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대학 독자 전형안 발표...대교협 '콘트롤 타워' 의문

최근 연세대의 본고사 부활 예고,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적용 논란 등으로 일부 대학들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회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이하 대교협)와 엇박자를 보이자 대입 업무 총괄기구인 대교협의 역량에 다시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만일 대교협이 ‘콘트롤 타워’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경우 대입 자율화에 따른 입시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대교협은 지난달 15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가진 정기총회를 통해 2011학년도 입시안은 오는 6월 말 발표할 예정이고 2012학년도 입시안에 대해서는 ‘기존 대입 전형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대교협의 입장 표명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입시안을 발표하자 대교협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게 됐다.

연세대는 지난달 23일 “대입 완전자율화가 이뤄지는 2012학년도 수시모집에 대학별 고사만을 100% 반영해 학생을 모집하는 전형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또한 고려대는 지난달 28일 “2012학년도부터 수능 기준으로 총 정원의 5배수(3만명)를 뽑아 교장 추천·사회 봉사·교내외 활동 경력 등을 반영해 최종 선발하는 입시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일부 대학들의 독자적 움직임은 대입 업무의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할 대교협의 리더십에 상처를 입힌 것은 물론 나아가서는 대교협 중심의 대입자율화에 반기를 표했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김한중 연세대 총장은 “대학별 고사를 치든, 수능이나 내신만으로 뽑든 대학이 선택할 일이다. 대교협이 획일적인 입시틀을 만들면 규제를 했던 정부와 다를 게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여기에 고려대의 고교등급제 시행 의혹이 정황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 역시 대교협을 부담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대교협은 이미 발표된 2010학년도 입시안에서는 ‘3불 유지' 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최소한 현재 ‘3불’을 흔드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려대를 지원한 외고 학생 10명 가운데 6명꼴로 ‘수시 2-2학기 1단계 전형’에 합격한 것으로 드러나 고려대가 겉으로만 대교협의 입장을 따르는 척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대교협으로서도 마땅한 해결책이 있는 것은 아니다. 대입 업무를 이양받긴 했어도 그에 상응하는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대교협이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제재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대학에 대해 3년 이하의 자격 정지 조치를 취하고 교과부에 보고하는 것’이 전부다.

행·재정적 제재 권한이 없는 대교협으로서는 대학들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대입 업무를 총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재로서 대교협은 대학들의 자발적 참여와 협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손병두 회장은 “대교협은 자율기구이므로 정부기관처럼 일방적으로 입시안을 결정해 강요할 수 없다”면서 “개별 대학들이 합의해 결정한 틀 안에서 자율적으로 입시업무를 주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과 대교협의 엇박자로 인해 입시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교협이 한계를 드러내고 역량을 시험 받을수록 이 같은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개별 대학들의 입시안 발표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안감을 가중시켜 사교육으로 내몰고 학교현장에는 대입지도 방향에 대한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크므로 대학들은 신중을 기해 줄 것을 요구한다"며 “각 대학이 확정되지 않은 입시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기보다 대교협을 중심으로 충분한 연구와 논의를 거쳐 2012학년도 입시안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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