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관련 이슈에 매몰된 국회 교육위원회
줄기차게 이어진 고등교육 예산 증액 요구… 혁신지원사업비 ‘삭감’
고등교육 재정 관련 입법도 본회의 문턱 앞 쓰러져
100일 넘게 중단된 교육위 회의… 정치 쟁점화 된 법안 여당 단독 처리돼

2021년 국회는 고등교육분야 예산 확보 문제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교육위원회는 여야 간 정쟁에 얼룩졌다.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2021년 국회는 고등교육분야 예산 확보 문제에서 사실상 낙제점을 받았다. 교육위원회는 여야 간 정쟁에 얼룩졌다. (사진 =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2021년 교육 현안은 정치 논리에 따라 운명이 좌우됐다. 교육 관련 입법은 현장의 요구나 적절성보다 정치적 가치에 의해 이뤄졌고,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셌던 고등교육 예산은 대선 주자 관련 논쟁이라는 블랙홀 앞에서 빛을 보지 못하고 소폭 확대에 그쳤다.

■ ‘대장동 피켓 시위’까지…대선주자 이슈 ‘블랙홀’ = 2022년 대선을 앞두고 국회 교육위원회의 모든 논의의 가운데에는 대선주자 관련 이슈가 있었다. 후보자의 배우자와 관련된 사안은 물론,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었던 후보자 개인의 과거 문제, 심지어 교육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슈까지 교육위 회의 테이블에 올랐다.

2021년 교육위 국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은 ‘대장동 의혹 피켓시위’였다. 교육위 국감 첫날, 야당 소속 교육위원들이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국감장에 등장한 것이다. 여당 의원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결국 감사는 시작 50분 만에 중단됐다. 국감 2일차에도 야당 의원들이 다시금 대장동 의혹과 관한 마스크와 리본을 단 채 입장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이에 맞서 여당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부인인 김건희 씨와 관련된 논문 부정의혹과 허위이력 논란으로 공세를 펼쳤다. 김 씨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에 표절의혹을 제기하면서 ‘함량미달’ 논문인 점을 들었다. 더불어 김 씨가 안양대‧수원여대 등 대학에서 교원 활동을 하며 임용 당시 제시한 이력에 허위 사항이 있음을 밝혀내는 등 관련 의혹을 집중 겨냥했다. 동시에 김 씨와 관련한 부정 의혹이 제기된 국민대를 비롯한 대학에 교육부 감사가 이뤄지도록 했다.

김 씨의 논문 부정의혹이 제기되자 야당은 다시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과거 가천대 석사논문 부정 의혹 카드를 꺼내들어 대항했다. 이미 한 차례 논란이 됐던 이슈이지만, 후보 본인의 논문 관련 부정 의혹이 있는 점을 들어 여당의 공세를 ‘내로남불’이라 지적했다.

이는 2021년 교육위 뿐 아니라 2022년 교육위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1일 열린 교육위 전체회의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은 김 씨가 2004년 서일대에 제출한 이력서에도 허위 경력이 포함됐다는 추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어 재차 의혹 제기를 했다.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위 전체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교육위 여당 의원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지난 6월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위 전체회의 개최를 요구하고 있는 교육위 여당 의원들. (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정쟁 속 계류된 교육법안…교육 상임위 실종된 100일 = 교육위가 정쟁에 휘말린 사이 교육법안 처리는 지연됐고, 처리가 된 법안들 역시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100일 여 동안 교육위 개회까지 난항을 겪을 만큼 교육위는 여야 정쟁의 무대가 됐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4월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개최한 이후 전체회의를 연 8월 19일까지 무려 110여 일간 단 한 차례도 개회하지 못했다. 이 기간 400여 개의 교육 분야 법안이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이는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설치법을 두고 여야 간 대립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 국정과제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회의를 열어 법안을 처리하고자 했다. 당시 교육위는 9명의 교육위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1명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의원이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6명인 상황으로, 야당이 절대적인 수적 열세 상황이었다. 여당의 의지에 따라 법안 처리가 가능한 구조였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국민의힘은 교육위 처리를 보이콧해왔다. 국교위 설치법안이 상정될 경우 야당의 반대와는 관련 없이 처리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개회 자체를 막아야 국교위 설치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내세워다.

국민의힘의 우려대로, 여야 간 국교위법에 관한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상태에서 법안은 여당 단독 표결로 교육위 문턱을 넘었다. 사립학교 교원을 신규 채용할 때 공개전형에 필기시험을 포함하고 이것을 시도교육감에게 위탁 실시하도록 하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여당 단독 표걸로 교육위를 통과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교위에 대한 교육 현장의 지적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던 점이다. 국교위는 ‘백년지대계’라는 교육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 도입이 고려됐지만 자칫 교육부와 역할이 중복돼 ‘옥상옥’에 그칠 수 있다는 점과 정권 독립적 성격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국교위 설치법은 여러 우려를 고스란히 안고 통과됐다. 설치법이 통과된 이후 대학교육연구소(대교연)는 “국가교육위원회가 갖는 근본적 한계가 아닌 법 제정 시기와 위원 구성 등을 이유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자체를 비판하는 것에는 동의하기 힘들다”면서 “모든 의사결정은 제도뿐만 아니라 그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에 의해서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위원을 대통령과 국회 등이 지명 또는 추천하는 구조인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독립적 국가기구로 설치된 국가인권위원회 등도 정권에 따라 위원 선출과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현재진행형”이라며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은 어느 정부에서나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구성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교위는 국회 추천 9명, 대통령 지명 5명, 교육부차관, 교육감 협의체의 대표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교원 관련 단체가 추천하는 2명, 대교협이 추천하는 1명 및 전문대교협이 추천하는 1명, 시‧도지사협의체가 추천하는 1명 등 총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대교연은 “특히 대통령 지명 5명과 교육부차관을 포함하면 6명이고, 여당과 야당의 국회 의석 수가 비슷할 경우 국회 추천 9명 가운데 여당이 4~5명을 추천할 수 있어 여권 인사가 최소 10~11명으로 과반에 가깝다”고 전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을 향해 교육위 전체 회의 개최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들도 바로 대응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교육위원회법 처리 과정이 여당의 입법독주라 비판했다.(사진= 한국대학신문 DB)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힘을 향해 교육위 전체 회의 개최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국민의힘 소속 교육위원들도 바로 대응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교육위원회법 처리 과정이 여당의 입법독주라 비판했다.(사진= 한국대학신문 DB)

■ 고등교육 예산 홀대…혁신지원사업비 삭감 = 이처럼 교육위 관련 보도는 연일 여야 정쟁 이슈로 도배됐다. 그 사이 대규모 예산 확대가 시급하다고 논의된 고등교육에 대한 현안 논의는 주목을 받지 못했고, 고등교육 예산 규모도 대학가의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서 확보되는 데 그쳤다.

국정감사에서 많은 의원들은 고등교육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대학 기본역량진단과 관련,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에 대한 추가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계속됐다. 결국 교육위는 혁신지원사업비를 1210억 원 증액하고 추가 지원 대상을 52곳 중 일반대 13곳, 전문대 14곳 총 27곳으로 늘리는 내용의 예산안을 의결했다.

그러나 결국 본희의에서 최종 의결된 교육 예산안에서 혁신지원사업 예산은 증액되기는커녕 대폭 삭감됐다. 일반대 180억 원, 전문대 140억 원 총 320억 원만 확보하는 데 그친 것이다. 일반대 50억 원, 전문대 40억 원 수준을 지원하기로 했던 것과 달리, 일반대 30억 원, 전문대 20억 원 을 지원하는 것으로 지원 규모가 뚝 떨어졌다. 추가 지원 대학 수도 교육위가 의결한 규모에 절반 수준인 일반대 6곳, 전문대 7곳만을 지원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전체 고등교육 예산이 증액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국가장학금 증액에 쓰였다. 국가장학금 증액은 대학 재정난과 직접적 관련이 적어, 대학가에서는 대학에 대한 일반 경비 지원이나 교육 혁신에 필요한 예산 지원이 시급하다고 외쳐 왔었다.

2021년에 비해 2022년 교육 예산은 9833억 증액된 88조 6418억원이다. 증액 규모 중 고등교육 예산이 차지하는 것은 7554억 원이지만, 6621억 원 가량이 국가장학금 예산에 투입된다. 이를 두고 대학가 주요 인사는 “국가장학금 확대도 좋지만, 대학 발전을 위해 필요한 예산은 대학에 대한 직접 예산 지원”이라며 “대학이 재정난을 호소하는 것은 13년간 등록금 동결로 인한 대학 수입 감소와 교육 혁신을 위한 투자 수요 급증 등과 관련이 있는데 국가장학금은 대학이 아닌 교육 수요자에게 지원되는 예산”이라고 말했다.

전문대에서는 예산 소외에 대한 직접적인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남성희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지난 9일 정기총회에서 “2022년 초·중등교부금이 약 11조 원 증액되고, 국가장학금이 약 6600억 원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대학의 입장으로 보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재정 확보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 대학 재정난 호소에 ‘공감’은 했지만 입법 지원 ‘제자리’ = 예산안 규모도 교육계를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대학들이 통과를 호소한 법들마저 연내 처리를 하지 못하며 대학가의 남은 기대마저 꺾인 모양새다.

대표적인 것이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그간 학교와 기숙사, 평생교육시설 등은 특례법으로 지방세를 면제받아왔다. 하지만 올해 말이면 이 특례법은 삭제돼, 내년부터 교육기관도 지방세를 내야 한다.

대학가는 교육용 재산은 공익성 재산이므로 지방세법 납부 대상이 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외치고 있다. 또한 재정난이 극심한 상황에서 지방세까지 추가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수연 영산대 부총장은 “종부세가 예측 불가할 정도로 크게 증가할 것이다. 학교 법인에서는 먼저 세금 납부를 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대학에 전출해주는 법정부담금의 의무를 못 하게 될 것”이라며 “2021년 대학 기본역량진단 지표에서 사립대학의 법인 재정규모 대비 법인 전입금 비율의 만점 기준이 60.769% 정도로 열악한 사립대학의 법인 재정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우려해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기관에 대한 지방세 면제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7월 발의했다. 하지만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대학가의 숙원 현안이었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도 이번 국회의 손을 떠났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안은 교육위에 회부됐으나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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