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 (해맑음센터 센터장)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와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이 학교폭력을 주제로 대전 해맑음센터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진 = 오지희 기자)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와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이 학교폭력을 주제로 대전 해맑음센터에서 만남을 가졌다. (사진 = 오지희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정윤 기자] “출석정지 풀리자마자 C를 또 괴롭히니? 너 ‘빽’이라도 있어? 난 퇴학 정도는 당할 줄 알았지~” / A양이 궁금증 가득한 눈빛으로 B군을 바라본다. B군은 학교에서 C군을 괴롭혀 제6호 징계조치인 출석정지를 받았다. / “난 그냥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학교폭력을 인정합니다! 반성합니다!’라고 계속 말했지~!” B군은 ‘중형’을 선고받았다며 심각한 표정을 짓다 이내 곧 엷은 미소를 띠었다.

학교폭력 가해자인 B군의 이런 반응에 “출석정지 5일이 ‘엄중한’ 거였구나!”라며 A양은 크게 소리 내어 웃었다. / 그들 발아래에는 피해자 C군이 쓰러져 있다. / 그 후 장면은 자연스럽게 평범한 교내 복도로 전환된다. C군에게 학교는 지옥이었지만 B군에게는 놀이터였다.

앞선 묘사는 ‘참교육’이라는 웹툰의 일부 내용이다. 설령 이 작품을 안 봤어도 이보다 더 심한 학교폭력 사례가 있다는 소식은 뉴스를 통해 줄곧 전해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 인터넷 따돌림) 형태로 더 교묘한 폭력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학교폭력은 ‘안전불감증’이 됐는지 모른다.

교육 현장에서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가족들을 돕는 최전선에 있는 사람이 있다. 그도 과거에는 학교폭력 피해자 학생의 어머니로 어찌할 바 모르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 누구보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바로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회장이다. ‘조동성이 만난 사람 여덟 번째 만남’에서는 조정실 회장을 만나 학교폭력의 실태와 이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성숙한 모습은 무엇인지 대화를 나눴다.

■다양한 학교 폭력의 색깔을 분석해온 현장 전문가, 조정실
조동성(조 이사장)

조정실 회장과 저는 학교폭력(학폭)에 대한 대책을 근본적으로 해결해보자는 의미로 전문가들을 모은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 그게 2011년이니 벌써 10년이 지난 셈이다. 그때 당시에 학폭을 분석하기 위해 여러 전공을 지닌 교수들과 박사들이 무예를 뽐내듯 논리적인 해법을 내놨던 것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조정실(조 회장)
맞다. 당시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 양쪽을 모두 많이 만나온 현장 활동가로 참여했었다.

조 이사장
인성을 공부한 박사는 한국의 가정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청소년 학폭을 인성 탓으로 돌렸고 체육학 교수는 아이들이 발육 속도가 빨라졌음에도 오히려 체육 시간이 줄어들어 에너지를 발산할 곳이 없는 아이들이 학폭을 저지른다고 말했다. 환경학 박사는 대기 오염물질 중에 사람의 폭력성을 높이는 요소가 있어 공기 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 당시에도 그분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이나 근거는 갖췄지만 현장에서 접목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때 나타난 분이 조정실 회장이었다. 따님이 겪은 아픔을 잊지 않고 같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지금도 인생을 바치고 있어 사회에 귀감이 된다. 그때 당시 조 회장은 지역마다 처한 환경으로 학폭의 성격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게 와 닿았다.

조 회장
과찬이다. 내 아이가 피해를 보기도 했고 나와 같은 처지의 피해자들을 많이 만나며 여기저기를 다니다 보니 특징이 눈에 띄었을 뿐이다. 공업이 발달한 지역은 집안에 금전적인 여유가 있어 금품갈취형 폭력이 적은 대신 성폭력 사건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중소기업이 많은 지역 같은 경우는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권력의 실세가 돼,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상하관계를 만들어 괴롭힌다. 지역별로 학폭 피해 학생들을 위한 캠프를 진행하다보면 다양한 특색이 보이곤 한다.

요즘 폭력은 직접 물건이나 현금을 뺏는 사건은 많이 줄었다. 대신 얼마나 교묘하냐면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게 체크카드를 발급받게 만들어 그 카드를 통해 상납을 받는 식이다. 지역간 패싸움도 일어나는데 관광차를 빌려서 원정 패싸움을 다니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경우도 봤다.

조심스러운 발언이긴 하지만 대도시인 경우보다 지역에서 이런 학폭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일어난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할 놀이공간이 적기 때문이다. 또 시골일수록 서로의 사정을 다 알다 보니 사건을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학폭도 덮고 가려는 경우를 많이 봤다. 교육청과 교육부가 학폭 예방교육을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지역별 특색을 더 깊게 파악하고 문제에 다가갈 필요가 있다.

조정실 회장 (사진 = 오지희 기자)
조정실 회장 (사진 = 오지희 기자)

조 이사장
그렇다면 도시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집안의 자녀들이 학폭 문제와 더욱 밀접할 수 있다고도 보는지. 인성보다 성적 향상이 중요한 시대 상황 속에서 학폭 문제는 어떤 양상을 띠는지. 성적과 학폭 사이에 연관성이 있나?

조 회장
부모들이 폭력 자체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녀의 입장에 따라 폭력에 대하는 모습이 다르다고 봤다. 성적을 인성보다 우선시하는 부모들의 경우는 자신의 아이가 폭력을 당했을 때는 자존심이 다칠까봐 더 크게 화를 냈고 반대로 가해자일 때는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다’, ‘피해 학생이 원인을 제공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논리를 펼친다. 가해 학생들도 자신들의 잘못을 알면서도 부모들의 그러한 태도에 반성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거다. 결국 가해자 학생은 자기가 학폭을 저질렀음에도 이를 정당화할 수 있구나를 배우게 된다.

조 이사장
여유가 있고 학력 지향적인 곳일수록 학폭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말이다.

조 회장
그렇다. 일의 특성상 현장에서 학폭 피해자와 가해자를 만날 때가 많은데 가해자 부모들을 보면 학력이 높고 생활적 여유가 있는 편이다. 또 직위가 높을수록 자녀 교육을 잘할 것 같지만 인성 교육은 오히려 문제의 골이 더 깊은 경우가 많았다. 아이에게 최고가 되라고만 가르쳤지 아이가 친구들과 어우러져 더불어 사는 삶을 가르치지 않는 모습이었다. 늘 최우선은 자녀가 학업을 비롯해 다방면으로 최고가 되길 바랄 때 학폭 문제가 더 해결되지 않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조 이사장
대학 입시만 놓고 볼 때 학폭으로 문제가 된 후에 반성하지 않더라도 오히려 가해 학생이 더 좋은 대학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도 있겠다. 

조 회장 
원래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보다 에너지가 더 넘친다. 예전처럼 공부 못하고 소심한 친구들이 말썽을 부리는 시대는 지나갔다. 우리 사회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에게 면죄부를 쉽게 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학폭을 저지른 아이에게 ‘왜 그랬니?’라는 질문 대신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을 건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들이 공부만 잘하면 최고 대접을 받고 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들도 봤다. 

■“부모가 더 큰 문제”… 무늬만 ‘학폭 예방’인 현장 실태
조 이사장

어떻게 하면 학폭 피해자들이 아픔을 딛고 살아낼 수 있는지 관심을 갖고 왔는데 오히려 가해자와 가해자 학부모의 문제가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해자 부모들이 깨닫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회로 발전하기 어렵다는 생각마저 든다.

조 회장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늘 자신의 아이가 피해자가 되지는 않을지 걱정한다. 가해자 될 수 있으리라곤 생각지 않는다. 무엇보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가르쳐야 할 부분을 ‘남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반드시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알려줘야 한다. 최근 일부 부모들은 무슨 문제가 생기면 엄마와 아빠가 책임질 테니 공부만 집중하라며 잘못된 교육을 한다.

조 이사장
학력지상주의의 극심한 사회 폐단을 정확히 짚어냈다. 그래도 학폭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널리 퍼져 오래된 학폭이라도 그 일이 명백히 밝혀지면 사회에 발붙이기 쉽지 않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일종의 경고 메시지가 담길 수 있다고 보는 데, 아닌가?

조 회장
모든 사회에서 학폭 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상응하는 벌이 ‘인과응보’의 형태로 오기에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인다. 가장 최근에는 유명 쌍둥이 배구선수가 학폭을 한 사실이 드러나 해외 리그로 이적을 한 이슈가 있었다. 그때 쌍둥이의 어머니는 ‘고개 숙이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한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음으로 얻어지는 것도 있다. 처벌을 최대한 미루면서 강제전학이 적용되기 전에 재심을 청구하는 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가는 가해자들도 있다. 가해자 학생들은 생기부에 학폭 사실을 남기지 않고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주는 ‘학폭 전문 변호사’를 고용해 입시를 진행할 정도다.

그런데 이것은 가해 학생에게도 좋지 않은 징조다. 한창 또래 속에서 일을 해결하고 학폭을 인정하는 상식을 배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면피’할 수 있을지 고민할 여지를 주게 된다. 이런 점들 해결하지 않고서는 법을 만들어도 제대로 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결국 가해 학생이 아닌 피해 학생이 전학을 가거나 자퇴한다. 

조 이사장
그럼 어떤 해법이 있을까?

조 회장
학생, 부모, 교사 등을 대상으로 1년에 2번씩 의무적으로 학폭 예방교육이 실시돼야 한다. 문제는 수박 겉핥기가 아닌 제대로 된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조 이사장
‘피해자를 만드는 가해’가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게 중요한데 안타깝다. 

조 회장
맞다. 그런데 부모들은 맞벌이인 경우가 많아 학교에서 학폭 예방 교육을 받을 시간이 없고 학생들 같은 경우도 강당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예방 교육 정도만 겨우 들을 뿐이다. 변화를 일으키는 산 교육이 없는 거다.

조 이사장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이 현장을 생각하지 않고 건수만 채우려다 보니 현장에 도움이 안 되는 일만 하다 끝나버린다.

조 회장
나더러 학교 행사 와서 10분만 강의해달라는 학교도 있다. 통신문을 제작해 보내기도 하는데 20년 전에 작성된 내용을 그대로 사용하는 강사도 있었다. 학폭 발생 전 징후가 나타날 때 초기 대응을 잘하면 문제가 커지지 않는다. 초기 대응을 가르쳐주면 되는데 부모들도 막상 자녀가 가해자라는 말을 들으면 무서움부터 올라오기에 면피 방법만 찾게 되는 현실이다.

■학폭 근절, 현장의 목소리 경청과 전문 케어 센터까지 필요한 일
조 회장

학폭 해결의 첫걸음은 피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일이다. 정부 학폭위 대책위원으로 10년 넘게 활동했지만 막상 가보면 현장 전문가가 없다. 교수·박사도 분명 문제 해결에 필요하지만 현장을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학폭 문제 해결 의지를 가지고 있는 공무원도 필요한데 이들도 어느 정도 적응하고 일을 해보려고 할 때 즈음엔 인사이동이 일어나 사라져 버린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정책적으로 일의 연속성을 지키기 힘들다. 어떤 일을 담당한다는 말을 쓰려면 적어도 3년이라도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내야 하는데 학폭 분야는 그렇지 못하다. 

여기에 현장의 목소리는 특정 학폭 관련 사건이 터졌을 때 급하게 관련 피해자를 구하는 식으로 사례를 반영하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물론 국감 자리 같은 곳에서 피해자 부모들의 생생한 증언을 통해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가 터진 당시만 속전속결로 의견을 모아 ‘제도 만들기’에만 급급한 모습을 지울 수가 없다. 학폭 문제는 고질적인 문제고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데 선언적인 해결책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 일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는데도 그대로다.

조동성 이사장 (사진 = 오지희 기자)
조동성 이사장 (사진 = 오지희 기자)

조 이사장
‘빨리빨리’를 중점으로 강조하는 건 정책결정자들의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조 회장
가령 캠페인 중에 학폭 현장을 보면 ‘멈춰!’하고 외치면서 손을 뻗자는 캠페인이 있다. 좋은 캠페인이라며 예산을 엄청나게 투입했다. 이 캠페인이 어떤지에 대해 피해 학생 말고 다른 학생한테 질문해봤다. 그러니 “완전히 깨죠”라고 답했다. 바로 이거다. 아이들에 대한 심리나 아이들의 입장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저 만족감만 누리는 거다. 왜 이런 곳에는 예산을 뿌리면서 정작 중요한 곳에는 예산 투자는 아끼는지 의문이다.

조 이사장
오히려 모멸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조 회장
그렇다. 현장 활동가들에게도 하나도 와 닿지 않는다. 예산은 양날의 검이다. 예산 배분과 관리를 잘하지 못한 정부의 탓이 있다고 본다. 올바르게 쓰이는 곳에 주는 돈이 더 적다.

조 이사장
그렇다면 근 10년 안에 학폭 해결에 진전은 좀 있었나? 요즘은 어떤 편인가.

조 회장
하나의 변화는 학폭에 대한 심각성과 가해 행동이 잘못됐다는 것에 사회적인 공감대가 확실히 형성됐다고 본다. 동시에 가해 학생 부모들도 같이 교묘해졌다. 이를 수임해 수입을 올리는 변호사들도 많아졌다. 가해 학생들에 대한 교화나 회복을 위한 시설은 6000개가 넘는데 피해자 보호기관은 135개 정도뿐이다. 그중에서도 이름만 학폭 피해자 전담기관인 경우도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기숙 형태로 피해 학생들의 치유를 전담하는 기관은 대전에 있는 해맑음센터가 유일하다. 몇 년 전, 우리 같은 시설을 2개 더 만든다고 해놓고 통학형으로 만드는 데 그쳤다. 결국 피해자가 이용하기 어려운 시설로 만들어져 시설을 사용해야할 피해 학생들이 기피하는 상황이 되고야 만다. 학폭 피해자에 대한 감수성이 전혀 없다고도 볼 수 있다. 여론만 의식할 뿐 실질적인 행위가 없다. 

조 이사장
‘법’으로는 어떻게 학폭을 줄일 수 있을까.

조 회장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는 소년법 개정이 필요하다. 잔혹한 학폭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연령대가 중1과 중2이다. 촉법소년 나이에 해당돼 자신들이 죄를 지어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기는 아이들이 많다.

조 이사장
아이들의 신체 발육이 좋아지기도 했고 선거권도 내려오는 시점이기에 촉법소년 연령도 내려올 법하다.

조 회장
학교폭력은 더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학교폭력 가해 학생 부모 등 보호자가 학생과 함께 특별교육을 받지 않으면 과태료 300만 원을 물게 돼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다. 이를 강제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부모의 책임을 묻는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조 이사장
우리나라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관여도가 높은 편인데 권한만 있고 책임이 빠져있다.

조 회장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여러 분야 사람들이 들어와 기한을 최소 3년 이상은 유지하며 활동했으면 좋겠다. 교과부 시절 학교폭력근절과에서 활동한 윤소영 과장이나 교육부 학교생활문화과 정시영 과장 같은 분들이 열정적이었는데 지금은 다 다른 곳으로 갔다. 학폭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진 이런 분들이 있었기에 학폭 해결에 대한 진정성 있는 토대가 확립됐다.

조 이사장
학폭 해결을 위해 20년을 달려오셨는데 앞으로의 20년은 어떻게 보낼 계획인가.

조 회장
지금은 지역별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많이 생겼고 여기 뛰어들어서 같이 일해주는 분들이 많다. 해맑음센터 같은 곳이 시도별로 적어도 하나씩은 생겼으면 좋겠다. 또 요즘에는 피해 학생 부모들이 자살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학폭을 잘 몰라 적절한 대응을 못 했다면 이제는 교묘해진 학폭 수법에 자녀를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하다 목숨을 끊는다. 이는 가정해체로 이어진다. 피해 학생 부모를 위한 치유센터를 만들어 보고 싶다. 그 안에서 부모들이 받은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다.

조 이사장
장·차관, 국·실장이 국민의 고충을 이해한다는 명분으로 현장에 나가는데, 현장 실무자들은 사전에 치밀한 각본을 짜 그들이 자신들을 질책하지 않을 것만 보여준다. 과장, 사무관, 실무자들은 시간이 없다며 현장에 나갈 엄두도 못낸다. 설령 가서 보더라도 높은 분들에게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할 기회도 없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 있는 국민들은 무감각·무신경·무책임한 정부에 대해 울분만 토로한다. 연극무대로 꾸미지 않은 현장에 가서 조정실 회장 같은 국민으로부터 배워라. 현장에 답이 있다.

조정실 회장 (사진 = 오지희 기자)
조정실 회장 (사진 = 오지희 기자)

■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2013년 세종사이버대 사회복지행정학과 졸업, 2016년 고려대 정책대학원 사회안전행정학과 석사, 현재 이화여대 일반대학원 교육학과 박사 과정 중이다. 2000년 4월 딸의 학교폭력 피해를 계기로 같은해 8월 피해 부모들과 함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를 발족했다. 2006년에 사단법인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를 설립해 지금까지 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2013년부터는 학교폭력 피해자 전담기관인 해맑음센터를 설립해 센터장으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들의 회복을 돕고 있다. 지금도 학교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및 회복을 위한 시설 확대와 함께 법제화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 수상 이력으로는 2012년 국회인권포럼으로부터 올해의 인권상을 받았고 2013년 대통령 감사장, 2018년 학교폭력 유공자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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