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기 강릉영동대학교 교수(한국정보통신보안윤리학회장)

손연기 강릉영동대학교 교수(한국정보통신보안윤리학회장)
손연기 강릉영동대학교 교수(한국정보통신보안윤리학회장)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교육도 대전환의 시기를 맞았다. 현재 교육 현장은 급변하는 사회의 무서운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백여년 전의 교실 풍경과 현재의 교실을 비교하면 책상이 좋아지고 옷차림이 세련되게 바뀐 것 외에 교육의 질적인 변화는 크게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의 교육방식은 변화하는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키워내는데 한계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교육도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거의 방식으로 전통적인 인재상을 그리는 곳이 많다. 

교육은 국가 발전의 근본임을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 가운데 교육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을 얘기하는 후보를 볼 수 없었다. 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크다. 

교육의 본질은 학생 스스로가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유연하고 창의적인 미래 경쟁력의 기반을 다져 주는 것에 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주입과 암기에 방점이 찍혀있다. 머릿속에 들어찬 지식은 많을지언정 창의성이 결여된 사람에게서 미래경쟁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사람끼리의 사회적 소통(SNS)과 다양한 지능형 센서들이 연결돼 쏟아내는 방대한 데이터와 정보들을 빅데이터로 집대성해 수집된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분석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다. 단순반복적인 일들은 이미 사람을 뛰어넘어 로봇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 결과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고 사람은 기계가 할 수 없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12년의 과정을 거쳐 대학으로 가는 중간 과정으로 여기는 것이 아닌 성적에 따라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 후에는 대학을 바탕으로 좋은 직장을 얻게 되는 ‘성공의 관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어지간한 지식은 몇 번의 검색만으로 즉시 찾아낼 수 있는 세상에서 수능은 그런 지식을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지, 제한된 시간 내에 군데군데 파놓은 함정을 피해 5가지 중 하나의 정답을 찾아내도록 고안된 문제들로 이뤄져 있다. 수능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려면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반복해서 풀며 숙련도를 높여야만 한다. 하지만 이런 형태의 시험과 여기에 맞춘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창의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까. 

암기식 훈련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대학에 가면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한편으론 보기가 없으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고질적인 선택장애 증상을 가진 채 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교육방식은 창의성과 독립심을 기를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꼴이다. 이는 국가의 미래에 있어 커다란 불행일 수 밖에 없다. 

개성과 차별이 강조되는 요즘 기업들은 다품종 소량 생산과 소비자의 개별적 수요를 예측하고 남다른 상품과 서비스를 고안해야 생존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빠르게 습득하고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만 한다. 또한 기술과 사회는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니 그때마다 필요한 역량을 지속적으로 습득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단언컨대 현재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인재를 육성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노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을까. 3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먼저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이다.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강의를 받고 집에서 과제를 하는 전통적인 강의 방식이 아닌 강의에 앞서 교수가 제공한 자료를 사전에 학습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과 과제풀이를 하는 것이다. 이를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전 과정에 도입해야 한다. 칸막이로 구분된 교육과목도 융·복합화해야 할 것이다.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주제를 스스로 설정하고 미리 탐구하도록 해 교실에서는 교사의 지도하에 다른 학생들과의 토론으로 자신의 생각을 바로잡고 이해를 심화시키는 교육을 해야 한다. 

아울러 앨빈 토플러의 충고를 받아들여 현실에 필요한 지식과 미래에 생겨날 직업에 대비해 실효성 있는 주제를 선정함으로써 호기심과 현실성을 높이도록 하며 관련된 기본적인 언어·수학·과학 지식은 연령과 개인의 차이에 따라 다르게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문제의 설정과 해결방법을 스스로 찾게 해주고 개개인의 학습 이력을 관찰해 이를 빅데이터로 구축해두고 개개인의 흥미와 능력을 분석하고 과정마다 맞춤형으로 진행하도록 해야 한다. 

단 한번의 수능시험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고 그들의 잠재력이나 적성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대학에 입학할 수 밖에 없는 구시대적 제도를 시급히 폐지해야 한다. 대학입학 전형을 자율에 맡겨 각각의 특성과 장점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방대한 준비가 필요하고 전 교육자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이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일인 만큼 다른 예산을 절감해서라도 꼭 실현해야 하는 부분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초·중·고·대학의 6·3·3·4(2) 학제를 변경하고 보편적 교육과 수월성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 가계 부담이 큰 초등학교 입학 전의 조기교육을 의무교육으로 흡수하고 대학과정을 2~3년으로 축소해 원하는 사람은 모두 진학하는 보편적 교육을 시행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다만 전체과정에서 구축된 개인별 빅데이터를 통해 남다른 학문적 열정과 창의성을 가진 소수의 학생들은 엄정히 선발해 수월성 교육을 하는 특수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시키고 글로벌 전문가로 육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평생교육을 의무화하는 부분이다. 각종 기술의 발전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생존에 필요한 지식과 기능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유연한 노동 환경을 위해서라도 평생동안 지속적으로 배우고 익히는 평생교육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전업과 재취업에 필요한 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화해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불린다. 이 말 속에는 먼 미래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되 필요한 시기에 그에 맞는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다. 학교 교육이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시대적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국가의 경쟁력은 무너지게 될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의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은 인재와 교육이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교육에 달려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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