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중심인 특성상 일반대보다 여건 열악한 전문대 도서관 중 비대면 서비스로 도약하는 곳 ‘눈길’
온라인 리포트 작성법 교육하고 전자정보박람회까지
교육부 혁신지원사업비 예산 쓸 수 있게 명시해야

한국복지대는 장애 학생들의 접근권 향상을 위해 스마트 도서관을 설치해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한국복지대 제공)
한국복지대는 장애 학생들의 접근권 향상을 위해 스마트 도서관을 설치해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한국복지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장혜승 기자] 코로나19는 대학의 미래를 앞당겼다. 대학의 ‘심장’이라 일컬어지는 도서관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 도서관들은 팬데믹 시대에 발맞춰 언택트 전자정보 박람회와 챗봇서비스 등 비대면 서비스를 앞다퉈 도입했다. 특히 교육과 연구보다는 취업이 중심인 특성상 4년제 대학에 비해 기반이 약한 전문대 도서관들 가운데 비대면 서비스로 도약하는 대학들이 있어 주목된다.

■온라인 리포트 작성법 교육에 언택트 전자정보 박람회 ‘눈길’ =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시도가 눈길을 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포트 작성 교육을 실시해온 영진전문대가 일례다. 

영진전문대 도서관은 2013년부터 리포트 작성 방법을 교육해오고 있다. 2019년에는 교육 1회 수강자가 1800명에 달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부터는 유튜브와 LMS에 탑재해서 온라인으로 강의 방식을 변경했다. 그럼에도 900명이 수강했다. 정진한 영진전문대 학술정보지원팀장은 지난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의실에서 직접 교육했을 때보다 수강 인원이 줄긴 했지만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전했다. 영진전문대 도서관은 ‘2011년 대학도서관평가’에서 우수도서관으로 선정돼 교과부 장관상을 수상한 이후로도 2015년 대학도서관상과 2016년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영진전문대 도서관은 2013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포트 작성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이전 정진한 팀장이 직접 리포트 작성법을 교육하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영진전문대 도서관은 2013년부터 학생들을 대상으로 리포트 작성법을 교육하고 있다. 사진은 코로나19 이전 정진한 팀장이 직접 리포트 작성법을 교육하는 모습. (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도서관협회가 시상하는 ‘2021년 제53회 한국도서관상’ 단체부문에서 수상한 대림대 수암도서관도 학생 만족도 향상을 위해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대림대 수암도서관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실시해오던 전자정보 박람회를 지난해 2학기부터 온라인으로 전환해 진행하고 있다. 전자정보 박람회는 책 외에 학술데이터베이스 등 도서관에서 이용 가능한 학술자료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행사다. 서석봉 대림대 수암도서관 부장은 “단순히 자료 이용 방법을 알려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올해 2학기에 학생들이 박람회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이벤트도 실시해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역시 2021년 ‘제53회 한국도서관상’ 대학도서관 부문 단체상을 수상한 수원여대 인제학술정보관은 2001년 국내 대학도서관 최초의 전자책 서비스를 도입했다. 2018년에는 국내 대학도서관 최초의 도서관 챗봇서비스를 도입했다. 수원여대에 따르면 학생들이 학생증을 구비하지 못했을 때 임시 QR코드를 발급해 편의성 측면에서 호응을 얻었다. ‘밀리의 서재’ 서비스를 도입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김철우 수원여대 인제학술정보관 팀장은 “학생들이 대출을 신청하면 스마트폰으로도 볼 수 있지만 오디오북으로도 읽어준다. 학생들이 등하교할 때마다 이용을 많이 한다”고 귀띔했다.

장애인 학생들의 학습권에 초점을 맞춘 대학도 있다. 장애특성화대학인 한국복지대 도서관은 위아래로 높낮이가 조절되는 전자신문을 제공한다. 지난해 6월부터 학사운영이 전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저소득 계층 학생들의 수업지원을 위해 노트북 대여 서비스도 실시했다. 올해 12월부터는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이용자가 도서관 운영시간과 관계없이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도 운영한다. 스마트도서관은 이용자가 도서관에 직접 가지 않고도 기숙사나 식당 등 인근 시설 내 위치한 장비를 통해 바로 대출과 반납을 할 수 있는 신개념의 무인 대출서비스다.

■“도서관은 이용자 위해 존재하는 대학의 ‘심장’”… “사서로서의 사명감이 성과 원동력” = 특화된 비대면 서비스를 도입한 전문대 도서관 관계자들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사명감’을 입을 모아 강조했다.

정진한 팀장은 “도서관은 대학의 심장”이라며 “도서관이 소외된 부서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그런 인식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도서관에 대한 투자도 늘어나고 투자가 늘어야 학생이나 교수들이 교육과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개선될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전했다.  

수원여대 인제학술정보관 김철우 팀장은 ‘미안함’을 내세웠다. 김 팀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도서관에 투입된 예산이 대학 전체 예산의 0.3%밖에 안 되는 현실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제가 잘해서라기보단 팀원 2명의 공이 크다”며 “학생들에게 사서로서의 기본적인 역할을 못해주고 있다는 책임감과 갈증, 미안함으로 새로운 걸 모색하는 시도를 계속 해온 점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서석봉 부장도 비슷한 견해를 내비쳤다. 서 부장은 “사명감이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동력”이라며 “사서는 이용자의 최대 만족을 위해 존재하는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김지원 한국복지대 학술정보관장도 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김지원 관장은 “사람 특히 담당자의 열정이 제일 중요하다”며 “LMS 같은 플랫폼과 ICT 기술을 활용하려면 사람의 의지가 제일 중요한데 저희 직원들이 열심히 한 덕이 크다”고 설명했다.

■“혁신지원사업비 도서관에 쓸 수 있도록 명시해야”… 학술DB 이용 확대도 필요 = 전문대 도서관들이 학생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전문대 도서관 담당자들은 한 목소리로 고정된 예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정진한 팀장은 혁신지원사업비 투입의 필요성을 힘줘 말했다. 정 팀장은 “교육부에서 혁신지원사업비 지침을 내려줄 때 도서관에 직접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명시해줘야 한다”며 “도서관 시설 투자는 물론이고 자료 구입도 가능하다고 지침에 명시해주면 대학 입장에서 예산을 도서관에 투입하는 것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한국연구재단에서 혁신지원사업비를 도서관에 쓸 수 있을지에 대해 애매하게 답변해 관련 문의를 많이 받는다고도 덧붙였다.

연구비의 5%를 산단이 간접적으로 수주할 수 있는 것처럼 연구비 중 간접비를 도서관 자료구입비로 쓸 수 있게 해달라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 팀장은 “교수가 연구비를 받을 때 간접비 5%를 산단에 떼주는 것처럼 연구와 학습의 인프라인 도서관에도 간접비 형태의 예산을 떼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철우 팀장도 도서관 명목의 예산 집행의 필요성에 동의했다. 김 팀장은 “대학에 예산을 줄때 도서관에 쓸 수 있도록 목적성을 분명히 해서 주면 좋겠다”며 “학술데이터베이스를 각 대학 도서관이 무료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애 학생의 접근권 향상을 위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지원 관장은 “장애 학생들을 위해 읽어주는 책이나 점자화된 책이 필요하다”며 “수어나 속기사 선생님을 통한 수업지원과 교재 지원은 되는데 책 같은 경우에는 자체적으로 작업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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