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지도했던 조병섭 두원공과대학 정보통신과 교수

“조용한 학생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친구들과 몰려다니면서 활발하게 대학생활을 했던 학생은 아니었어요. 뭐랄까, 다소 내성적인 학생이었던 것 같습니다.”

구속된 ‘인터넷 경제 대통령’ 미네르바에 대해, 그를 실제로 가르쳤던 조병섭 두원공과대학 정보통신과 교수는 지난 기억을 더듬었다. 동료 학생들에게서 “생각보다 아는 것이 많은 친구”라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조 교수의 기억에 미네르바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

‘평범한 학생’ 미네르바가 두원공과대학 졸업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던 날, 조 교수 전화는 불이 났다. 공청회 원고를 쓰면서 전화기를 진동으로 해 놨는데 아침 나절에만도 부재 중 전화가 무려 15통이나 걸려 왔다고.

“깜짝 놀랐죠. 무슨 일인가 싶어 학교에 전화를 해 보니 '미네르바'가 두원공과대학 전파통신과(지금의 정보통신과) 97학번 졸업생이라는 거예요. 기자들 열댓 명이 와서 진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어요.”

조 교수는 이런 소동이 그다지 달갑지 않다. 미네르바가 전문대학 졸업생이었다고 알려지자 보도의 분위기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에 대해 “전문대학을 폄하하는 시선이 섞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부분에서 언성이 높아진다.

“‘보이지 않는 경제 대통령’이라는 찬사가 나오고, 굉장히 높은 평가도 했잖습니까. 그런데 전문대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도 태도가 싹 바뀌었어요. 그걸 보면서 우리 사회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그는 사회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언론의 책임이 크다”고 말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미네르바의 신상이 아니라 그의 글인데, 엉뚱한 곳에 초점을 맞추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기자들이 학교에 와서 진을 치고 미네르바의 배경을 추적하려는 행태를 보니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곳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네르바가 졸업한 지 한참 됐는데, 전문대학을 나온 게 뭐가 중요한가요. 그리고 이런 상황이 그렇게 놀랄 일은 아니잖아요. 여기엔 분명 ‘전문대학을 졸업했는데 대단하다’는 편협한 시선이 깔려 있어요. 왜 이런 시각으로 미네르바를 보는지 전문대학 교수로서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이런 문제들이 ‘정치적인 논리’와 맞물려 돌아간다는 사실이다.

“계층 간의 갈등으로 문제가 잘못 전이되고 있는 것 같아요. 보수와 진보, 정치적인 문제로 몰고 가려는 게 뚜렷하게 보여요. 그가 쓴 글의 내용이 중요한데, 그를 구속해야 하느냐 말아야 하느냐가 논란이 되고 있어요.”

그러면서 조 교수는 “정작 중요한 문제는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네르바가 전문대학생이냐 아니냐보다 대다수의 전문대학생들이 어떤 환경에 처했는지 돌아보는 일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의미다.

“전문대학에 오는 학생들은 대부분 소득수준이 낮거나 부모님의 학력수준이 낮은 경우가 많아요. 의외로 결손가정 학생들도 많습니다.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분명 사실입니다. 문제는 예전에 비해 점점 그런 학생들이 늘어난다는 겁니다. 그런 학생들 중에는 나름대로의 자질이 있는데도 그냥 방치되는 경우도 많지요. 미네르바 역시 재능이 있었지만 무언가 어려운 사정에 놓여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가 정상적으로 경제학을 배웠더라면 훌륭한 경제학자가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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