 국제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국제교류와 정보교환의 장이라 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에 적극 참여해 교류 기회를 갖는 것 또한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졸업 후 진로, 취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 줄 수 있는 내실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해야 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대학과 정부의 국제화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대학에서는 국제처의 위상이 약하고 국제화 지원을 위한 정부의 지원도 덜 하다. 대학은 스스로 교류의 폭을 넓히고 정부는 부처 간 협력을 통해 고등교육의 국제화에 지원을 하는 등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 마지막으로 국립국제교육원의 장기적인 계획과 향후 비전에 대해 간략히 한 말씀 부탁드린다.
“국립국제교육원은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자 한다. 유학생 유치를 위한 시스템의 고도화와 메타버스 구현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중에 있다. 시스템이 개발되면 유학박람회 개최를 위한 대학 부담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고 물리적인 한계를 벗어남으로써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는데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한국어능력시험의 경우 IBT 기반 말하기 시험 개발과 AI, 빅데이터 기술을 도입한 지능형 평가 플랫폼 구축을 추진 중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한국어 능력시험 수요 급증에 대비한 것으로 시스템 구축을 완료하면 지원자 수는 연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자 한다. GKS로 교육 취약계층의 교육 기회 확대하고 교육 ODA를 통해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실천에 기여할 계획이다. 지역, 경제적 환경 조건의 차이로 인한 교육적 격차 해소를 위해 지역 아동센터와 연계해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육 지원도 확대한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의 유학생 유치를 지원하기 위해 ‘지자체 및 지방대학 연계 온라인 유학박람회’를 더욱 활성화 할 계획이다.”

김영곤 원장(사진 오른쪽)이 본지 최용섭 편집인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김영곤 원장(사진 오른쪽)이 본지 최용섭 편집인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교수체제공학 석사 학위, 동국대에서 교육행정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36회 행정고시 합격 후 OECD 사무국 정책분석가, 고용노동부 청년고용팀장, 교육과학기술부 기획담당관 등을 역임했다. 교육부에서는 국제협력관, 대학정책실 대학지원관, 직업교육정책관 등 주요 보직을 두루거쳤다. 2019년 5월 국립국제교육원장에 임명됐다.

<대담= 최용섭 편집인 / 사진= 한명섭 기자 / 정리= 이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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