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대교협 회장, "자율화 충격 완화할 수 있도록"

정부는 2012년 대입 완전 자율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학입시가 완전 자율화되면 현재 대입 업무를 주관하고 있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대교협의 입시업무 수행능력이 도마에 오르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대학들이 2012년 입시안을 발표하면서 대입 자율화에 따른 입시혼란의 우려가 현실화되자 자율화 이후 대교협의 역할론이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각 대학이 확정되지 않은 입시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보다 대교협을 중심으로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2012학년도 입시안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율화의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대부분의 대학 관계자들은 자율화 이후에도 대교협이 입시제도에 대한 큰 틀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고유환 동국대 입학처장은 “대입 자율화라는 게 개별 대학에 모든 걸 넘겨준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대교협 차원에서 큰 틀을 짜고 그 틀 안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자율화의 취지를 해석했다.

이기범 숙명여대 입학처장은 “대학 입시는 대학 관련 업무 중 가장 공익적”이라며 “대교협 차원에서 큰 틀을 제시해주는 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윤제 성균관대 입학처장도 “우리는 모두 제도권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라며 “자율화 이후에도 대교협이 대입에 관한 일정한 범위를 정해주는 것은 괜찮다고 본다”고 긍정적 입장을 밝혔다.

손병두 대교협 회장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학 입시가 자율화된다고 하더라도 대교협의 틀 안에서 협의하고 책임지는 선에서 입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대입 자율화 이후에도 대교협이 입시에 관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대학별 고사를 치든, 수능이나 내신만으로 뽑든 대학이 선택할 일”이라며 “대교협이 획일적 입시틀을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서정돈 성균관대 총장도 “대교협 방침에 따라 모든 대학의 입시가 결정되면 과거 정부보다 더 강력한 규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손병두 회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대교협의 틀 안에서 입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대교협이 개별 대학의 입시에 간섭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입시는 이해관계자가 많고 민감한 사안인 만큼 자율화로 인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강구하자는 뜻”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손 회장은 또 “대교협은 자율기구이므로 정부기관처럼 일방적으로 입시안을 결정해 강요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개별 대학들이 서로 합의해 결정한 틀 안에서 자율적으로 입시업무를 주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교협의 관여가 없더라도 대입 자율화의 혼란은 시장을 통해 해결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박상규 중앙대 입학처장은 “요즘은 대학도 정부ㆍ대교협 지침 등 외부 규제 보다는 시장 논리에 많이 좌우된다”며 “개별 대학이 시장을 무시한 입시정책을 내놓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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