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KAIST·한양대 등 ESG MBA에 개설
기업의 ‘그린 워싱’ 처럼, 대학의 ‘교육 워싱’ 경계해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반이 넘는 비율이 ESG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를 이미 마련하거나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ESG가 앞으로 기업경영에서 필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공감하는 데에서 나온 결과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과반이 넘는 비율이 ESG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를 이미 마련하거나 채용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ESG가 앞으로 기업경영에서 필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공감하는 데에서 나온 결과다. (사진 = 아이클릭아트)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기후 위기를 비롯한 다양한 불확실성이 만연한 사회에서 기업들이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 해결책으로 ESG(환경·사회 책임·투명 경영)가 패러다임 전환의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경영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ESG가 무엇이고 기업 경영 현장에서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ESG 경영을 향한 기업들의 관심은 대학 강의 수요가 늘어난 현상에서도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리베카 헨더슨 교수가 진행한 하버드 MBA 강의 ‘자본주의 다시 상상하기(Reimagining Capitalism)’는 책으로도 국내에 소개될 만큼 인기가 많고 이 밖에 유수의 MBA 수업 과정에 ESG 관련 과목들이 등장하는 추세다.

■ESG 교과 개설하고 대학원 과정 개설하는 국내 대학들 = 국내 대학들도 ESG를 요구하는 세계적인 경영 추세와 국내 기업들의 관심, 나아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ESG 관련 석사 과정과 수업 트랙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서강대는 ESG를 지속가능 발전의 핵심이자 미래 기업활동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이념으로 보고 ESG를 익힌 경제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ESG 경제 전공 석사과정을 신설하고 학생을 모집하고 있다. 

서강대 ESG경제대학원은 특수대학원내 과정으로 개설된다. 서강대 ESG경제대학원에서 주임교수를 맡은 김홍균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마다 ESG에 대한 관심이 높고 ESG에 대해서 깊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반응들이 몇 년 사이에 부쩍 늘었다”며 “ESG를 전담하는 부서가 아니더라도 언제 어떤 부서에서 ESG 지식을 가지고 자신의 업무를 수행해야할지 모르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MBA과정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서강대 경제대학원 ESG 경제전공 과정은 △기초적인 경제 분석 기법에 대한 교과과정 △환경(E)‧기업의 사회적 책임(S)‧기업의 투명 경영(G)이 각각 기업경영‧금융‧경제와 어떤 관련성을 가지는지 배우는 교과과정 △ESG 평가 방법상의 차이점을 학습하고 ESG 동향 등을 소개하는 과정으로 구성돼 있다. 강사진은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들과 외부 ESG 전담 기관들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 상태다.

기후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개설된 최고경영자과정도 있다. KAIST는 기후 위기와 ESG 리스크에 대응하고 탄소중립 혁신 선도에 앞장서겠다는 목표로 ESG 최고경영자과정(KEEP)을 마련했다. KAIST는 이미 녹색성장대학원을 통해 환경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갖춰져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삼아 경영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이 ESG를 한층 더 깊게 알아갈 수 있도록 과정을 꾸렸다.

엄지용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는 “기술과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고는 ESG 정책을 만들거나 기업에서 제대로 된 ESG 경영을 할 수 없다”며 “기후 위기 대응과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변화 이해는 물론이고 ESG와 관련한 경영·금융환경 변화도 함께 알아야한다”고 강조했다. KAIST는 비즈니스 전략, 혁신사례, 현장 학습을 통해 기후 위기 시대 기업 및 산업혁신에 대한 통찰의 기회 제공할 예정이다. 

ESG가 중요해진 사회 분위기가 관련 교육의 수요도 증가하게 만든 셈이다. 엄 교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ESG가 전 세계적인 경영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계의 요청과 다양한 교육수요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많아졌다”며 “그만큼 ESG 최고지도자과정도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양대는 경영대학원 MBA 과정 내에 ESG 전문 트랙인 ‘HUBS ESG’를 새롭게 만들었다. 트랙은 전공 필수(Foundation), 전공 심화(Advanced), 심화 실습(Practicum) 3단계로 커리큘럼을 구성했다. 해당 커리큘럼을 통해 경영대 필수과목과 ESG 관련 이론을 압축적으로 배우고 해외 기업·교육기관 탐방, 온디맨드 PBL, 분기별 ESG 특강 등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ESG 특화 인력을 양성하는 ‘녹색금융특성화대학원’을 설립한 인하대, 환경금융대학원 교과과정에 ‘ESG 통합 지속 가능 투자’라는 ESG 과목을 신설한 연세대 미래캠퍼스, 경영대학원 퇴직연금 및 기금자산운용 전공에 ‘ESG 투자’ 과목을 개설한 홍익대 등이 ESG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 전문가 구하는 목소리 높아져… 산업에 맞춰 ‘융합’하는 역량 필요해 = ESG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를 구하는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지난 4월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ESG 전담 조직을 구성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23.8%가 ‘이미 마련했다’는 답변을 내놨고 29.7%가 ‘마련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과반이 넘는 비율이 ESG를 강화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하거나 채용을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ESG가 앞으로 기업경영에서 필요한 키워드라는 것을 공감하는 데에서 나온 결과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기획분야에서 ‘ESG 담당’, 한화솔루션은 ESG 이슈를 분석하고 경영 전략을 세우는 ‘기후변화대응’ 분야를 개설해 경력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대기업 위주로 ESG를 고려한 전략기획과 신사업 개발 등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관련 인재들을 구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업들의 수요에 따라 대학에서 ESG를 가르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보고 이러한 움직임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학부 수준의 ESG 수업 개설은 ESG 전문성을 높이는 데 관련이 깊다고 보지 않고 MBA 수준에서부터 ESG에 대한 실무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커리큘럼을 만들고 교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ESG 전문인력을 구한다고는 하지만 ESG와 관련한 규제 신설이나 공시가 화두로 떠오르다 보니 급하게 인력을 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학 학부 수준의 역량보다 이미 환경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ESG 유관기관과 협력할 줄 아는 사람을 원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아직 국내 기업들은 SK 정도를 제외하면 ESG를 경영에 최적화할 수 있는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업계의 변화가 너무 빠르다는 특성이 있어 5~10년 정도 해당 분야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ESG의 정의부터 ESG가 필요한 이유, ESG 동향 등을 배우도록 만들어 ESG를 활용한 기획을 해볼 수 있을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엄지용 KAIST 교수도 “결국 기업이 ESG를 잘 이행할 수 있는 주체가 되려면 기업만의 차별성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며 “경영 기술과 ESG 관련 정책, ESG 지식을 기반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산업을 두루 아는 총체적 역량 갖춰야 ESG를 기업 내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탄소배출 문제나 환경 개선 문제는 기술에 대한 연구 인력 없이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ESG 전문인력은 해당 기술을 가지거나 기술을 가진 담당자들과 협력하는 능력이 중요한 역량으로 꼽힌다.

ESG를 추구하는 기관에 ESG 종합 리서치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ESG는 자본주의가 가진 가장 취약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로 우리나라에 보급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지금 시점에서 ‘ESG 전문가’라는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인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기업 중에는 ‘ESG를 강조하는 척’ 하지만 ESG 뒤에 숨어 각종 규제를 교묘히 피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는 곳이 있다. 류 대표는 “이렇게 기업이 일종의 ‘그린 워싱’을 꾀하는 것처럼 교육도 ‘라벨 바꾸기’ 식의 교육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류 대표는 “기업에 이어 대학까지 ESG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배우려고 하는 모습은 고무적”이라며 “세계에서 일어나는 ESG 판도를 다양하게 익히고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맥락에 맞는 ESG 체제를 연구하고 구축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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